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 산행에 이은 불국사 탐방기
1부.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 산행
(624m)
■ 언제 : 2014. 10. 05.(일)
■ 어디로 :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 불국사 탐방
■ 누구랑 : 아내
■ 산행 경로 : 암곡탐방지원센터 – 0.4km – 암곡갈림길 – 1.4km – 경주 ‘25-14’지점 – 1.7km – 무장봉 – 3.0km – 무장사지 갈림길 – 2.0km – 암곡갈림길 – 0.4km – 암곡탐방지원센터
■ 도로변 2km 지점에 승용차 주차, 도로변 주차 후 도보로 버스 승강장까지 이동, 18-1번 암곡마을 주차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
■ 주차장에서 암곡탐방지원센터까지 들길따라 2km 정도 이동
무장산 가기 위해 걸은 거리는 대략 13~14km 쯤 될 것 같음
흔적
어제는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내 사랑하는 형님의 둘째 아들 훈이가 다복한 집안에서 예쁘게 자란 어여쁜 아가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얼마나 이쁘고 아름답고 착하던지 마치 내 며느리를 보는 냥 기분이 좋고 또 좋았다. 형님 내외분이 평생 어질고 착하게 살아온지라 첫째 며느리도 그렇고 어제 본 둘째 며느리까지 복덩이가 호박 째 굴러 들어온 것 같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잔치 끝나고 손님 뒤처리를 한 후 형님과 둘이 앉아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정담을 나누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또 기울였다.
목감기가 기승을 부려 몸이 온전치 않음에도 어젯밤 기분이 좋아 술을 거나하게 마셨더니 오늘은 산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이불 속에서 빠져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 데 아내가 오늘 산에 가겠나 하고 슬쩍 운을 띠운다. 그러자 내가 대뜸 내 뱉은 말이 오늘은 산에 가기 힘들 것 같으니 그냥 집에서 쉬자고 했다. 그렇게 얘기하고 나서 1시간 쯤 이불을 둘둘 말고 눈을 뜬 채 TV를 보고 있노라니 몸이 살살 살아나는 것이 험한 산 깊은 곳이 아니면 가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디가 좋을까? 잠시 궁리를 하다가 오늘 컨디션으로 보아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이면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무장봉이면 갈만할 것이다. 경주면 그리 먼 곳도 아니고 더구나 대구 가까운 곳에 억새가 유명하다는 무장봉이 있으니 그리로 가면 아주 적당할 것이라 여겨졌다. 마음이 여기에 이르니 불편하던 몸은 아랑 곳 없고 길 떠날 채비도 하기 전에 가을바람에 살랑대는 은빛물결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무장산 공영주차장까지 1시간 30분 쯤 예상을 하고 갔는데 막상 무장산 근처에 당도하니 도로에 차가 밀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차량이 정체되어 있다. 해병대 복장을 한 현역 군인이 아닌 주차관리 요원들이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내리란다. 이미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을 보니 끝이 안보였다. 아니, 경주 무장산의 갈대가 얼마나 유명하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지 의구심이 먼저 생겼다. 대구 가까운 곳의 억새라면 당연히 영남알프스라 일컫는 간월산과 신불산 그리고 재약산에 있는 사자평이 있지 아니한가? 기왕지사 억새를 보자면 경주보다는 그쪽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억새를 보기 위해 경주에 이렇게 많은 산객이 들끓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막상 가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지만, 도로변에 주차해 놓은 끝없는 차량 행렬을 보았을 때만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경주 무장봉을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산길이 순하고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사람들이 접근하기 가까운 곳이고 주변에 무장봉 외 다른 관광지를 들릴 곳이 많다는 경주의 문화적인 특징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짐작이 든다.
