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댕기해오라기
■ 언제 : 2023. 08. 14.(월)
■ 어디 : 경산 여기저기
■ 누구랑 : 혼자
■ 탐조 내용 : 검은댕기해오라기(성조와 어린새), 깝작도요, 민물가마우지, 쇠물닭(성조와 어린새),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황로
오늘은 경산 여기저기 둘러봤다.
뭣을 기대하고 간 게 아니라 그동안 밀린 숙제하는 기분으로
그저 확인차 둘러봤다.
새홀리기 출현 장소부터 먼저 갔다.
예상했었지만 그림자도 안 비친다.
올해도 왔는지 아니면 기수를 다른 곳으로 틀었는지 현재로선 종잡을 수 없다.
새홀리기에 대한 기대감은 가볍게 접었다.
작년에 재미 봤던 해오라기나 보러 가자며 자리를 떴다.
그런데 이 녀석도 두문불출이다.
쇠물닭도 있더니만 얘도 코빼기도 안 보인다.
오늘 두 번째 '꽝'이다.
마지막으로 안심습지로 갔다.
흰날개해오라기와 덤불해오라기가 보일 때가 됐기 때문이다.
습지에는 중대백로와 황로가 활개치고 멀리서 쇠물닭이 꼬물거리는 모습만 보인다.
오늘은 해오라기류도 보여주지 않을 모양이다.
그냥 갈까하다가 검은댕기해오라기가 잘 놀아준다는 소식을 접한게 있어
빈손으로 가기 섭섭해 녀석이 있는 곳을 찾아 갔다.
바로 해오라기류가 있던 건너편 금호강둑길에 있었다.
거기였다면 바로 건너편이었는데 어딘지 몰랐으니 쓸데없이 고생을 할 수밖에
두 마리가 놀아주는데 한 마리는 성조이고 다른 한 마리는 어린새보다 조금 더 성숙해 보이는 개체였다.
다른 곳에선 더 놀 때도 없고 얘들과 씨름하며 놀았다.
짜슥, 물고기를 얼마나 못 잡는지 보는 내가 더 답답하고
물고기 한 마리 낚아채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자니 하세월이다.
보 위로 뛰어오르는 피라미를 노리기 위해 길목을 지키고 있었지만
피라미는 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번번이 녀석의 턱밑에서 떨어진다.
짜슥, 그 정도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만도 한데 돌부처처럼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그런 녀석을 기다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내가 더 대단타.
저도 답답고 나도 답답다.
시동마저 끄고 기다리자니 차창안으로 따가운 햇살이 그대로 투영된다.
에어컨 바람도 꺼졌는데 어찌 보면 녀석보다 이런 내가 더 대단타.
저 녀석은 저런 행동이 일상이지만 나는 아직 단련이 덜됐다.
더워 죽겠고 지겨워 죽겠는 것을 보니
밉다고 황로는 강둑 길섶까지 나와 먹이를 사냥한다.
차 안에서 쥐 죽은 듯 가만있으니 멍청한 녀석이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고
운전대 바로 앞까지 어슬렁거리며 다가온다.
차창너머 사진을 찍을 수도 없는데
짜슥, 마치 아는 듯 약 올린다.
안면 있는 한 분이 다가왔다.
여기 녀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오신 분이다.
자리도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곳이 명당이라 여기 와서 찍으시라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갈 시간도 됐고 더 있어 봤자 그게 그걸 거 같았다.
짜슥, 가기 전에 내가 물속에 들어가 고기 몇 마리 잡아 던져 주고 가고 싶더라만
그래도 나보단 네가 더 안 낫겠나.
더운데 하던대로 하며 고생하거라.
나는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