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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오름방

산굼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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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의 설명으로 더욱 자세하게 알게된 산굼부리



언제 : 2016. 1. 10. ~ 1. 15.(56일)

어디로 : 제주 산굼부리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768번지

누구랑 : 아내랑 딸내미랑

숙식 : 제주도 조카네 집에서




 

흔적

 

본 내용은 2016년 제주 여행 시 '여행방'에 기록한 내용을 여기로 복사해 옮김 

 


산굼부리분화구는 대략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부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분화구가 형성된 시기는 미상이나 약 13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지형의 크기는 무려 14만여 평에 달한다.

 

산굼부리 역시 연맹활동을 하면서 애들과 함께 온 적이 있다.

오래 전 일이라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확연히 떠오르는 것도 없다.

이번에는 아내와 딸아이랑 함께 왔다.

돌계단을 따라 만댕이에 올라서니 움푹 패인 펑퍼짐한 솥뚜껑 뒤집어 놓은 듯한 지형이 나타난다.

 

산굼부리는 대체로 나즈막한 언덕 정도로 보면 된다.

나즈막한 둔덕 아래 펼쳐진 평원이 멋진 곳이다.

구상나무 군락이 한 겨울을 버티고, 억새 군락이 모진바람에 하염없이 나부끼고 있다.

나즈막하지만 마치 창녕 화왕산이나 경주 무장산 억새밭에 선 느낌이다.

그만큼 억새밭이 무성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사진기 셔터는 누르는 대로 작품이다.

 

아내랑 딸내미랑 산굼부리로 곧장 올라가 잘 다듬어 놓은 산책길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반 바퀴 돈 후 분화구 앞에 섰다.

누각으로 된 안내소가 있고 그 앞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평원의 중심에 깊게 패인 분화구가 있다.

가까이 가지 않고 겉으로 보자면 화산체가 낮아 이렇게 깊은 분화구가 있으리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한라산이 보이는 풍경이 너무 좋아 사진 찍기 안성맞춤이었지만,

분화구 앞에 선 우리는 못된 바람 때문에 똑바로 서 있을 수 조차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난 사진기 셔터를 연신 눌렀다.

찍다보면 쓸 만한 사진 한 장 건진다는 일념으로 찍고 또 찍었다.

 

오늘은 바람이 너무 세 관광객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안내소 앞에서 산굼부리의 특징을 적어 놓은 글을 읽던 딸내미가 혼잣말로 해설을 들었으면 하는 말을 내비쳤다.

해설을 듣자면 사전에 신청을 했어야 하고,

우리는 달랑 3명이 여행을 하는 형편이라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딸아이가 시부즈기 딱 한 번 내뱉은 말을 마침 안내소에 있던 해설사 분이 들은 모양이다.

두 사람밖에 없는데 설명을 자청하신 모양이다.

마침 주변에서 여행하던 가족 3명이 가세해 설명 들을 사람이 5명으로 늘었다.

그 광경을 본 나도 껴 도합 6명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 고마운 분이다.

신청도 하지 않고 듣는 사람도 극소수에 불과한데,

거기다 오늘 산굼부리에 부는 바람은 얼마나 못됐게 불고 있는가?

그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성심껏 설명을 다 하신다.

 

역시 해설을 동반한 여행과 그냥 상식 없이 하는 여행의 차이는 크다.

우리는 그저 광활한 평원에 꽤 깊은 분화구가 패여 있다 싶었는데 설명을 듣고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깊이가 무려 아파트 44층 높이에 달하며, 예전에는 그 분화구 안에서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깊은 웅덩이 속에서 어떻게 사람이 거주하고 살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 의혹은 설명을 듣고 나니 쉽게 이해되었다.

 

우선 사람이 살았던 흔적으로 인가가 있었던 주변의 대나무숲 얘기를 했다.

분화구 안에 있는 대나무도 위에서 보면 멀어서 무슨 잡풀이 자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나무도 높이가 무려 10m가 넘는다고 한다.

아직도 잔존하고 있는 것만 해도 적잖아 보이는 데

옛날에는 그 주변에 대나무가 더 많이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모두 베어내고 현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란다.

분화구 안의 대나무는 그 당시 살던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심었던 대나무였단다.