어쨌거나 우리는 무장봉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주차 관리를 하는 분들이 시키는 대로 무장사지 공영주차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타러 내려갔다. 도로 버스 승강장까지 10여분을 내려오니 18번 버스가 막 떠나려 하고 있어 집사람과 나는 버스를 놓칠새라 빠른 걸음으로 뛰어가 겨우 만원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자기 몸집보다 더 많은 사람을 싣고서 좁은 골목길을 곡예 하듯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 나갔다. 이렇게 버스가 도착한 곳은 암곡마을 주차장까지였다. 마을 주차장에 내려 무장봉으로 가면서 보니 무장사지 공영주차장엔 이미 차량 1대 주차할 여유 공간 없이 수없이 많은 차량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주차장이 꽤 넓더니만 아무리 넓어봐야 갖다 대는 차량이 많으니 속수무책이다.
수수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나락이 누렇게 익은 황금벌판을 따라 들머리인 암곡공원지킴터로 간다. 암곡마을을 들머리로 무장봉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이 있다. 무장사지 계곡코스와 무장봉 능선코스가 있다. 첫 번째 경우는 거리가 멀지만, 먼 대신에 산행이라기보다 산책길에 가까운 비교적 쉬운 길이고, 두 번째 코스는 그래도 산행을 왔다면 조금이라도 땀을 좀 흘리는 맛이 있는 길이다. 그러니 땀을 조금이라도 흘리고 싶다면 계곡코스 보다는 능선코스를 선정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옆에 있는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코스 확인을 위해 여쭈어보니 역시 산행을 하자면 능선코스가 좋다고 권장을 해 주신다. 안내판을 보고 이미 능선코스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지라 두 말할 나위 없이 무장봉 능선코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무장봉을 향해 가노라니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오고 갈림길이 나오자 우리는 계곡코스 방향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바로 우회하여 능선으로 가는 길을 따라 갔다. 마치 산책길 같은 편안한 길을 조금 더 걷다 보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되는 오르막 계단길이 나타난다. 땀을 좀 흘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힘들어봤자 대략 0.8km 정도면 힘든 코스는 모두 끝나니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다. 총 산행거리 9km 쯤 되는 거리 중에서 대략 0.8km 정도만 힘쓰면 나머지는 식은 죽 먹기다.
오늘은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분다. 간간이 눈에 띄는 야생화는 바람이 불어 찍기가 매우 불편하다. 가을이 익어 가는 계절이라 그런지 그렇게 특별한 놈은 보이지 않고 가을을 대변하는 구절초랑 쑥부쟁이류만 잔뜩 눈에 띈다. 이 친구들은 가을의 전령사라 가을 산행을 다니다보면 질리도록 본다. 그래도 산행을 할 때면 이 친구들이 있어 외롭지 않고 힘이 되어 준다. 이 친구들은 다 같은 것 같아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조금씩 모양과 분위기가 다르다. 여기는 흰구절초와 분홍구절초가 서로 섞인 것들이 자주 보이고, 쑥부쟁이는 종류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초입에는 무더기가 크고 꽃은 자잘한 미국쑥부쟁이가 진을 치더니 위로 갈수록 개미취와 좀개미취, 개쑥부쟁이가 주류를 이루고 정작 쑥부쟁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들은 있었는지 봤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들도 구별이 꽤나 까다로운 친구들이다.
정상 능선에 접어들 무렵 억새가 나부끼기 시작하더니 곧 넓은 고원인 대평원이 펼쳐진다. 경주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작년에 우리학교 교감이 무장산 억새가 끝내주더라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지만, 이런 광경이 펼쳐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무려 148만m2의 넓은 평원에 이렇게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니 과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주라면 심심찮게 드나드는 곳이건만 이토록 모르고 지냈다니 아둔함에 그저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경주 무장봉은 경주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해발 624m의 산에 불과하다. 비록 국토정보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표기되어 있지 않으나 억새 군락과 '선덕여왕',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촬영지로 유명세를 톡톡히 타고 있다. 동대봉산 무장봉의 억새가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초 무장봉 정상부에 젖소를 키우던 오리온 목장이 1996년 문을 닫으면서 광활한 평원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점차적으로 억새가 자리 잡았다고 한다. 탐방지원소에 근무하시는 분의 입을 빌자면 산정부의 평원에 있는 전봇대랑 갖가지 시설물을 모두 제거하고 난 후 억새 군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오늘과 같은 대단위 군락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집에서 길을 나설 때는 몰랐는데 경주 무장봉에 오니 바람이 몹시 거칠다. 산정부의 넓은 평원에 가득한 키 큰 억새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한다. 얼마나 요란하게 나부끼는지 으악새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싶어 ‘으악’ ‘으악’하면서 나부끼는 소릴 듣고자 했으나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으악새가 슬피 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은어 떼의 비늘이 수면 위에 비치는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처럼 무장봉 억새 무리가 햇빛에 반사되어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물결은 과연 천하가 부럽지 않은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한 광경이다. 억새가 일렁이는 가을바람에 무장봉을 찾은 여심은 봄 눈 녹 듯 일시에 녹아내리며 무장해제가 된 듯하다. 아낙네들은 연신 황홀한 비명을 지르며 즐거움에 체면 따위는 아랑 곳 없다. 무장봉의 억새 바람에 남·녀가 구별이 없고 애도 어른도 매양 한 가지다. 자연 앞에 인간은 그저 어린아이와 같다.
