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기자동차 '코나'타고
정선 동강할미꽃 보러
■ 언제 : 2019. 3. 23.(토)
■ 어디로 : 강원도 정선군 귤암리 동강할미꽃 마을
■ 누구랑 : 아내랑
흔적
동강할미꽃! 참으로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다.
“나도 언젠가는 만나겠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학수고대한 세월이 어언 10년이다.
내 사는 곳에서 동강할미꽃 자생지까지 가는 길은 멀어도 너무 멀다.
자생지도 대충은 알지 정확한 지점은 잘 모른다.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지 갈 엄두조차 못 냈다.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아 먼 산만 바라봤는데, 오늘 드디어 그 소원을 풀고야 말았다.
소원의 해결사는 4개월 전 새로 산 전기자동차 ‘코나’ 덕분이다.
‘코나’가 동강할미꽃을 보여준 일등공신이다.
동강할미꽃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도 없다.
유일하게 강원도 정선군 석회암 뼝대(절벽)에서만 자생한다.
귀하디 귀한 몸이시다.
이 분을 알현하자면 내 사는 곳에서 자동차로 장장 왕복 8시간을 운전해야 만날 수 있다.
동강할미꽃이 자생하는 귤암리는
예부터 감꽃이 만발하여 귤화(橘花)라고 칭하던 '귤'자와
의암이라는 자연부락의 명칭에서 '암'자를 따와 귤암리라 칭했고,
정선에서 유일하게 감이 재배되는 마을이라고 한다.
남한강의 최상류인 조양강이 유유히 흐르는 아직 때 묻지 않은 귤암리는
2007년 ~ 2009년까지 농촌건강장수마을(농촌진흥청)로,
2009년 11월에는 가보고 싶고 살고 싶은 “전국100선 마을”에 선정되기도 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 동강할미꽃이 자생할 수 있는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동강할미꽃"은 귤암리의 석회암 뼝대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 다년초 식물이다.
긴 세월 오지의 자연에 묻혀 우리는 한 동안 이 귀한 생명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
이런 귀한 동강할미꽃을 알게 된 것은 1997년 생태 사진작가인 김정명님이
남한강을 따라 생태 식물을 촬영하던 중 우연히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꽃을 발견한 김정명님이 1998년에 "한국의 야생화"라는 꽃 달력에 사진을 실었고,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가 이 사진을 보게 되었다.
이 사진을 본 이영노 박사는 단박에 이 꽃의 특이함을 알고 종자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세계에서 유일한 아직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종임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 특산 희귀종임을 밝혀낸 이영노 박사는 2000년도에 이르러
“동강” 지역의 석회암 뼝대에서 자라는 이 꽃의 이름을
할미꽃 앞에 “동강”을 붙여 "동강할미꽃"이란 이름을 붙였다.
최초의 발견자 김정명씨와 이영노 박사에 의해
오지의 자연 속에 저 홀로 피고 지다 드디어 그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동강할미꽃이 세상에 알려진지 20년이 채 안 된다.
왜 이렇게 늦게 알려졌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늦게나마 그 존재 자체를 알게 되어 천만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어쨌든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동강할미꽃의 희귀성을 안 주민들은
2005년 11월에 최초 발견자인 김정명님을 모시고
귤암리 주민 18명과 함께 "동강할미꽃" 보존 연구회를 창립하였고,
급기야 2006년 개화기에 맞춰 방문한 3,000여명에게 정선군 관광 안내 및
편의를 제공하면서 동강할미꽃의 정체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동강할미꽃은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강할미꽃의 정체가 알려지자 있어서는 안 될 문제가 생겼다.
동강할미꽃의 존재를 알게 된 야생화 동호인 사이엔 금방 입소문이 퍼졌고,
인터넷을 통해 이 사실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 결과는 뻔했다.
모름지기 사람들이 몰려오면 사달나기 일수다.
야생화를 찍으러 다니는 사람과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무자비하게 채취해 가는 바람에 한 때 멸종 위기까지 맞이했단다.
다행히 위기를 느낀 귤암리 주민들이 2005년부터 동강할미꽃 보존회를 결성하여
보존과 증식에 힘써준 결과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안고 가야할 문제는 산재해 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보호한다고 하나
해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주민들 힘만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꽃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의 기본 양식이다.
물론 그보다 더 나쁜 사람은 무자비하게 불법 채취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야생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우리 풀과 우리 나무를 아끼는 마음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그런 마음이 앞선 사람이라야 사진기를 들고 나설 자격이 있다.
