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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나무

변산바람꽃/복수초/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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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사는 일타삼피를 노리고 간 길이다.

 

 

■ 언제 : 2021. 2. 20.(토)

■ 어디로 : 경주 모처

■ 누구랑 : 아내랑

 

 

팔자 고칠 일도 없건만

해마다 이맘 때면 약속이나 한 듯 여길 찾는다.

 

자주 간 편이라 이곳 사정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땐 변산바람꽃에만 꽂혀 무작정 찾아 나선 길이었는데

뜻밖에 봄맞이 3종 세트를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꽃쟁이들한테 대접 받을 수밖에 없는 고마운 장소다.

 

봄처녀 3인방을 한 방에 다 보려면 시기를 잘 맞추어야 한다.

맞추어 온다고 했지만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감안했었다.

일주일만 늦추어 왔더라면 더 좋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아내가 가고 싶어한 감포도량까지 다녀오자면 오늘 갈 수밖에 없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변산아씨는 봄단장 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복수초와 노루귀는 아직 이른감이 있었던 것이다.

 

있는 대로 보여 주는 대로

봄처자들과 어울렸다.

 

변산바람꽃 자생지는 세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무덤가 근처에 있던 변산아씨들은 흔적조차 없었다.

 

보고 가는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조금 일찍 오긴 했지만 노루귀와 복수초도 예전 같지 않을 것 같다.

개체 수가 많이 준 것이다.

 

이유가 뭘까?

모르긴 해도 그건 나를 비롯한 꽃쟁이들이 가장 큰 가해를 가했을 확률이 많다.

나도 한 몫 거들었을 거다.

 

야생화에 접근할 땐 낙엽을 밟지 않고 가급적 돌멩이 위를 밟는다고 애를 써도

나도 모르게 땅속에 움트고 있는 무수한 생명을 짓밟았을 거다.

 

야생화를 보호하기 위해선 안 가는 게 최선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꾸준하게 다니고 있다.

 

어쩌면 얘들도 무관심이 섭섭할 수도 있다.

모름지기 알아주어야 분칠도 하고 몸 단장도 하지 거들떠 보지도 않으면

기분나빠 절로 도태할 수도 있다.

(ㅋ 이건 순 꽃쟁이들의 이기적이고 도발적인 망발)

 

때가 되면 서로 눈맞춤을 해야 한다.

다만, 오래 보자면 귀히 대접할 줄 알아야 한다.

꽃쟁이들의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노루귀(분홍)

 

노루귀(흰)

 

변산바람꽃

 

 

복수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