정상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물결에 휘감겨 한참을 노닐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딱 그 짝이다. 이제 볼 만큼 봤고 즐길 만큼 즐겼으니 한시 바삐 내려가야겠다. 시간이 남으면 경주에 온 김에 오랜만에 불국사라도 들러 볼 심산이다. 경주에 더러 방문을 했어도 불국사는 애들 수학여행 인솔 차 다녀 간 것이 전부라 여물게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일삼아 좀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다. 그렇게 불국사를 들리겠다는 생각이 들자 걸음이 절로 빠르게 움직인다. 내려오면서 무장봉의 마지막 볼거리 무장사지와 삼층석탑을 빼 먹을 수가 없어 꼼꼼하게 살펴보고 촬영도 야무지게 했다.
암곡마을 주차장에서 18번 버스를 타고 우리가 주차한 곳으로 가자니 아침에 그렇게 많던 차들이 언제 빠졌는지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차는 내 차를 비롯해 몇 대 남지 않았다. 그런데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도착해 보니 우리가 주차한 곳보다 훨씬 더 먼 곳에도 아직 빠져 나가지 않은 차량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아마, 우리가 주차한 뒤로도 끊임없이 차량들이 밀려 들었나보다. 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들끓었지만,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 행렬도 장난이 아니다.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임을 와서 보고 나서야 새삼스럽게 그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대구에서 멀지 않은 곳,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밭에 반하고 그 여운을 몰아 불국사로 차를 돌린다.
사진으로 보는 무장봉 탐방기
단풍철과 억새가 한창인 시즌에는 아침 일찍 도착해야 무장사지 공영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하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차량이 북새통을 이루는지 주차 관리하는 사람들의 통제로 도로변 멀찍이 차를 주차하고 18-1번 버스를 타고 암곡마을로 이동하였다.
무장산은 사극 '선덕여왕'과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촬영한 장소로 유명하다.
공영주차장에서 암곡탐방지원센터까지 대략 2km 남짓 되는 들길을 걸어간다. 키 큰 수수가 무르익은 채 고개를 숙이고 바람에 휘날리는 시골스런 풍경이 참으로 정겹게 느껴진다.
갈대가 아닌 달뿌리풀 같아 찍었는데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야말로 농촌은 지금 황금물결이 출렁이는 수확의 계절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황금들녘을 따라 걷는 산객이 많다. 동대봉산 무장봉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 곳인줄 오늘 와서야 알게 되었다.
이정표가 시키는대로~
미국쑥부쟁이인지 불확실~
찔레꽃열매
공영주차장에서 여기 암곡탐방지원센터까지 대략 2km 쯤 될 것 같다.
암곡탐방지원센터에서 무장봉 능선코스로 가면 무장사지로 가는 길보다 힘은 조금 더 든다. 그러나 능선코스도 대략 0.8km 정도만 오름길을 오르면 나머지는 평이한 길이다. 무장사지로 가는 길은 산책코스로 산행의 묘미는 전혀 없는 길이니 조금 힘들더라도 능선코스로 가는 것이 좋다.
아래 도표에서 보듯이 능선코스도 일부 구간만 오름길이라 그 길만 오르고 나면 유유자적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시작은 계곡에 흐르는 물을 거슬러 평이한 길을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모두 미국쑥부쟁이인가 보다.
