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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1

창원 주남저수지, 철새가 있는 겨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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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의 철새가 있는 겨울 풍경

 

 

언제 : 2018. 1. 23.()

어디로 :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누구랑 : 아내랑



흔적

 

올 겨울방학은 새들과 친분을 갖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해다.

새랑은 그저 곁눈질만 하다가 2018년 황금 개띠 해에 이르러 친분을 갖게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산 우리 들판을 누비고 다니며 우리 풀 우리나무 알기에만 전념했을 뿐

새랑은 다소 동떨어진 생활을 했던 것이다.

 

201681일 금호지구로 이사를 오면서 틈새 시간을 이용하여

금호강변 자전거 길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사진기를 둘러메고 강가를 거닐 때면 자연스럽게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백로와 오리의 모습이 눈에 띄곤 했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롭게 보여 강가에 갈 때면 아예 작정하고 사진기를 챙겨

새들이 노는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개인 화기를 소지하듯 가지고 다니던 18-55mm 표준줌렌즈(번들렌즈)

새들이 노는 모습을 담기엔 축계망리(逐鷄望籬)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닭 쫓던 개 마냥 새들을 바라보기만 하던 차에 어느 날인가

드디어 그렇게도 염원하던 니콘 18-300mm 슈퍼줌렌즈를 구입하는 행운을 맞게 된다.

 

슈퍼줌렌즈를 구입하니 마치 세상을 내가 다 가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새 렌즈를 구입하자마자 산으로 갔다가 강으로 갔다가 바쁘게 움직였다.

풍경은 물론이거니와 꽃도 찍고 강가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새도 찍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슈퍼줌렌즈로 보는 세상은 많이 달랐다.

강 건너 노니는 하얀 색깔의 백로는 모두 백로인 줄만 알았는데 사진으로 찍고 보니

다리가 까만 중대백로가 있는가 하면, 까만 다리의 윗부분만 연노란 대백로가 있었다.

부리와 다리는 검은색이며, 발바닥은 노란색인 쇠백로까지 구분이 가능했다.

렌즈를 통해 육안으로 보았던 백로가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것을 알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내가 살고 있는 금호강변 주변의 백로 무리는

같은 이름을 가진 것이 아니라 대백로, 중대백로, 쇠백로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새 렌즈가 나에게 알려준 이름이다.

 

멀리서 보던 오리도 다 같은 오리로 보이더니만 청둥오리 암·수가 짝을 지어 노닐고 있었고,

흰뺨검둥오리, 홍머리오리, 비오리와 같은 오리과도 난생 처음 대면했.

눈으로 확인 불가했던 것이 새로 구입한 망원렌즈가 철새들의 이름을 확실하게 가르쳐 주었다.

사진애호가들이 애써 고가 장비를 구입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금호강가에 주둔하는 이름 모를 새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자 재미가 생겼다.

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가 발동한다.

문득 대구수목원에 꽃 보러 갔을 때 새 사진 촬영하는 사람을 많이 본 기억이 났다.

그 생각이 나자마자 당장 대구수목원으로 달려갔다.

생전 처음 보고 들은 참새과의 밀화부리도 만났고,

연못에서 목욕하는 노랑텃멧새도 난생 처음 만났다.

박새와  딱새도 만나고 쇠딱다구리도 봤다.

재미가 나 이번 방학엔 걸핏하면 대구수목원을 제집 드나들 듯 들락거렸다. 

수목원은 꽃과 나무를 보러 갔건만, 이번에는 꽃이 아닌 새를 보기 위해 대구수목원을 드나들었다.

대구수목원 갈 형편이 안 되면 우리 동네 가까운 금호강변이라도 갔다.

내친 김에 110일엔 우포늪까지 갔었고,

급기야 어젠 창원에 있는 주남저수지까지 다녀왔다.

부지런을 떤 덕분에 올 겨울은 많은 새를 봤고 이름을 알게 되는 쾌거를 얻었다.


&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주남저수지는 그야말로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워낙 유명한 철새 도래지라 방학이 끝나기 전 꼭 한 번 다녀가리라 그 시기를 맞추고 있었다.

시기가 잘 맞지 않아 어제 갔는데 공교롭게도 어제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주남저수지는 예상대로 살을 에는 차가운 날씨와 매서운 찬바람이 불었다.

출발하기 전에 아내한테 중무장을 시켰고, 나도 무장을 단단히 했다.

