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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홍여새와 황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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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보고 싶었던 여새들, 원 없이 봤다.

 

■ 언제 : 2021. 3. 13.(토)

■ 어디로 : 포항

■ 누구랑 : 혼자

 

 

 

참말로 보고 싶었다.

쇠부엉이 찍다가 주변 사람들한테 얘들이 있는 곳을 어렴풋이 듣긴 했는데

거기가 어딘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자세하게 일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가기엔 너무 불분명했다.

그런데 지난번 쇠부엉이 찍으며 서로 통성명을 나눈 분한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요즘 내가 쇠부엉이 촬영 장소에 보이지 않으니까 궁금하기도 했고

모르고 있다면 얘들이 있는 장소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전화를 했던 것 같다.

 

여새가 어디있는지 정확한 지점을 잘 모르겠다고 하니

친절하게도 얘들이 있는 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일러주었다.

메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듯 환희의 물결이 쏟아졌다.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날이 밝기만 기다렸는데 아뿔싸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내린다.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정말 하루 종일 비가 내릴 줄은 몰랐다.

쏟아붓는 비는 아니었지만 가기엔 좀 그랬다.

 

오늘은 구미에 친구 자혼이 있다.

얘들 보러 꼭 가야 하는데 잔치를 보고 가자면 아무래도 늦을 것 같다.

29명분의 축의금을 받아둔 터라 코로나 핑계를 대기도 그랬고,

굳이 핑계를 댈 이유도 없이 이 친구 자혼은 가야만 했다.

뇌졸증이 와 구사일생으로 회생했지만 아직 친구의 상태가 온전치 않다.

새를 못 찍더라도 코로나로 인해 하객들도 많지 않을 터 가서 혼주 얼굴이라도 봐야만 했다.

 

내일은 진즉 세 부부의 황매산 산행 선약이 잡혀있다.

잔치를 보고 늦긴 했지만 아무래도 오늘 아니면 못 볼 것 같다.

욘석들이 금방이라도 캄차카로 날아갈 것만 같다.

 

이 녀석들은 언제 갈지 모른다.

지금 먼 고향으로 날아가고 있거나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잔치 끝나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지만 지들마냥 날아서라도 가야했다.

 

다행히도 욘석들이 있는 곳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지인이 일러준 곳으로 가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찍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새가 지금 내 눈 앞에 날아 다니고 있는 장면을 목도하는 순간이다.

꿈만 같았다.

얼른 삼각대를 펴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꽁지 깃이 노랗고 빨간 황여새와 홍여새가 내 눈앞에 왔다갔다 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 개체 수도 많았다.

이미 익숙한 만남이 있던 연세 지긋하신 분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연출하시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사과와 곳감, 귤이 달린 연출 장소에 나타난 녀석들부터 우선 담았다.

처음 만났기에 똥오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앵글에 넣기 바빴지만,

어느 정도 찍고나니 다소 여유로움까지 생겼다.

다급하게 담았지만 적당량 촬영 하고 난 뒤엔 포만감까지 들었다.

맹수가 포식하고 난 뒤 가진 여유로움이랄까 뭐 그런 기분이다.

 

이젠 느긋한 맘으로 주변 과수에 앉은 새를 집중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사진은 연출보단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좋다.

고맙게도 욘석들이 크게 나부대지 않고 포즈도 잘 취해준다.

거리감도 꽤 좋다.

 

최고조의 만족감을 얻었다.

금상첨화랄까 주변 통신탑엔 까치 둥지를 빼앗은 황조롱이 둥지도 있다.

두 마리가 함께한 모습까지 담을 수 있었고,

수컷은 쥐를 한 마리 잡아 포식하고 있는 장면까지 담을 수 있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었다.

 

도착한 시간이 다소 늦은 감 없지 않지만

오늘 수확량은 최고조다.

무엇보다 올 겨울이 가기 전에 이 새를 꼭 한 번 만나봤으면 소원했는데

결국 만났고 소원풀이를 했다.

 

지금 얘들은 이동 시기라 자칫하면 또 한 해를 넘겨야 볼 수 있다.

얘들이 있는 곳을 가르쳐준 분이 너무 고맙다.

다음에 만나면 고마웠다고 단디 인사해야겠다.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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