꽃향유의 보랏빛 색감은 무턱대고 셔터를 누름에도 색깔이 참 곱게 나온다.
미국쑥부쟁이???
여기가 암곡갈림길이다. 능선코스로 가는 조금 힘이 드는 곳으로 가자면 우측으로 방향을 설정한다. 곧 바로 가면 무장사지로 가는 편안한 계곡코스다.
현위치에서 경사형 탐방로로 go go~~~ 더 쉽게 가고 싶으면 좌측 완만형 탐방로를 이용하면 된다.
본격적인 오름길 직전의 휴식처에 있는 이정표. 무장봉까지 남은 2.8km 모두가 오름길이 아니고 힘든 오름길은 이 지점에서 대략 0.8km 쯤 된다. 무장봉은 이쪽으로 와 30분 쯤 힘들게 올라야 그래도 산행한 표시가 나는 곳이다. 완만한 길은 산행을 떠난 사람으로서는 다소 싱거우리라 여겨진다. 이 길도 30분 쯤만 올라가면 나머지는 트레킹 코스 수준으로 보면 된다.
오름길이 시작되는 길이지만, 경사가 그리 크게 험한 곳은 아니다.
25-15 지점까지 오면 힘든 곳은 모두 끝났다. 이정표상 거리는 0.6km 정도만 올라오면 끝이네. 물론 본격적인 갈대숲이 드러나기 전까진 오르락 내리가 하지만 힘든 정도는 아니니 우려할 필요까지는 없다.
나는 능선에 올라 이런 길을 걷노라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을 맛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힘들게 올라와 이런 길을 걷노라면 더 없는 행복함에 할 말을 잃는다.
길섶으로 억새 무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마 정상이 멀지 않았나보다.
0.6km쯤 힘들게 올라오고나니 이렇게 평화로운 길이 연이어 이어진다. 무장봉은 사람을 참으로 평안하게 하는 걷기 좋은 길이다.
분홍빛을 머금은 구절초와 하얀 빛깔이 청초한 구절초가 무리지어 보이기 시작한다.
붉게 익은 찔레꽃열매가 탐스럽다 못해 앙징맞다.
키가 낮은 것이 좀개미취에 가까운 것 같은데 쑥부쟁이류도 참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엷은 분홍빛을 띤 구절초가 많이 보인다.
이놈은 하얗게 피어 청초함과 순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구절초
드 넓은 억새 평원이 펼쳐지고 그 위로 무장봉 정상이 보인다.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 오늘은 날씨가 맑고 푸르렀지만, 바람이 거세 꽃 사진 찍는데 애로가 많았다.
바람에 휘날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여인네의 마음이랄까? 푸른 하늘 밑에 고개를 내밀고 유혹하는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가 이러할까???
무장봉 정상으로 가는 길엔 아예 통행로가 두 줄로 나 있다. 오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산객이 오가고 있다.
대구 가까운 곳의 억새밭 평원은 대체로 다 가보았지만, 여기도 가까운 곳 요량하고는 억새평원이 꽤 넓다. 영남알프스 지역의 간월재, 재약산 사자평, 창녕 화왕산 모두 가봤지만, 여기도 거기 못지 않다.
이 억새평원은 당초에는 목장이라고 한다. 목장이 사라지고 평원에 박힌 전봇대라든지 인위적인 시설을 제거하고 나서 억새밭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초지가 148만㎡라고 하니 447,714평이다. 경주에 이렇게 크고 넓은 억새 평원이 있었는데도 방문이 늦어도 많이 늦었다.
가만히보니 사람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억새밭 숲속에 군데군데 사람이 들어 앉아 있다. 억새를 뭉개고 깔고 앉아 자리를 잡았다. 몹쓸 사람들 같으니라고~~~
저기 전망대가 보이는 곳이 무장봉이다. 사람이 억새만큼 빡빡하다.
바람이 불어 한시도 억새가 가만히 서 있을 겨를이 없다.
