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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

노을에 물든 캠핑장에서의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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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교감과 함게 찾은 멋쟁이 캠퍼와의 만찬 

 

 

언제 : 2015. 4. 10.(금)

어디 : 가산산성 야영장

 

 

퇴근 무렵 손교감쌤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멋쟁이 캠핑매니아가 야영장에 캠프를 설치했으니 놀러가자고~

박교감과 김교감까지 가세를 하는 모양이다.

어젯밤 낫게 걸쳐 아직 속이 더부룩한 것이 상태가 온전치 않은데

말은 너무나 쉽게 나온다. 지가 안고 있는 속쓰림은 간 곳 없고 서슴없이 OK 사인을 보내고 있다.

반가운 김에 OK 사인을 보내고 나니 애궂은 속만 더 울렁거리는 것 같다. 

 

김교감쌤이 차를 몰고 박교감쌤과 함께 탑승을 하니

여교감 세 분과 함께 동행 친구가 됐다. 참, 살다보니 이런 호사도 누린다.

 

박교감, 손교감, 김교감쌤은 각자 책임분량을 하듯 먹거리를 나름대로 충분히 준비했다.

가는 길에 부추전을 맛있게 하는 국수집이 있어 부추전도 몇 넙띠기 사자고 하길래

기회다 싶어 그건 얼른 내가 샀다. 캠핑장에 가면 막걸리도 한 병 없을 것 같아 불로막걸리 큰 병까지 한 통 슬쩍 끼워 넣은 채~ 

 

가는 길에 박교감쌤이 장만한 별장지를 먼저 들렀다.

봄볕이 따사로운 양지 바른 곳에 살구나무꽃이 향내를 풍기며 빈 터를 지키고 있었다.

조망도 좋고 위치도 좋고 다 좋았다. 그런데 박교감이 줄자를 꺼내 뭔가 확인을 하더니 확신을 가진다.

집터가 애매한 점이 있었지만, 이웃 지주가 사전 양해도 없이 엄연히 경계선을 침범하여 조경용 소나무를 줄지어 심어 놓았던 것이다. 

그 소나무들이 자라면 전방 시야를 가릴 것은 뻔한 이치이건만,

사전 양해도 없이 소나무를 줄줄이 심었다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 볼 수 밖에 없다.

그참, 어떻게 해야하지...

 

이미 먼저 간 캠핑매니아인 김쌤이 야영장에 도착하니 이미 설영을 다 해 놓은 채 반팔 티를 입고 반갑게 마중을 나온다.

남쌤임에도 머리를 묶어 긴머리칼을 찰랑거리는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인 김쌤은

마치 니체나 칸트와 같은 철학자의 모습으로 교실에서 아우성치는 중학생들의 도덕성을 책임지고 있는 쌤이다.

건강이 좋지 않아 기회만 닿으면 자연과 벗삼아 캠핑도 하고 바람과 물결에 의지하며 카약도 즐기는 반은 자연인으로 사는 후배다.

그러고보니 함께 근무할 때는 잘 몰랐는데 이 친구, 지금보니 반 자연인 그대로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닥이 그리 넓지 않은 곳이라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만,

욕심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을 즐기고 적당히 이용할 줄 아는 멋쟁이 도덕쌤이다.

전임학교 근무 때보다는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니 더 없이 다행스럽다.

항상 건강 잘 유지하며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만끽하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누리고 살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다.

 

반가운 마음으로 해후를 하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서산에 지는 해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비록 나뭇가지 사이로 가렸지만,

서산에 지는 해를 그냥 보내기란 너무 아쉽다. 그래서 얼른 카메라를 꺼내 급하게 너머 가는 해를 붙들고 몇 장 담았다. 

노을 지는 석양이 그리 이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남긴다.

 

이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모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기 위해

마치 아파치들의 보금자리 같은 텐트속으로 들어 갔다. 모두 서로 준비한 먹거리를 꺼내 놓으니 그야말로 만찬이 따로 없다.

먼저 부추전부터 챙겨 먹었다. 내가 산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려 하니 이 친구, 본인 입에 맞는 막걸리 대 여섯 병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

'느림막걸리' 였던 것 같은데 맛은 순하고 먹기 좋았다. 손교감쌤도 아주 맛있게 잘 마신다.

김교감은 운전을 해야 하니 입술만 축이고, 박교감쌤이야 워낙 술 체질이이 아니라 근처에도 안간다.

역시 손교감이 물건이다. 나는 남녀를 막론하고 술잔 한 잔 가볍게 비우는 친구가 질로 좋다.

 

막걸리 한 잔에 부추전이 금방 동이 났으니 이제 고기를 구워 먹을 차례다.

손교감이 잔뜩 사온 돼지고기를 풀어 구워먹자니 이 친구 돼지고기는 그냥 놔두랜다.

고기도 소고기 등심부터 과일도 약사과에다 거봉에 뭐뭐뭐 잔뜩 있었는데 모두 이 친구의 건강을 고려한 아내의 배려로 장만한 웰빙음식거리다.

 

내가 묵자고 사온 불로막걸리도 '느림막걸리'에 뒤로 밀리고, 우리 일행이 준비해 온 과일이며 고기마저 모두 뒤로 밀려났다.

그참, 퇴근 후에 준비하자면, 이 친구 역시 경황이 없을터인데 과연 캠핑매니아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언제 그렇게 후다닥 준비했는지 가끔 캠핑 다닌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그 수준을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았다.

 

  고기도 한 점 한 점 기름기를 제거한 뒤 일일이 후추와 소금 간을 맞추며 마치 고기 전문가 같은 포스로 구워댄다.

싱겁지도 짜지도 않은 채 먹기 딱 좋다. 얼마나 많이 준비를 했던지 이 친구가 사다 놓은 등심도 다 구워 먹지 못했다.

물론 손교감이 준비한 돼지 삼겹살과 목살은 외면을 당한 채 뒷전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그덕에 갈 때 손교감이 날 먹으라고 알뜰하게 또 챙겨 주기까지 한다. 이래저래 나는 오늘 호사하는 날이다.

 

모두 오랜만에 만난지라 정담을 많이 나누었다.

산간지역이고 봄밤이라 밤이 늦은 시간엔 다소 쌀쌀 맞기는 했지만, 워낙 분위기가 좋아 실컷 먹고 잘 쉬었다.

혼자 남겨 놓고 오기 다소 아쉬웠지만, 이 친구는 늘 이렇게 사는 친구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금요일 밤이고 내일은 휴일이니 내일 아내랑 갓바위 갈 약속만 없었다면 함께 있고 싶었다.

아쉬웠지만, 앞으로 이런 시간을 자주 갖기로 약속하고 모두 김교감 차에 올랐다.

 

야영장에 도착했을 때 빠알갛게 물든 노을이 어느덧 밤이 어두운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야생마처럼 자연의 일부에 속해 살아가는 김쌤을 남겨 두고

올라오면서 허기졌던 배를 잔뜩 채우고 내려간다.

 

김교감쌤 운전하느라 수고 많으셨고, 박교감, 손교감 덕분에 오늘 하루 매우 즐거웠오.

그리고 김쌤 준비하고 여러가지 챙겨 먹이느라 고생 많이 했대이~~~^^^

항상 오늘처럼 막걸리도 마셔가며 늘 그렇게 즐겁게 생활하기를 바랄께!!!

다음에는 오늘 오지 못한 박교감도 함께 동참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