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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식물 자료방

알록달록 단풍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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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사이언스]알록달록 단풍의 비밀

한국교직원신문 2013-10-14

 

엽록소 파괴되면서
잎마다 색소 드러나

일조량 풍부·일교차 커
올해 고운 단풍 전망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 거리를 걷는 정취가 멋스러운 가을. 우리 눈에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단풍이 나무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무들의 월동준비=광합성으로 살아가는 식물에게 빛과 온도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봄·여름과 달리 가을·겨울에는 빛의 양이 줄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광합성을 하기 어려워진다. 나무들은 이에 대비해 월동준비를 해둔다. 먼저 나무는 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를 만들어 잎으로 물과 양분이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엽록소는 햇빛에 파괴되고, 엽록소와 결합한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아미노산이 축적돼 잎의 산도가 올라가면 엽록소에 가려졌던 다양한 색소가 드러나며 단풍이 물든다.

색소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단풍은 각기 다른 색으로 나타난다. 또 색소의 분해 속도가 가지마다 달리 진행되므로 시기에 따라 제각기 다른 색의 잎을 달고 있다. 은행나무나 아카시아나무 같은 노란 단풍은 카로티노이드 색소를 갖고 있다. 참나무와 밤나무, 플라타너스는 타닌이라는 색소로 황갈색을 띤다.

붉은 단풍은 노란 단풍과 달리 본래 갖고 있던 색소가 아닌 새로운 색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엽록소가 파괴된 뒤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새로 합성되는데, 안토시아닌은 녹말이 많을수록 잘 생성된다. 가을이 시작돼 화창한 날이 많고 일교차가 커질수록 더 고운 단풍이 드는 이유다.

◆붉은 단풍이 특별한 이유=붉은 단풍은 특히 과학자들로부터 연구 대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앞두고 굳이 색소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쓰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연구진은 단풍의 붉은색이 경쟁자를 제거하고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막이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붉은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수종의 생장을 막는다 한다. 또 영국에서는 나뭇잎을 갉아먹는 곤충에게 붉은색은 덜 매력적이기 때문에 붉은 단풍이 식물의 해충을 물리치기 위한 방어용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언제 단풍이 절정 이루나=기상청은 올해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커 고운 단풍을 전망한다. 일교차가 큰 날씨는 엽록소를 빨리 분해시키고, 밝은 햇살과 건조한 날씨는 안토시아닌의 양을 늘려 붉은 단풍이 잘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지보다는 일교차가 큰 산악지방, 강수량이 적은 지방, 일조량이 많은 양지쪽에 밝고 고운 단풍이 든다.

그렇다면 단풍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은 언제 어디서부터 단풍 구경에 나서야 할까. 단풍은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20% 정도 물들었을 때를 첫 단풍이라 하고, 80% 이상 물들었을 때를 절정기라고 한다. 대개 첫 단풍 이후 보름쯤 지나야 절정의 모습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단풍은 산의 정상부터 시작해 산 아래 쪽으로 하루 약 40~50m씩 내려온다. 그리고 북쪽부터 시작해 남쪽으로 하루 약 25km씩 남하한다. 9월 하순 강원 산간지방에서 시작한 단풍은 10월 중순에는 중부지방, 하순에는 중부 해안과 남부지방으로 내려와, 10월 말에는 전국에서 울긋불긋 멋진 단풍을 볼 수 있다. 

 

이종림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