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류·동물

올빼미 새끼와 어미가 상봉하는 감동이 있는 이야기

728x90

올빼미 유조 네 마리 중 먼저 이소한 유조 한 마리가

어미와 상봉하는 감동이 있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

 

 

■ 언제 : 2024. 04. 24.(수)

■ 어디 : 충주 모처

■ 누구랑 : 지인 1과 함께
■ 탐조 내용 : 올빼미

 

 

 

이소한 유조 한 마리와 아직 이소하지 않은 세 마리의 유조가 있는 둥지 주변에서 파수를 보고 있는 어미. 새끼를 거두는 것으로 보아 엄마 올빼미로 보임. 이소한 새끼 주변만 지키고 있을 뿐 절대 새끼한테 먼저 접근하지 않고 저 자세로 지키고만 있다. 

 

 

네 마리 유조 중 가장 먼저 이소한 새끼/ 나머지 유조는 이번 주에 모두 이소할 것으로 보임

 

 

새끼는 온 종일 저기 덤불 속에 앉아 있더니 6시쯤 결국 스스로 어미 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감동이다.

 

 

 

올빼미 가족의 감동 이야기

 

여길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만 하다가

아는 지인과 어째 어째해서 오늘 가기로 했는데

비는 온다고 하고 어제 다녀간 사람들의 정보론 올빼미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어 공치고 간 사람들이 많단다.

오늘 가기로 한 우리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일정을 하루 늦추어 목요일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현지에 같던 사람들의 이야기론 내일은 문화재청에서 사찰 주변의 문화재 발굴 현장을 방문한다는 계획이 있어 사진을 찍기 곤란한 상황이란다.

그러면 금요일에 가야하는데 그땐 늦을 수도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지에선 비가 그치고 빛이 나고 있단다.

 

2시간 남짓한 거리

지금 12시가 넘었다. 함께 가기로 했던 지인과 만나 출발하면 근 3시나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크게 늦은 시간도 아니다. 2~3시간 촬영하면 딱 좋다. 

그렇게 생각하고 늦었지만 출발했다.

 

역시 현장엔 먼저 온 사람들이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둥지 주변엔 주차할 곳도 없다. 아래쪽에 주차를 하고 헐떡거리며 둥지 가까이 접근하니

올빼미 어미 한 마리와 덤불속의 이소한 새끼 한 마리가 먼저 보인다.

 

그 모습을 보니 첫 느낌에 더 이상 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소한 새끼가 바로 앞에 있고 그 새끼를 지키는 어미가 바로 위에 있는데

굳이 나오지도 않을 둥지 속 유조 세 마리까지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물론 철수할 때까지 혹여 둥지 속 유조가 머리를 빼꼼 내밀지나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긴 했지만...

 

3시 30분경에 도착해 7시 넘게 있었다.

짧은 시간에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감동적인 장면도 봤지만

결국 둥지 속 유조 세 마리는 포기해야 했다.

안 나오는 걸 어떻하나...

해는 지고 카메라 감도는 올라가고 찍어 봐야 사진도 재미없고

그 정도로 만족하고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채 그냥 왔다.

 

 

 

 

이 녀석은 엄마 올빼미다. 저렇게 돌부처처럼 잠만 자고 있는 것 같지만 항상 레이더는 켜져있다. 먼저 이소한 새끼와 아직 이소하지 않은 새끼 세 마리를 지키기 위해 저렇게 파수를 서고 있다. 잠을 자는 것처럼 보여도 자는 것이 아닌 것이다. 이게 부모다.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깃을 벅벅 긁곤 한다. 지겹게 바라보고만 있던 나를 비롯 진사님들은 녀석의 자그마한 동작 하나라도 놓칠세라 콩을 볶아댄다.

 

 

이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 90%는 이런 모습이다.

 

 

어쩌다 이런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눈을 뜨고 있는 모습이 더 이상해 보이는 녀석이다. 

 

해 저물기 전까진 이런 자세 한 번 보기도 쉽지 않다. 부엉이와 올빼미 같은 얘들을 상대하자면 지루한 기다림을 이겨내야 한다. 쟤들 보다 더 끈기가 있어야 맘에 드는 사진 한 장 건질까 말까다.

 

 

하루 온종일 눈만 감고 있다가 어쩌다 한 번씩 목을 긁거나 깃을 긁는 행동을 한다. 지금 이 장면은 움츠리고만 있다가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는 장면이다. 꼬리깃과 온몸을 쭉 뻗는데 쟤가 동글동글한 올빼미가 맞나 싶을 정도로 몸이 길게 늘어진다. 짜슥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네.

 

왜 그렇지 아니하겠는가? 몸이 찌부덩할 마도 하지.

 

 

얘는 네 마리 중 가장 먼저 이소한 녀석이다.

 

 

덤불 속에 숨어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어미는 바로 옆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다. 그냥 보기엔 어미 따로 새끼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새끼는 어미 곁을 떠나지 않고 어미는 새끼 곁을 떠나지 않는다.

