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두바퀴의 즐거움, 자전거에 빠지다
한국교직원신문 2012-04-09
자전거 인구 500만 넘어…동호회도 활발
이달 22일 1757km 종주 자전거길 개통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마니아다. 두 다리로 몸을 밀어 산천을 달렸고, 거기서 얻은 풍경과 인정의 말들을 글로 남겼다. 몸으로 쓴 글은 시간이 흘러도 온기가 남는다. 베스트셀러가 된 ‘자전거여행’은 그래서 흙냄새 사람냄새로 살아 꿈틀댄다. 사람을 들뜨게 한다. 몸에 새겨진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안장 위로 오르게 한다. 그렇게 자전거에 빠져든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자전거 인구는 어느새 500만명을 넘어섰다.
완연한 봄기운이 돌기 시작한 지난 주말, 한강변이 그 자전거 마니아들로 북적대기 시작했다. 건각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무리지어 아지랑이같은 웃음을 쏟아냈다. 바야흐로 자전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없이 단순한 이 아날로그 방식의 탈 것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초 자전거는 교통수단의 하나로 등장했다. 바퀴로 굴러가는 것이니 그 기원이 바퀴가 처음 등장한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법도 하다. 하지만 의외로 자전거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고작해야 200년 정도? 1791년 프랑스의 귀족 콩트 메데 드 시브락이 만든 두바퀴 목마를 기원으로 보기도 하고, 1817년 독일의 칼 폰 드라이스 남작이 개발한 것을 시초로 삼기도 한다. 물론 목적은 말이 끌지 않는 편리한 교통수단의 개발이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한 운동수단으로 더 자전거를 애용한다. 페달밟기가 무릎에 무리를 주지 않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이다. 운동 효과도 걷기보다 2배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앉아서 타기 때문에 관절로 가는 체중이 분산돼 하체 관절에 이상이 있거나 골다공증 환자, 여성, 노약자에게도 무리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도 온 몸의 근육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이기 때문에 타기 전 충분한 발목, 팔목 스트레칭은 필수. 김포에서 여의도로 10년째 ‘자출’을 하고 있는 ‘김달자’(김포를 달리는 순박한 자전거)의 창립멤버 이태원씨는 “무엇보다 자신의 몸에 맞는 자전거를 선택하고, 안장과 핸들바 등을 자신의 체구에 맞도록 조절해야 부상도 방지하고, 운동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안장은 걸터 앉아 다리를 쭉 뻗었을 때 양 발이 지면에 닿을 정도가 좋고, 핸들은 팔꿈치를 가볍게 굽혔을 때 잡히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라이딩에 푹 빠진 사람들은 물론 건강을 우선으로 꼽지만, 레저로서의 매력 또한 빼놓지 않는다. 동호회나 무리를 지어 사람들과 함께 하는 라이딩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 속에서 사람을 알고, 즐거움을 공유하며 세상을 배우는 것이다. 심신의 자유를 만끽하고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라이딩도 좋지만 혼자 고고히 즐기는 라이딩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전거의 매력인 느림의 미학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부류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자연 속으로,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과 조우하고, 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의 경지가 그렇다.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 던지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은 풍경 쪽으로 건너간다. 나는 몸과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나기를 바란다. 말들아, 풍경을 건너오는 새 떼처럼 내 가슴에 내려 앉아다오. 거기서 날개처럼 퍼덕거리며 날아올라다오.”
4월은 자전거 레이서들에게 축복의 시간이다. 오는 22일에 1757km의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열린다. 이를 기념하는 ‘대한민국 자전거 대축제’는 길목의 주요 도시에서 개최된다. 세계적인 사이클대회인 ‘뚜르 드 코리아’도 대장정을 기다리고 있다. 마니아가 아니라도 이제 자전거에 올라보자. 힘차게 페달을 밟고 싱그러운 봄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재학 기자
이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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