나도 산에 가면 내 발에 밟히는 생명이 없도록 늘 조심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산에 가면 밟기 마련이다.
조심 또 조심하며 다녀야 한다.
*
인터넷에서 동강할미꽃 자생지를 검색하니 두 곳 정도가 파악된다.
나룻배를 타고 조양강을 건너가는 곳과,
3월 29일부터 동강할미꽃 축제가 개최되는 동강생태학습체험장 주변 두 곳이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나룻배를 타고 건너가는 것보다
동강생태학습체험장 주변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아 거길 최종 목표로 삼았다.
생태학습체험장이 가까워지니 도로변 석회암 바위 절벽 아래
열심히 사진을 담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정확한 서식 지점을 모르는 난, 바로 여기가 거긴가 싶어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그들이 촬영하는 곳으로 다가갔다.
기대를 잔뜩하고 다가갔더니 웬걸! 동강할미꽃은 온데간데없고
노부부가 찍고 있는 건 기대했던 동강할미꽃이 아니라 바위에 매달린 고드름이었다.
남녘엔 봄이 한창인데 여긴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내 고장 대구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동강할미꽃 찾아 나섰다가 난데없이 고드름부터 촬영했다.
이 순간은 바위 끝에 매달려 투명한 빛을 발산하는 고드름이 꽃보다 더 예뻐 보인다.
고드름을 찍고 목적지로 삼은 생태학습체험장에 도착했다.
생태학습체험장에 주차하고, 도로변에 탐방안내소가 있어 정보도 얻을 겸 일단 안내소부터 들렀다.
안내소에는 두 분이 계셨다. 한 분은 할머니셨고 한 분은 할아버지셨다.
두 분이 살갑게 맞아주시며 의자를 권한다.
할아버지가 명함 한 장을 건네주시며 본인 소개를 해주셨다.
연세가 있음에도 아직 혈기왕성한 모습이 청년 부럽지 않아 보였다.
할아버지는 이 지역 문화해설사였으며 동강할미꽃 보존회 회장을 겸하고 계셨다.
명함을 슬쩍 보니 존함이 “서덕웅”이라 적혀있다.
처음 와서 동강할미꽃 서식지를 잘 몰라 도움을 받고 싶어 들렀다고 하니
죄송할 정도로 상세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차제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바이다.
서덕웅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먼저 바위 무더기가 있는 강가로 갔다.
강가에는 우리보다 먼저 온 너덧 사람이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동강할미꽃이 여기 저기 눈에 띄기 시작한다.
드디어 만났다. 야생화 찍으러 다닌 지 근 십여 년 만에 처음 본다.
얼마나 기다렸던 만남인가? 황홀한 순간이다.
그런데 첫 대면이 생각보다 싱겁다.
해설사님의 도움을 받아 너무 쉽게 만나 그랬는지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다.
날씨가 쌀쌀맞다. 강원도 오지 마을이라 그런지 여긴 아직 겨울이다.
동강할미꽃은 인터넷으로 보던 활짝 웃는 모습과는 달리 대부분 입을 오므리고 있다.
그래도 다문다문 상태 좋은 녀석들이 눈에 띄긴 한다.
상태 좋은 애들이 없어 다소 실망한 감이 없지 않으나
어쩌다 하늘 쳐다보며 입 벌린 애를 봤을 땐 가슴마저 콩닥거린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열심히 찍고 또 찍었다.
강가에 알락할미새 한 마리가 동강할미꽃이 있는 바위를 넘나들며 깡충깡충 뛰어 다닌다.
다가서면 멀어지는 녀석이 마치 “나, 잡아 봐라”며 잽싸게 돌아다닌다.
앵글 속에 넣으면 사라지고 가까이 다가가면 달아나기만 했지,
당최 모델이 되어 줄 기미가 안 보인다.
먼 발치에서 최대한 줌을 당겨 겨우 형태는 잡았지만, 그걸로 성이 찰리 없다.
몇 번 더 기회를 노리다 결국 너 혼자 놀라며 돌아서 버렸다.
갑자기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오더니 진사님들께서 한 무더기 내려온다.
난 여기선 찍을 만큼 찍었기에 자리도 비켜줄 겸 해설사님이 가르쳐준 다른 장소로 갔다.
가르쳐주신 곳은 탐방안내소에서 멀지 않다.
올라가다보니 도로변에 차량 몇 대가 주차되어 있고,
뼝대를 향해 촬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초행이라 찾을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진사님들이 겨냥하는 곳을 바라보니 어김없이 동강할미꽃이 있었다.
