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꽃을 피워 행운을 주는 나무
통도사 자장매
■ 언제 : 2021. 2. 7.(일)
■ 어디로 : 양산 통도사
■ 누구랑 : 아내랑
통도사 자장매는 통도사 영각 앞에 서 있다.
식물명은 홍매이고 수령이 370년 된 노거수로 일명 자장매라고 불린다.
매향의 특성이 마치 수행자의 구도행과 닮았고,
자장스님의 지계정신을 표현한다고 해서 대중이 이를 자장매화라 불렀다.
매화는 뼛속까지 추위를 감당해야 그 향이 더욱 짙어진다고 한다.
이 자장매는 영축산 일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이기도 해
정초에 영각 앞에 있는 자장매에서 소원을 빌면 한 해 동안 좋은 일들이 꽃길처럼 열리고,
선남선녀가 사랑을 약속하면 백년해로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영각은 역대(歷代) 주지(住持) 및 큰스님들의 진영(眞影)을 봉안한 건물로 정면 8칸 측면 3칸의 긴 장방형(長方形) 평면(平面)으로 된 팔작집이다. 초창연대는 분명치 않으며 현재의 건물은 1704년(숙종 30)에 지었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영자전(影子殿)이라 불리다가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진왜란 후 통도사 중창을 발원한 우운대사는 먼저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축조하시고, 이후 참회하는 마음으로 불타버린 역대 조사의 진영을 모실 영각을 건립하셨다. 상량보를 올리고 낙성을 마치니 홀연히 매화 싹이 자라나 해마다 납월에 연분홍 꽃이 피어나 사람들은 이를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스님의 이심전심이라 믿었다. 자고로 된서리를 맞은 후에야 향기로움이 뒤따르고,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법이라고 했다. 9세기 중국 선종의 조사 황벽 스님도 “불시일번한철골 쟁득매화박비향(不是一飜寒徹骨 爭得梅花撲鼻香)”이라고 했다. “뼈에 사무치는 추위 한 번 겪지 않고서 어찌 콧속으로 파고드는 매화 향을 얻겠는가”라는 의미를 설파했다.
영각 앞에 우뚝선 노거수 한 그루가 대중들에게 많은 의미를 설파하고 있다.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오롯이 자장매를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통도사는 어느 해, 아내와 같이 전각 곳곳을 촬영하고 탐방기행을 남긴 적이 있다.
오늘은 자장매를 촬영한 후 백련사와 주변 암자를 돌며 혹시 조용히 외롭게 핀 매화가 있나 살펴볼 심산이다.
통도사 자장매를 봤으니 더는 욕심 낼 것도 없지만,
대중의 시선을 외면한 채 고요하게 저 홀로 피고 지는 꽃이 있을지 모른다.
있다면 남들 손타기 전에 먼저 만나고 싶다.
세간의 시선에 아랑곳 없이 저 홀로 피고 질 꽃을
굳이 남들보다 먼저 봐 무엇하랴만,
때 묻지 않은 순결함은 유명세 못지않은 고결함이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싶다.
부속 암자를 다녀봤지만, 아직 핀 꽃이 없다.
추운 산속이라 아직 시련을 더 겪고 피려나 보다.
시련 겪은 만큼 더 매혹적인 향과 아름다움을 풍기겠지.
그 향기로움 내음, 누군가의 몫으로 남겨두자.
우리는 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흰꼬리수리나 보러 갈란다.
통도사 영각(影閣) 기둥에 적힌 주련
偶尋樵者問山名 우심초자문산명 우연히 나무하는 아이를 만나 산 이름을 물으니
上方月曉聞僧語 상방월효문승어 한밤중에 봉우리에 경쇠 소리가 있네.
野鶴巢邊松最老 야학소변송최노 하늘에는 달이 밝고 스님들 말씀이 들리고
願得遠公知姓字 원득원공지성자 아래로는 수풀이 성글고 지나가는 객이 보인다.
半夜中峯有磬聲 반야중봉유경성 들의 학은 가장 늙은 소나무에 둥지를 틀고
下界林疎見客行 하계임소견객행 독룡이 숨은 곳에 물이 맑음에 치우치고
毒龍潛處水便靑 독룡잠처수편청 원컨데 원공의 성자를 알고자 해서
焚香洗鉢過餘生 분향세발과여생 향 사르고 발우 씻고 남은 생을 보내리.
사진은 D850 망원렌즈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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