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달려가 더듬 하게나마 만난 뜸부기
해오라기와 황새는 덤으로
■ 언제 : 2023. 06. 27.(화)
■ 어디 : 서산 - 태안 - 서산버드랜드 부근과 천수만 B지구 일부
■ 누구랑 : 혼자
■ 탐조 내용 : 뜸부기, 해오라기, 황조롱이, 황새, 청호반새 탐조는 불발로 끝남
오늘 목표종은 딴 거 없다.
오로지 한 녀석
"뜸부기"
길이 너무 멀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가
6월 27~28일 대학동기 모임이 있는 날을 D-day로 삼았다.
또 가고 또 가긴 어렵고 이제 내 나이엔 장거리 운전이 쉽지 않다.
며칠 전 함께하기로 했던 사람들과는 비로 인해 취소되어 결국 혼자가 되었다.
같이 갔더라면 많이 수월했을 텐데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드 넓은 평야를 보니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뜸부기는 소식도 없다.
그야말로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란 표현이 딱 맞다.
이런 녀석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오다니 혼자 온 내가 더 대단타.
긴 기다림 끝에 뜸부기를 보긴 했다만 부지불식간이라 보나마나다.
억지로 인증만 한 꼴이다.
뜸부기를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청호반새 소식이 들려 마음이 '혹'했다.
뜸부기를 더 기다려 승부를 보느냐 청호반새를 찾으러 가느냐 잠시 기로에 섰다.
뜸부기는 나타난 것을 확인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고
청호반새는 가봐야 안다. 가더라도 '꽝'칠 확률이 99%다.
결정을 내렸다.
어쨌거나 뜸부기를 보기는 봤다.
그런 얄팍한 마음이 먼저 뇌신경을 자극한다.
청호반새 소식을 듣는 순간 마음은 이미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내 운으로 가봤자 물론 '꽝'이려니 싶었지만
'꽝'에 만성이 된 지 오래라 보고 못 보고는 대수가 아니다.
결과는 '꽝'
역시 불안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확률 100%다. ㅋㅋㅋ
이럴 줄 알았으면 뜸부기랑 승부를 보는 건데~
지나고 나면 다 그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 역시 한두 번이 아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천수만 황새나 접견하고 친구들한테나 가야겠다.
어차피 늦은 약속 천수만 A, B지역을 다 돌아볼까 싶기도 했지만
친구들 얼굴이 아삼삼해 더 이상 욕심은 내지 않았다.
지금 가야 별 것도 없겠지만
간월, 궁리, 남당을 뒤로하고 아스팔트 길을 달리자니
간도 쓸개도 다 떼 놓고 가는 것 같다.
없는 줄 알면서도 그냥 가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ㅋ
뜸부기를 기다리는데 님은 간 곳 없고 황조롱이 한 마리가 하늘을 맴돌고 있다. 차 안에서 하늘 높이 활공하는 녀석을 찍자니 뭣이 많이 불편하다. 일단 눈에 띄었으니 어설프게나마 찍고 본다.
뜸부기/ 이 녀석을 만나기 위해 먼 길 불원천리하고 갔다. 드 넓은 평야엔 푸릇푸릇한 기운만이 넘치고 땡볕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롯이 혼자서 이 넓은 평야를 독식하고 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도 드 넓은 평야도 모두 다 내 것이다. 문제는 이 넓은 평야에서 뜸부기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이다. 덮어 놓고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과연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게 관건이다. 먼저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논밭을 크게 한 바퀴 돌아봤다. 백로와 왜가리 그리고 황로 외엔 잡새 한 마리 눈에 띄지 않는다. 예감이 별로 좋지 않다. 뜸부기는커녕 먼발치서 백로 무리만 보는 것이 다일 것 같다.
논두렁길에서 두 시간 정도 머무른 것 같다. 햇살은 강하고 기다리는 새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에 논이 아닌 잡초가 무성한 밭에선 보이지 않던 물떼새들이 나를 보더니 슝하고 날아간다. 내 보다 지들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내뺀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새도 영 없진 않았던 모양이다. 갑자기 정수리에 닭 볏을 앞세운 녀석이 휙 날아왔다. 뜸부기였다. 드디어 녀석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겨냥하고 있는 쪽이 아닌 반대편 운전석 쪽으로 휙 날아와 앉는 것이 아닌가?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모와 아지랑이 때문에 초점은 스팟 모드로 조준하고 있는데 날아오는 녀석을 그것도 운전석 쪽에서 헨드헬드로 초점을 맞춰 찍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단 나타났으니 위안이 된다. 이제부턴 녀석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약이다. 그 외 답이 없다. 한참을 기다렸다. 콜도 하고 그냥 기다리기도 했지만 논 속으로 모습을 감춘 녀석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얘기하며 지인으로부터 받은 또 다른 소식이 있었다. 청호반새 소식이었다. 주소가 명확하진 않았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가볼 만하다. 더 이상 나타나지도 않는 뜸부기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청호반새나 찾아봐야겠다며 길을 나섰다. 결과는 뜸부기는 떠듬한 상태로 인증만 한 꼴이 되었고, 청호반새는 바람결에 스치는 소리도 못 들었다. 친구들과의 모임 시간은 임박해 오고 새는 소득도 없다. 이 상태로 그냥 가긴 싫다. 날 기다리지 말고 친구들 먼저 식사하라고 하고 난 천수만 쪽으로 기수를 틀었다.
해오라기/ 얘는 뜸부기를 포기하고 가는데 눈에 띄었다. 그래도 그냥 보내긴 미안했나 보다. 가깝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이 없다. 짜슥, 지라도 만족하면서 실컷 찍고 가란 듯 선심을 쓴다. 범절은 있구먼~
천수만을 다 돌아보고 가자니 이제 더 이상 여유가 없다. 갈 시간이 임박했다. 간월호, 궁리항, 남당항 쪽으로 다 훑어보고 갈까 했다만 새가 있을 시기가 아니다. 황새나 보고 가야겠다며 서산으로 갔다. 여기 가면 황새는 언제든지 볼 수 있다. 가는 길에 네 마리가 있었고 그 곁에 두 마리가 더 있었다. 황새가 있는 곳은 운전석 방향이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서 찍으려 했더니만 그 사이 네 마리는 날아가고 없다. 두 마리만 남았다. 어미와 어린새 두 마리다.
어미는 가락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자연산인 것 같고 어린새는 G38이라는 가락지가 채워져 있다.
황새를 끝으로 오늘 탐조는 막을 내린다. 유성까지 갈 길이 멀다. 이미 약속 시간은 지났다. 7시가 지나 약속 장소에 도달할 것 같아 먼저 식사들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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