은어떼의 은빛 비늘이 수면 위로 떠올라 햇빛에 투영되는 모습이 이러하지 않을까요.
억새평원 사이로 산객이 다닐 등로가 잘 다듬어져 있다. 억새숲에 들어가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이런 길이 필요할 듯~
자, 이제 전망대에 올라볼까나~
무장봉에 올라서기 전에 뒤돌아 대단위 억새평원을 조망한다.
바람은 불었지만, 햇빛은 좋아 출렁거리는 억새물결이 햇빛에 반사되어 그야말로 은빛물결을 이루는 장관을 연출한다.
나도 손가락 'V.해볼까? 영 어색하네~~~ 그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만.
빈 정상석을 한 장 찍자니 도무지 틈이 나지 않는다. 기다렸다 다음 사람이 나서기 전에 얼른 겨우 한 장 찍었다.
내친김에 앉아 인증샷도 한 방 날리고~
아내랑 함께 찍어도 본다.
무장봉에서 무장사지로 하산하는 길은 안내판에서 보듯 포항과 감포, 양포를 조망하며 내려간다. 그러니 올라올 때 이쪽으로 오지 말고 내려갈 때 이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무장봉에서 무장사지로 발걸음을 옮기며 지나온 억새평원을 보고 또 본다.
오늘 가을꽃은 구절초랑 쑥부쟁이류 외에는 큰 재미가 없다. 숲속에 뒤엉켜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자라는 산부추가 이쁘다.
억새와 산마루가 이루는 물결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아무 생각없이 걷고 또 걷는다.
함월산을 배경으로
분홍빛이 감도는 구절초
마타리가 아직 남아있네~
두번 째 눈에 띈 산부추
하얀구절초와 분홍빛 구절초가 억새 무리 사이에서도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산정에 올라서면 저 멀리 하늘 아래 그려진 마루금을 보는 모습이 참으로 흐뭇하기만 하다.
이쪽은 양포방향인가?
이제 서서히 억새평원을 벗어나 무장사지로 가는 길이다.
요놈은 까실쑥부쟁이렸다.
올 해는 어느 산을 가나 수리취는 심심찮게 만난다. 난 이녀석을 보면 웬지 든든하고 마음이 흐뭇함을 자주 느낀다.
요놈들도 서로 붙어 부둥켜 안고 있는데 연리지로 봐 주어야겠지.
포항인가? 구룡포 방향인가?
정영엉겅퀴도 만나고~
미국쑥부쟁인가 싶은데 떼거리로 자라고 있다.
명아자여뀌인가 싶은데 잎에 반점의 모양이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싶어 알아 보았더니 개나리라네요. 뭔가 특별한 나무를 하나 발견했나 싶었더니 ~~~ 이 계절에 산중에 웬 개나리말 말인가?
수크령
가는 줄기가 덩굴로 휘감았길래 일반적인 투구꽃은 아니다 싶어 찾아 보았더니 아무래도 '놋젓가락나물'인 것 같아 보인다.
계곡에 아직 많이 자라고 있는 궁궁이란 식물이다.
무장사지로 간다.
절터인가 보다.
통일신라시대 이후로 보인다는 무장사지 삼층석탑
보물이다.
아미타불 조상 사적비
기단은 거북상으로 조형되어 있다.
꽃향유는 제법 눈에 많이 보인다. 이놈은 사진을 대충 찍어도 보랏빛 색상이 참 고운 녀석이다.
우리가 하산한 이 길은 계곡코스로 새로 만든 길인 것 같다.
가을 가뭄이라 그런지 수량은 충분치는 않지만, 그래도 발을 담굴 정도는 충분하다.
꽃향유의 색깔이 이뻐 자꾸 찍는다.
계곡에는 궁궁이가 어김없이 큰 세력을 자랑하며 자라고 있다.
나무뿌리가 바위를 못살게 군다. 지 살려고 바위를 쪼개고 감싸안고 있지만, 바위가 뭉개지면 지도 뭉개질텐데~~~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산행을 마치고 이제 초입으로 다시 돌아간다. 오늘 하루 경주 무장봉은 우리부부에게 크나 큰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불국사 탐방기는 '여행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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