무장을 단단히 한 덕인지 새를 보는 즐거움이 앞서 그런지

단 한 곳 노출된 얼굴이 찬바람을 그대로 맞아도 추운 줄 모르고 다녔다.

       

홈페이지 내용을 살표보니 주남저수지는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위치한 898ha의 광활한 면적과

109여 종의 다양한 철새가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다.

주남저수지의 철새도래 시기는 겨울철새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여름철새는 3월부터 10월까지 도래한다.

더욱이 주남저수지는 우포늪과 낙동강하구의 철새도래지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16여 종과 환경부 멸종위기 10여 종 등 수백여 종의 다양한 철새가 날아든다.

가히 철새들의 보고라 아니할 수 없다.

 

주남저수지 둑방 위로 매서운 칼바람이 분다.

철새들은 이 추위에 어떻게 견딜지 설핏 걱정된다.

허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정작 철새들은 이 정도 추위쯤이야 문제없다는 듯

유유자적하게 유영하며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다.

아내와 나는 저들의 모습을 보며 바라보는 즐거움만 가지면 될 것 같다.

 

둑 너머 저수지는 말 그대로 철새 천지였다.

한 눈에 봐도 암·수 정답게 노니는 청둥오리 무리가 저수지를 도배했고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또한 무리지어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다.

그밖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철새들이 저수지를 꽉 채우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오늘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까지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

큰고니는 우포늪에서 실컷 보고 왔으니 오늘은 기필코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를 봐야 한다.

군밤 장수 모자를 쓰고 옷깃을 단단히 여민 후 철새가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으며 둑 위를 걷기 시작했다.

물닭이 귀하게 보이고 주로 눈에 띄는 것은 큰고니와 청둥오리

그리고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민물가마우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추운 줄도 모르고 새 촬영에 혼을 빼앗긴 채 둑 위로 걸어가자니

아내는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는지 혼자 맘 편히 찍고 오라며 탐조대로 갔다.

 

, 속 편하게 재두루미 채식지로 갔다.

가는 길에 대백로의 여유로운 모습과 까마귀떼가 모여 있는 것 같아 보이는

민물가마우지만 잔뜩 보고 또 봤다.

집단으로 비행하는 민물가마우지의 군무를 마음껏 즐기며 가볍게 걸었다.

그런데 기다리던 재두루미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 마리 새가 하늘 높이 날아간다.

비상하는 새가 재두루미 같아 얼른 카메라를 갔다댔다.

멀리 있어 재두루미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혹시 노랑부리저어새라도 볼까 싶어 유심히 살폈지만 역시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는 인연이 없나보다 생각하며

아내가 추위를 피해 쉬고 있는 탐조대로 갔다.

탐조대 가까이 갔을 무렵 아내한테 카톡이 온다.

아까 오면서 봤던 주암카페에 있단다.

, 탐조대로 가 망원경으로 주암저수지 풍경을 바라본 후

아내가 있다던 주암카페로 갔다.

 

카페는 저수지와 어울릴 만큼 넓고 넉넉했으며,

창가에 펼쳐지는 철새의 군무까지 덤으로 볼 수 있어

카페 분위기랑 철새 도래지가 너무 궁합이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창밖으로 보이는 청둥오리와 큰기러기, 쇠기러기의 군무를 보느라 넋이 나가

내가 다가가 자신의 모습을 담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새들의 군무를 보며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처리하며

큰 기침 한 번하고 라떼 한 잔을 주문했다.

 

아내가 창 너머 보고 있는 철새의 군무를 난, 이미 카페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들이 무리지어 춤추는 모습을 100여장이나 담았다.

빨리빨리 저들의 모습을 찍으라는 아내의 재촉에도 난 여유롭게

커피 맛을 음미하며 추위를 삭였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으로 보는 철새들의 군무를 보는 것 또한 환상적이다.

카페 분위기로는 최고로 격조 높은 곳이다.

만약 이 카페에 창 너머 날아다니는 철새의 군무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카페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졌으리라.

 

너무나 경이로운 철새들의 군무를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우리 부부를 보더니 주인장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다가와

‘여기 정말 좋은 곳이죠.’라며 말씀을 건넨다.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며 너무 분위기가 좋네요.’라고 하니

카페가 대박날 것 같습니까?’라며 되묻는다.

당연히 대박 나야죠.’ ‘대박 나고도 남겠습니다.’

진심으로 대박이 나면 좋겠다.

 

주남저수지에는 주남카페가 있다.