석회암 벼랑 여기 저기 심심찮게 자릴 잡고 있다.
강가에서 찍던 동강할미꽃과는 분기기가 사뭇 다르다.
쌀쌀맞은 날씨라 여기도 대부분 잎을 오므리고 있었지만,
발품을 파니 꽤 예쁜 할미도 가끔 만난다.
귀하게 봤지만 4형제가 입을 벌린 채 벼랑 위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보기도 했다.
해설사님이 보여 주던 바로 그 귀한 작품을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이다.
자생지 초입에서 고드름만 잔뜩 찍다가
탐방안내소 바로 앞 강가에서 동강할미꽃을 먼저 만났었다.
혹시라도 뼝대에선 볼 수 없을까봐 부지런히 쓸어 담았다.
비록 강가에 핀 동강할미꽃은 야생화 매니아(mania)를 위해 식재한 것 같아 보였지만,
직접 만나 처음 보는 난 이것저것 가릴 여유가 없다.
만난 것만 해도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었다.
오롯이 동강할미꽃만을 촬영하기 위해 나선 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은 산행과 야생화 출사를 겸한 길을 나선다.
하지만 동강할미꽃을 만나자니 가는 길이 너무 멀어 산행을 겸하기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어렵게 나선 길인만큼 이번 출사는 눈에 보이는 어느 하나 소홀할 수가 없다.
눈에 띄는 동강할미꽃은 남김없이 잡았다.
모양이 이쁘든 이쁘지 않던 괘념치 않았다.
생각보다 개체 수가 풍성하지 않아 아쉬운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이젠 돌단풍과 놀 차례다.
비록 동강할미꽃에 선두는 빼앗겼지만 이 지역의 돌단풍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석회암 절벽 틈새서 핀 돌단풍 또한 가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지개를 켜며 올망졸망 돋아나는 새싹이 있는가 하면 활짝 핀 애도 많다.
지난 주 대구수목원에서 만개한 돌단풍을 보긴 했다만,
석회암 절벽의 바위 틈 사이에 핀 돌단풍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비록 동강할미꽃에 한 수 밀리긴 했다만, 동강할미꽃이 아니었다면,
세력으로 보나 아름다움으로 보나 돌단풍이 득세했음이 분명하다.
우리학교 옥상 화단에 매년 이 맘 때면 돌단풍이 피어난다.
옥상 화단에 매년 돌단풍이 피고 지는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나만 알고, 즐기고 있다. 누가 심었는지 조차 모른다.
난, 해마다 이 맘 때면 머리도 식힐 겸 이 녀석들과 어울린다.
봐 주는 이 없어도 늘 때가 되면 꿋꿋하게 피고 지는 이 녀석들을 보며 머리를 식히곤 한다.
학교 옥상 화단에서 저 혼자 꿋꿋하게 피고 지는 돌단풍을 보노라면,
몇 해 전 분천에서 승부역까지 트레킹하면서 본 돌단풍 모습이 떠오르곤 했다.
그때 계곡 틈새에 핀 돌단풍을 보면서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여긴 그때보다 개체 수도 더 많고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석회함 벼랑 틈새서 자란 돌단풍에 취해 갈팡질팡 어쩔 줄 모르겠다.
동강할미꽃 만큼 귀히 여기고 푸지기도 찍었다.
먼 길에 피로할 만도 한데 피로함조차 못 느낀다.
이번 동강 출사는 다 좋았다.
아니, 다 좋았다 여겼는데 한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무지의 소치로 눈앞에 있는 동강고랭이를 몰라본 것이다.
묵은 수염 길게 늘어뜨리고 노란 꽃술을 터뜨린 동강고랭이가 즐비했는데
바보 같이 그걸 몰랐다. 얘도 여기 아니면 못 보는데~
난 동강고랭이를 처음 보는 순간 그저 가는잎그늘사초 부류라 여겼다.
그래서 등한 시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
동강고랭이 역시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우리나라 특산종인데
그걸 모르고 눈앞에 흐드러지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도
소홀하게 취급하다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우리 야생화를 알아보자면 아직 갈 길 요원하다.
그나마 강가에서 동강할미꽃 찍을 때 가는잎그늘사초로 보여 모른 척 하려다
꽃 핀 모습이 이뻐 몇 장 찍어 놓은 것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도 알고 보니 가는잎그늘사초도 동강고랭이도 아니었다.
알아보니 냇가의 바위틈에 서식하는 애기감둥사초로 보인다.
동강고랭이는 사초과 다년생 초본으로 정선황새풀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강할미꽃 만큼이나 귀한 품종이다.
