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 그 놈참 보기 만만찮네.
■ 언제 : 2020. 7. 7.(화)
■ 어디로 : 모처
■ 누구랑 : 홀로
호반새 찍고 돌아오는 길에 혹시 몰라 속는 셈 치고 파랑새를 찍으러 갔더니만
역시 오늘도 파랑새는 헛일했다.
새끼를 위해 부지런히 먹이를 공수하더구먼
희한하게 파랑새를 찍으러 갈 때면 날씨가 흐려
도대체 파랑새를 찍는 건지 까마귀를 찍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몇 장 찍다가 삼각대를 접었다.
옆에 있던 나보다 카메라 장비 가격이 20배는 비싸 보이던 분도 카메라를 접었다.
그분은 서울서 왔다.
호반새 찍을 때도 봤던 분이다.
불교신문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셨고
연꽃과 발레 사진을 주전공으로 하셨다며 간직하고 있던
귀한 연꽃과 발레 사진 등을 보여주셨다.
한눈에 봐도 작품이었다.
나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파랑새는 재미가 없어 혹시 물총새와 원앙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매번 허탕만 쳤던 그곳을 또 허탕 치러 갔다.
원앙은커녕 물총새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진작 터를 잡고 있던 사람들이 일어서길래 있더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어디서 굴러먹은 개뼈다귀가 왔는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여긴 아무나 와서 찍는 곳이 아니라며 나가란다.
자기네들 동호회에서 자금을 투입해 위장막과 터를 조성해 마련한 자리인지라
또나 개나 와서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이해는 되었지만 기분이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가시던 분께 봤느냐고 물었더니
고기가 아직 좀 남아 있어 혹시 올지 모른다며 6시까지 있어 보라는 말에
동호인들도 모두 가고 나 혼자인지라
1시간 정도 있어보기로 했다.
주인 없는 주막에 나그네가 주인인 양 전을 펴고 먹잇감만 바라보고 있었다.
30분쯤 기다리다 소식이 없자 역시 오늘도 헛일했구나 하고 전을 접는 순간
웬 새 한 마리가 후다닥 날아가 건너 수풀 사이로 가 앉는 게 아닌가.
멀었지만 단박에 물총새임을 알 수 있었다.
저 놈이라도 잡아가야겠다 싶어 정조준한 채 격발을 했지만
너무 멀리 있어 그저 봤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판이었다.
저 녀석이 저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저 나무에 앉으면 좋을 텐데
도통 앉을 기미가 안 보인다.
아마 내 눈치를 보는 모양인데...
조금만 더 있어 보기로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드디어 녀석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연발을 날렸다.
드디어 가까이 내 눈앞에서 물총새를 만났고
난, 기다렸다는 듯 그 녀석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고맙게도 녀석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왔고
생각보다 오래 앉아 있어 주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녀석이 고맙게도 내 맘을 알아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고 해가 어둑해지는지라 감도가 신통찮다.
보나마나 컴퓨터로 보면 짜글짜글해 질 판이다.
워낙 벼락같이 움직이는 녀석이라
차라리 움직임은 포기하고 정지 화면만 겨냥했더라면
감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는데 움직임에 중점을 두었던지라 볼품이 없어져버렸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몇 장 건지긴 했다만
대체로 망친 분위기다.
혹시 이 녀석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여기만 여섯번 왔다.
긴 기다림 끝에 겨우 만난 녀석이라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도 오늘 만난 게 어딘데
나도 물총새를 만났고 사정없이 샷을 날려봤다.
그로서 대만족이다.
요 녀석들은 흰뺨검둥오리 유조인지 한 마리가 외롭게 왔다 갔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