카페 이름이 주남저수지의 이름과 잘 어울린다.

아주머니께 사장님이신가요물었더니

사장이 아니라 이 카페는 주민협동조합에서 운영하며 세 분이 돌아가며 운영을 한단다.

아주머니는 이 지역 토박이였으며 해설사를 했고, 이 카페서 근무하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마을과 저수지에 관련된 많은 얘기를 들었다.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 중 특히 재미있었던 말은 이 지역 주민들이 우스개로 하는 말이

우린 저 새만도 못하다는 말을 장난삼아 얘기하면서 웃고 한단다.

연유를 물어보니 얘기인 즉 주남저수지 주변 논밭은 창원시에서 대부분 매입을 해

일부는 겨울철새를 위해서 곡식을 남겨 황량한 들판에 먹이를 뿌려준단다.

철새를 유인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기 위해 새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다보니

우린 새만도 못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회자된 모양이다.

 

어디 여행가면 지역 주민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알차다는 것은 여행 다녀본 사람은 안다.

그것은 그 분들을 통해 그 지역에 관련된 가장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박이는 살아있는 역사의 장이랄 수 있다.

 

이야기 끝에 노랑부리저어새와 재두루미의 안부가 궁금해 여쭈어 봤더니,

며칠 전에 카페 창 너머로 보이는 물이 찬 빈 논에

노랑부리저어새 두 마리가 놀고 갔다며 자랑을 한다.

거긴 노랑부리저어새 한 쌍이 자주 놀러온단다.

그 녀석들 보고 싶어 여기까지 왔건만,

같은 값이면 오늘 우리가 있을 때 방문해 주지 않고선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그 녀석들이 섭섭해진다.

 

아쉬움이 남아 차를 가지고 산남저수지 방향의 재두루미 채식지로 다시 갔다.

아내는 차에 남겨두고 혼자 찬바람을 맞으며 또 걸었다.

혹시 지금까지 못 본 새가 있으면 그들이라도 만나고 싶어 갔더니

민물가마우지 외에 다른 새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찬바람만 실컷 맞고 돌아섰다.

 

포기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대방리 마을 들판을 가로지르는데

마른 논에 철새들이 바글바글 모여 앉았다.

주남저수지를 떠나기 전 철새들의 마지막 인사치레라 생각하고 차를 세웠다.

쇠기러기 무리였다.

한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 촬영을 하자니 이 녀석들이 눈치를 채고 하늘을 나른다.

그 또한 장관이다.

쇠기러기의 군무가 주남저수지를 떠나는 길손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 준다.

 

주남저수지와 겨울철새

우리 부부에겐 올 겨울 멋진 추억이 되었다.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다.







탐조대, 아내는 날씨가 워낙 추워 저기 보이는 탐조대 안으로 쏙 들어가고 난, 둑 위를 걸으며 맘 편히 탐조에 들어간다. 


날씨가 추워 그런지 탐방객이 다문다문 보이기는 하지만, 주로 혼자 독주를 하다시피 했다.


천연기념물 201-2호인 큰고니들의 모습. 먹이 사냥하는 애들이랑, 곤히 자고 있는 애들이랑~~~


가까이 접근해 그런지 갑자기 몇 녀석이 비상하기 시작한다. 


역광을 받는 갈대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


한가로이 노니는 철새 무리들. 주로 큰고니 오리과가 주종을 이룬다.




갑자기 청둥오리가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다.


하늘을 날던 청둥오리떼가 둑 너머 빈 논에 앉아 먹이를 먹는다. 


청둥오리의 군무는 가히 환상이라 얘기할 수 있다.


한 바탕 하늘을 날더니 또 착륙하고~


또 하늘을 난다.


이건 뭐, 사진보다 현장감이 백배 더 낫다고 표현할 수밖에~~~





주남카페에 들어가 쉬고 있던 아내는 창 너머 빈 논에 보이는 청둥오리의 군무에 넋이 빠져있다. 다가가 사진을 본인 모습을 찍는 것도 모른다.


큰고니 두 마리와 청둥오리떼

역시~


산남저수지로 가는 재두루미 채식기로 가는 길에 ~


여긴 춥기만 추웠지, 볼거리가 없다. 새도 없고 말라 비틀어진 연꽃대만 황량한 겨울을 대변하고 있다.

이렇게~


재두루미 채식지로 가는 둑길이다. 없다~






멀리 민물가마우지만 떼로 모여 있다.

민물가마우지




큰고니






쇠기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