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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붉은양진이(적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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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양진이와의 첫 만남

Common Rosefinch

적원자

 

 

■ 언제 : 2024. 01. 09.(화)
■ 어디 : 부산 명지철새전망대와 을숙도

■ 누구랑 : 부산 지인과 둘이
■ 탐조 내용 : 검은이마직박구리, 고방오리, 긴부리도요, 노랑지빠귀, 때까치, 마도요, 털발말똥가리, 바다비오리, 붉은양진이(적원자), 솔개, 쇠황조롱이, 쑥새, 잿빛개구리매, 큰고니, 혹부리오리, 홍머리오리, 흰배지빠귀

 

 

 

오늘은 긴부리도요와 붉은양진이

두 종을 보는 게 목표였지만 사실 목표로 삼기만 했지

두 종 모두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진 않았다.

 

목표로 한 두 종이 워낙 귀하신 몸들이라

아예 기대를 접고 탐조함이 오히려 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을숙도가 어떤 곳이던가?

을숙도가 어디 동네 한 켠에 마련된 축구장도 아니고 그 드넓은 습지에

어느 구석에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얘들을 만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건

사실상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다고 봐야 한다.

 

역시 예상한 대로 오늘도 갈 길이 만만찮았다.

긴부리도요는 도착하자마자 발견하긴 했지만 거리가 멀었고

우리가 가진 렌즈로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게다가 말똥가리와 잿빛개구리매의 잦은 출현은 긴부리도요와의 만남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맹금에 쫓겨난 긴부리도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길 기대하며

우리는 갈대밭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왔다 갔다 한 걸음이 무려 15,000보에 달했다.

많이 걸은 덕분에 다양한 종을 찍기도 하고

쇠황조롱이 같이 귀한 친구를 득템하기도 했다.

 

우리는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찍었다.

검은이마직박구리, 노랑턱멧새, 되새

팬텀기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르는 큰고니

심심찮게 날아오르는 잿빛개구리매 암컷을 상대하면서 나름 지겹지 않게 시간을 즐겼다.

 

그러고 다니는데 갑자기 느닷없이 우리 앞에 방울새처럼 보이는

언뜻 보기엔 참새가 아닌가 싶었던 뭔 새 두 마리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방울새도 아니고 참새도 아니었다.

 

등짝을 보니 내가 최정산에서 찍었던 양진이랑 닮았다.

우린 한눈에 쟤들이 붉은양진이라 확신하고

얽히고설킨 나뭇가지 사이를 비집고 샷을 날리기 시작했다.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지만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고맙게도 느닷없이 얘들이 우리 앞에 나타나 준 것이다.

하지만 나타난 것도 잠시 우리 앞에 지들 존재를 과시하고선

뭣이 그리 급한지 이내 날아갔다.

그리고선 오리무중이다.

 

아쉬움에 다시 돌아오길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우리는 다시 긴부리도요를 봤던 곳으로 돌아갔다.

녀석들이 다시 돌아올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긴부리도요가 돌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고맙게도 긴부리도요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역시 거리는 멀었지만 그래도 여기서 찍을 수 있는 최단거리까지 접근해 주었다.

더 가까이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녀석이 거리를 주는 만큼 최대한 촬영한 후

우리는 다시 붉은양진이를 봤던 곳으로 갔다.

 

고요했다.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기다렸다.

 

기다림의 산물인지 녀석들이 다시 돌아왔다.

두 마리까지 봤었는데 이번엔 다섯 마리가 날아오더니

세 마리는 남고 두 마리는 날아갔다.

처음엔 두 마리를 봤었는데 우리가 본 건 총 다섯 마리였다.

 

모두 암컷이라 아쉬웁긴 했다만

그래도 암컷이라도 만나 다행이고

새로운 종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건 더 없는 행운이고 행복이다.

 

처음 만났고 보기 힘든 얘들이라 감흥은 극에 달했고

그것도 볼 수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는데 봤음에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지인이 있어 가능했고

함께했기에 감흥은 배가됐다.

 

돌아서는 길에 가랑비가 나린다.

볼 만큼 봤으니 이제 가란 모양이다.

 

비가 와도 좋고 눈이 나리면 어떠리

오늘 부산와서 볼 것 다 봤고 찍을 것 다 찍었다.

돌아가는 길이 장미꽃을 뿌려 놓은 페이브먼트다.

 

 

 

되새과에 속하는 붉은양진이는 스칸디나비아에서 캄차카에 이르는 유럽과 아시아의 아한대, 남쪽으로 발칸반도에서 히말라야, 중국 중부 지역에서 번식하고, 인도, 인도차이나 북부,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 5 아종으로 나누고 국내에서는 드물게 통과하는 나그네새로 매우 드물게 적은 수가 월동하기도 한다. 5월 초순부터 5월 하순까지, 가을에는 9월 초순부터 10월 하순까지 통과한다.(참조 야생필드조류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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