석회암 절벽에 할아버지처럼 긴 수염을 늘어뜨리며 많이도 있더만
난, 대충보고 그게 그건 줄 알았다.
진즉 알아봤더라면 성심껏 담아 왔을 텐데 아깝다.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봄이 완연함에도
여긴 갑자기 눈발이 흩날린다.
전기자동차 충전도 해야 하고 늦은 점심도 먹어야 했다.
귤암리 가까운 곳에는 전기충전소가 두 곳밖에 없다.
충전 때문에 문화해설사님이 가르쳐준 곤드레 나물로 유명한 맛 집은 가지도 못 했다.
촬영 장소에서 가까운 곳은 충전 중이고, 좀 더 떨어진 정선 군청엔 충전소가 비어 있다.
충전을 위해 군청으로 갔다.
군청에 충전을 시키고 점심 먹을 만한 곳을 찾았다.
그닥 눈에 띄는 곳은 없고 우리 눈엔 국수집만 시야에 들어온다.
메밀막국수가 전문인 것 같아 갔는데 막국수는 여름에 한다기에 메밀칼국수를 주문했다.
밑반찬으로 주는 김치와 깍두기, 갓김치 모두 국산이란다.
내야 뭐 평생 아내가 차려주는 대로 먹는 입맛이라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구별할 재간이 없다.
아내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먹는다.
그리 알고 먹으니 반찬이 다 맛있다. 칼국수는 말 할 것도 없고~
사진을 찍느라 공복이 길어 그런지 국물까지 남김없이 후다닥 먹어치웠다.
배도 찼고 이제 먼 길 갈일만 남았다.
자동차 충전시킬 때 날씨가 심상치 않다 싶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식당밖엔 하얀 눈이 펄펄 내리고 있다.
춘삼월 호시절에 눈이 내린다. 그것도 펑펑 내린다.
눈도 눈이지만 우리한텐 자동차 충전 시키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식당 밖으로 나가자니 눈이 내리고 있을 곳이 마땅치 않은 우리는 식당 안에서 조금 더 머물렀다.
50분 정도 지나니 블루링크로 충전이 다 되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잔량 150km 정도 남아 있었는데 220km쯤 더 충전되었다.
370km 정도면 대구까지는 충분히 갈 수 있는 양이다.
대구로 가려는데 눈발이 더 거세진다. 펑펑 내린다.
갈 길이 걱정되었지만 야생화를 담으러 온 사람이라면 되려 더 반가운 눈이다.
대구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 동강할미꽃 자생지로 되돌아갔다.
동강할미의 머리에 얹힌 눈이 삼삼했기 때문이다.
춘삼월에 눈이 왔고 바위 틈새 매달린 동강할미꽃과 돌단풍에 얹혀 있을
눈 쌓인 모습을 생각하니 가야할 길보다 이 친구들 만나는 게 급선무다.
우리 야생화에 관심을 둔 이래 언제 이런 기회를 맞은 적 있었던가?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했다.
동강할미꽃은 험준하기 짝이 없는 병방산 석회암 뼝대에 자생한다.
아쉽게도 내리고 있는 눈은 함박눈이 아니고 진눈깨비 같은 눈이라
펑펑 내리긴 해도 바위 절벽에 닿자마자 녹아 버린다.
바위 틈새서 자란 동강할미꽃과 그 많은 돌단풍에도
하얀 눈이 얹힌 귀한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
눈은 계속 내리는데도 눈은 없고 물방울만 맺혀 있다.
진눈깨비 같은 눈이라 눈이 닿자마자 녹아버리는 것이다.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비록 눈 쌓인 모습은 보지 못했으나,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뿐이다.
연출을 하느라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모습을 본 것 에 비하면,
눈이 녹아 물방울이 맺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본 것만 해도 어딘가.
그것도 뼝대에 매달린 동강할미꽃과 돌단풍을 말이다.
그것만 해도 정선 군청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간 보람이 있다.
이제 먼 길 달려가야 한다.
근 250km를 4시간 남짓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경비를 감안한다면 전기자동차 아니었으면 감히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길이다.
그 먼 길까지 전기자동차로 가능한지 시험도 하고 싶고,
평소 염원했던 동강할미꽃도 보고 싶어 ‘코나’를 산 후 가장 먼 길을 달려봤다.
가는 내내 기분이 좋다. 공짜나 다름없이 운행하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
전기자동차 ‘코나’ 참! 잘 샀다.
우리 부부한테 딱 맞는 맞춤 차량이다.
알락할미새(수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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