 

거의 해가 질 무렵까지 어미와 새끼는 이렇게 따로 떨어져 있고 어미는 새끼 곁으로 단 한 번도 오지 않는다. 아마 이소한 새끼가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리라. 새끼가 불안한지 어미보다 눈을 더 자주 뜨고 움직임도 많다. 둥지 속에 있다가 둥지밖으로 나온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으니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할 수밖에 없겠지. 새끼가 불안해 해도 어미는 전혀 도움을 줄 기색이 없다. 지독하게 보이지만 얘들이 살아가고 살아가게 하는 방법이다.

 

이 녀석 옆모습은 마치 오랑우탄 같다.

 

 

여기서부터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서투른 날개짓을 하면서 어미가 있는 나무 줄기를 타기 시작한다.

 

 

아직 서투른 몸짓이라 높이 있는 어미 곁으로 단번에 다가가지 못하고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가 힘이 부치는지 잠깐 쉬었다 가기도 한다.

 

또 다시 힘을 내 어설픈 날개짓을 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어미 곁으로 다가간다. 아직 어미 곁으로 가자면 하세월이다.

 

날개를 펼치지만 날지는 못하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무줄기를 박차고 기어 올라가는 수준이다. 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어디서 저런 힘이 나는지 모르것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본능적으로 어미 곁으로 다가가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다.

 

또 좀 쉬어가야 겠나보다. 힘이 부치나 보다.

 

마지막 젖먹던 힘을 내 날개를 펼치며 어미 곁으로 가까이 간다.

 

그런 새끼가 대견한지 마지막 힘을 더 내 보라고 그제사 어미가 새끼를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새끼가 어미 가까이 올 때까지 전혀 미동도 하지 않던 어미도 새끼가 안쓰럽나 보다. 어미 가까이 온 새끼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어미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새끼의 독립을 위한 어미의 인내와 살아보려 안간힘을 쓰는 새끼의 본능적인 행동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은 감동 그 자체다.

 

도저히 안 되겠던지 어미가 새끼한테 격하게 다가간다. 여기까지 오느라 용썼다며 새끼 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참으로 무서운 모정에 살가운 장면이기도 하다.

 

어미 곁으로 거의 다 온 새끼한테 어미가 대견하다는 듯 마중을 나가 새끼를 반긴다.

 

마침내 이산가족이 상봉하듯 어미와 새끼는 부비부비하면서 어미는 새끼한테 용기를 북돋워주고 새끼는 안도하는 듯

 

이제 새끼는 다 컸다. 어미의 인정머리 없는 인내가 결국 새끼를 강하게 키워낸 것이다. 

지금 이 장면들은 촬영하는 내겐 엄청난 감동이다. 연신 부비부비하고 뽀뽀도 하는 모습이 얼마나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지...

새끼가 어미가 있는 저 높은 나뭇가지까지 가는데 얼마나 큰 시련이었겠는가? 하지만 어미가 어떻게 돌봐줄 수가 없다. 업어서 데리고 가지도 못하고 이소한 새끼는 자력으로 버텨내야 한다. 어미는 먹이만 챙겨주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게 다다. 나머진 자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맨 먼저 이소한 이 녀석은 보아하니 곧 독립하겠다. 어미가 무심해 보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미의 전략이다.

 

한동안 새끼를 다독여 주고 위로를 하던 어미는 곧 냉정하게 돌아선다.

 

"엄마, 어디 가"하는 새끼의 표정이 안타깝다.

 

어미가 이동한 곳까지 또 따라간 새끼/ 얘는 지금 상태로선 어미밖에 믿을 게 없다.

 

어미는 또 다시 새끼를 어루만지며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이때 거짓말 같이 하루 온 종일 보이지 않던 아빠 올빼미가 쥐를 한 마리 물고 왔다.

 

물고 온 쥐는 엄마 올빼미한테 건네 주고 아빠 올빼미는 이네 사라진다.

 

새끼의 양식인 쥐를 건네 받은 엄마 올빼미는 지금까지 고생한 새끼한테 양식을 먹인다. 날이 어두워져 사진에 노이즈가 많아 자글자글하지만 이런 장면을 보고 얻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 여기까지 먼 길 온 보람이 아니겠나? 비록 둥지 속 나머지 새끼들의 모습은 제대로 못 봤지만 이런 대 서사시 한 편을 보고 촬영했다는 건 방송 다큐프로그램 촬영이 아닌 이상 보기 어렵다. 이소한 새끼를 가까이서 봤다는 것도 어렵고 하루종일 보이지 않던 아빠 올빼미가 때가 되니 쥐를 물어와 엄마 올빼미한테 건네는 장면, 건네 받은 쥐를 엄마 올빼미는 그동안 고생했던 새끼한테 먹이를 주는 장면 뭐 어느 하나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닌 게 없다. 갈까 말까 망설이던 오늘이었지만 결과론적으론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얘들의 모습을 보고 오늘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 모두 무럭무럭 자라서 이 험난한 야생에서 잘 살아가길 바란다. 잠시나마 귀찮게 했고 괴롭혔던 우리들을 잘 감내했으니 앞으로 더 잘 살아 갈꺼다.

'조류·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되지빠귀/오목눈이  (0) 2024.04.25
민댕기물떼새/장다리물떼새  (1) 2024.04.25
경산 00숲  (2) 2024.04.23
근교 산림욕장 탐조  (2) 2024.04.23
대구수목원 탐조  (0) 20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