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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흰꼬리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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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꼬리수리 가자마자 만나는 행운을 얻었고 잃어버린 삼각대 소식도 들었다.

 

■ 언제 : 2021. 2. 4.(목)

■ 어디로 : 경산 모처

■ 누구랑 : 아내랑

 

 

오늘 사실은 흰꼬리수리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니다.

잃어버린 삼각대를 찾으러 갔다.

 

분실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나흘이 지나고 삼각대가 없어짐을 알고

닷새만에 찾으러 갔다.

 

있을 리 만무하다.

수리 찍는 곳에서 분실했다면

함께 촬영하던 사람 중 누군가 주워 보관하고 있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집으로 가던 중 강변 둑에서 나 홀로 큰고니와 오리를 찍고 사진기만 챙기고 온지라

되찾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했다.

 

나흘동안 새를 찍지 않았기에 삼각대가 없어진지도 몰랐다.

어제 아내한테 수리부엉이 보여 주러 갔다가 그제야 없어진 줄 알았다.

 

헛걸음 할 요량하고 느긋하게 마음 먹고 갔다.

삼각대를 찾을 거라는 희망은 아예 포기했다.

 

삼각대를 버리고 간 곳은 휑한 강바람만 불었다.

가슴 속으로 스며든 바람이 생각보다 차갑다.

희망을 버리고 갔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은 없지 않았던 모양이다.

 

여기까지 온 김에

아내한테 수리가 있는 현장을 보여 주기 위해 늘 가던 곳으로 갔다.

늦은 아침이었지만 수리 촬영 현장엔 벌써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수리가 나타난 모양새다.

 

수리가 있었다. 삼각대를 잃어버린 그 날 본 그 자리에 앉아있다.

녀석을 보기 위해 많이도 갔건만 아침에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각대고 뭐고 수리한테 정신이 팔려 허겁지겁 사진기를 꺼내 촬영에 몰입했다.

 

오늘은 비교적 거리감도 좋았다.

삼각대가 없어 손각대로 찍었지만 사진이 곧잘 나올 것 같은 예감마저 들었다.

수리를 촬영하며 함께 찍던 분들한테

슬그머니 삼각대를 분실했단 말을 하며 혹시 뭐 들은 소식 없느냐며 물었더니

여길 자주 오시는 한 분께서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을 전해준다.

 

본인이 잘 아는 사람이 챙겨 놓았다며 사양을 대충 얘기하는데

딱 들어 봐도 내 것이 맞았다.

이런 대운이 있나!

100%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삼각대를 이렇게 쉽게 찾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보관하고 있는 사람의 전화번호도 가르쳐주며 전화까지 연결해 주었다.

오늘은 근무 중이라 토요일날 만나기로 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밀려온 감동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느긋했던 감정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소식을 알려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발하며

애써 흥분된 마음을 감추었다.

 

수리는 오늘 좋은 자리 좋은 위치에서 찍었는데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손각대로 찍어서 그런지

막상 집에 와 펼쳐보니 그리 만족할 만한 그림은 아니었다.

노이즈도 심하고 선예도도 별로다.

찍을 때 느낀 감정과는 별개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토요일 삼각대를 찾고 수리를 다시 만난다면

올해 마지막으로 한 번 잘 찍어보고 여길 아듀할 생각이다.

올 겨울 비교적 내 사는 가까운 곳에 욘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겨울 한 철 잘 보냈다.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고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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