 

그러면 비가 많이 오는 제주에 특히 산굼부리쪽에는 비가 올 때면 장대같이 쏟아 붓는다는 데,

어떻게 분화구 안에 있는 인가가 물에 잠기지 않고 거뜬하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

모두 의아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화산탄으로 메꾸어진 분화구라 하더라도 억수 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리라.

그러나 역시 해답은 현무암 지형에 있었다.

지형의 특성상 쏟아지는 우량만큼 배수도 잘 된단다.

가옥이 침수될 염려가 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기선 겨울 매서운 혹한에도 끄떡없이 찬 겨울을 날 수 있었단다.

분화구가 깊다 보니 제주의 센바람을 피해 살아 가기 더 좋았던 면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분화구가 깊어 생필품을 구하자면 분화구 안을 벗어나야 하는데 그게 불편했던 모양이다.

분화구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봐야겠다.

분화구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생존 터전이 된 셈이다.

 

부연하지만 산굼부리 분화구는 생각보다 넓고 깊다. 

성산 일출봉에서 해가 떠 한라산 백록담으로 해가 너머 갈 때면,

분화구 속을 둘러싸고 있는 식물의 일조량이 서로 다르다. 

분화구 안의 동·서를 기준으로 식생 환경이 판이하고,

높이에 따라 식물 분포 또한 다르다.

분화구 안은 또 다른 자연환경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하면 '삼다수'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귀한 물이다.

진즉 대한항공이 삼다수의 진가를 알고 이를 음용하기 시작했으며,

대한항공 기내에서 공급하는 물도 삼다수라고 한다.

대한민국 유일의 화산암반수인 삼다수는 올해부터 직영 체제로 전환해

제주개발공사가 맡았으나 아직은 유통체계 및 준비 미흡으로 다소 잡음이 유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삼다수는 우리나라 유일의 화산암반수이며 ,

산굼부리가 있는 교래리에서 집중 생산되고 있다.

만약 이 지역이 오염된다면 그것은 재앙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화산 지형 특성상 오염이 된다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오염이 될 것인가?

끔찍한 상상이다. 이런 우려는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제주 삼다수에 관해 설명을 하시던 해설사 분이

갑자기 우리가 오전에 다녀온 샤려니숲길의 물찻오름에 대해서 부연 설명을 한다.

물찻오름길이 그렇게 좋은 곳이라며 꼭 가봐야 한다고 자랑이 늘어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산굼부리 오기 전에 먼저 샤려니숲길을 다녀 온 것이다.

물찻오름 어귀까지라도 가려고 하다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가지 않았는 데

거기가 그렇게 좋은 곳이었다니 아쉬움이 절로 난다.

 

한국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애써 아쉬움을 감추며 계속되는 설명을 진지하게 듣자니,

오히려 가지 않은 것이 간 것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제주에는 368개의 많은 오름이 있지만,

물이 고여 있는 오름은 9개 정도로 국한되어 있다고 한다.

그 중 물찻오름도 물이 고여 있는 오름 중 한 곳인데

맑고 아름답기가 그 어느 오름에 비할 바 아니며,

오름에 올라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더 할 나위 없이 황홀하기 짝이 없단다.


그런데 지금 물찻오름 길은 개방을 아니하고 잠정 폐쇄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몰지각한 인간이 거기에 붕어를 풀어 먹이까지 줘가며 고기를 기르고

심지어 떡밥까지 풀어가며 낚시를 하는 추태를 부려

급기야 폐쇄 조치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인간이 많다보니 온갖 추태를 다 본다.

그 참! 어째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살다보니 온갖 기상한 얘기를 다 듣는다.

 

산굼부리에 와 느닷없이 노다지를 캔 기분이다.

딸아이가 무심코 내뱉은 해설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혼잣말을 들은 해설사 분이

산굼부리에 부는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6명을 대상으로 솔선해 30여 분이나 설명해 주었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고 성실하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했다.

물론, 듣는 우리도 성심껏 들어서 그런지 해설을 하는데 거침이 없다.

제주에 와서 56일 여행하면서 가장 큰 수확을 산굼부리에서 얻고 간다.

차제에 해설사 분께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존함은 생각나지 않지만 연세가 있으신 여성분이었는데

이 글을 그분께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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