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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소쩍새, 유조가 나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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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유조가 나온 날

 

 

■ 언제 : 2023. 06. 24.(토)
■ 어디 : 영천, 근교
■ 누구랑 : 대구 지인 두 분이랑
■ 탐조 내용 : 소쩍새 어미와 유조
 
 

오늘은 솔부엉이만 찍을 거라며 느지막이 길을 나섰다.
찍을 만큼 찍고 있어봐야 얘만 더 괴롭히겠다 싶어 전을 접었다.
 
북대구 IC 가까이 왔는데 함께했던 일행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솔부엉이가 이소했다는 다급한 전갈이다.
 
북대구 IC로 빠지지 않고 서대구 IC 방향으로 곧장 달렸다.
그쪽으로 가야 더 빠르게 갈 수 있다.
녀석이 둥지를 튼 수목원은 정해진 시간 내 나와야 했기에 1분이라도 더 빨리 가야 한다.
도착하니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초를 다투는 임박한 시간이라 앞뒤 볼 것 없이 서둘러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뭔가 휑하다.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혹시 여기가 아니고 저긴가? 순간 잘못 전달받은 느낌이 들었다.
 
함께 온 지인한테 연락해 확인했더니 솔부엉이가 아니라 혹시했던 소쩍새였다.
이런!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더 빨리 가야 하는 곳을 더 멀리 돌아갔다.
 
다행히 이소한 소쩍새 한 마리는 마치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린 듯 예쁘게 서 있었다.
기특한 녀석

당일 이소한 소쩍새 유조 촬영은 난생 처음 경험한다. 어미도 보기 힘든데 유조까지 볼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촬영이 가능했으니 복이 덩굴째 굴러 들어온 셈이다.
서둘러 온 보람이 있다.


오늘 다 좋았는데 마지막에 문제가 생겼다. 다름아닌 유조의 안위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자리 잡은 곳이 사통팔달이라 우리가 가고나면 분명 문제의 발생 소지가 다분하다.


메타세쿼이아에 앉아 있는 어미는 새끼의 안위가 걱정도 안 되는지 눈을 뜰 생각 조차 없다. 어미도 못 믿겠다.
 
직박구리가 어미를 공격해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저런 상태로 새끼를 지킬 수나 있을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여긴 들고양이, 너구리, 오소리, 청서가 난무하는 지역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조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무리가 한 둘이 아니다.
어미가 내려오기 전에 먹잇감 되기 십상이다.
 
지금은 촬영하는 사람이 몇몇 있어 천적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가 가고 나면 새끼의 안위는 자신할 수 없다.
순식간에 먹이가 될 판이다.
 
탐방객 모두 나가야 할 시간은 다가왔고
새끼를 저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두고 나올 수도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그렇다고 새끼를 나뭇가지 위로 함부로 옮기는 것도 옳은 대처 방법이 아니다.
사다리도 있어야 하고 함부로 새끼한테 손을 대서도 안된다.
 
가만히 두면 어미와 새끼 스스로 알아서 하겠지만 우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급한 대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현 상황을 얘기하고 함께 고민하기로 했다.
 
근무 중인 두 분이 왔다.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
머리를 맞댄 끝에 근무하시는 분이 상황을 살펴 주기로 했다.
우리는 나가야 하니 도리 없는 일이다.
새끼가 들고양이나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 같은 무리에게 당하지 않게끔
무사히 스스로 숲으로 날아갈 때까지 지켜봐 주기로 했다.
 
괜스레 근무하시는 분께 폐를 끼쳤나보다.
하지만 우리로선 도리 없는 일 저럴 땐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
힘들게 태어나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게 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나.
 지킬 수 있으면 누군가는 지켜야지.

근무하셨던 분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다음 날 들린 얘기로는 욘석이 나뭇가지에 안착해 무사히 숲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일단 무사했으니 무엇보다 다행스럽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이소하고 난 후 천적으로부터 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앞으로도 걱정이다.
무사히 성조가 되어 다시 찾아주길 갈망해 본다.
 

 
 
 
 

직박구리가 소쩍이 어미한테 접근한다.

 
기세등등하게 달려드는 모습이 곧 어떻게 할 판이다.

 
바로 앞에서 위협적으로 짖어대도 소쩍이 어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너 정도야 하는가 보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직박이가 물러나면서도 짖어댄다. 어미한테 무시당한 설움을 새끼한테 앙갚음할 심산인 모양이다.

 

욘석이 여기 자리를 튼 지 두 달여 되었지만 밖으로 나온 모습은 두 번 본다. 물론 날마다 온 건 아니고 그 기간 중에 다섯 번 왔다. 다섯 번 중에 두 번 본 셈이다. 한 번은 메타세쿼이아 가지와 잎에 가려 틈새 촬영을 했고 오늘은 눈 감은 모습만 담았다. 나름 이소한 새끼의 안전을 도모하고 나올 때까지 마냥 저러고 있다. 어쩌겠나. 지가 눈 뜨기 싫다는데~

 

귀깃을 쫑긋 세우고 가끔 실눈을 뜨는 것으로 봐 긴장하고 경계 태세 모드로 돌입한 것 같기는 한데 당최 믿음이 안 간다. 새끼랑 저렇게 멀찍이 떨어져 들고양이가 나타나 순식간에 새끼를 낚아채 가면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태연한지 짜슥 보는 내가 다 답답하다.

 

짜슥, 그래도 실눈을 뜨고 주변 경계를 하긴 하는 모양이다. 내내 눈을 감고만 있는 줄 알았더니 사진을 보니 그래도 실눈은 떴다.

 
또 눈을 감고

 
아예 고개를 돌려 숙면에 들어간다. 보는 우리는 걱정스럽기만 한데 짜슥은 천하태평이다.

 

이소한 새끼는 데크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제 딴에는 철제 가로막이 은폐막이인 줄 아는 모양이다. 더 이상 나오지도 않고 철제 가로안전대를 지붕처럼 이고 있다. 다음 날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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