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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잡이

[여행]한국관광공사 추천 이달의 가볼만한 곳- 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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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한국관광공사 추천 이달의 가볼만한 곳- 전북 남원

한국교직원신문 [여행 코너] 2012-02-13




춘향을 만나러 왔다 눈꽃에 홀렸다.

춘향의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얽힌 광한루원은 남원여행 1번지다. 광한루원의 전체 구조는 우주를 상징한다. 전설 속의 아리따운 춘향은 볼 수 없지만 그녀의 곡진한 삶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구전 설화로 판소리로 고대 소설로 이어져 온 성춘향(퇴기 월매 딸)과 이몽룡(남원 부사 아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이제 하나의 실화처럼 우리네 마음에 각인돼 있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은 단순한 사랑이 아닌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기에 그 울림이 깊다. 그 역사의 현장(가상공간)이 바로 광한루원이다.


춘향의 전설이 얽힌 역사의 현장

광한루원의 정문인 ‘광한청허부’로 들어선다. 오른편으로 그네가 보이고 그 옆으로 춘향이가 자랐다는 ‘월매집’이 있다. 전통 한옥 양식에 장독대와 텃밭이 있는 초가는 춘향이와 이도령이 사랑을 속삭이고 백년가약을 맺은 곳으로 그 때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린다. 대문을 들어서면 안채와 부용당이 있고 뜰엔 그 당시 쓰던 갖가지 생활용구들이 가지런하다. 
잘 꾸며진 광한루원은 산책을 즐기기에도 참으로 좋아서 멀리서 온 길손의 마음을 흥겹게 해준다.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지배계층인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이 천민 신분의 기생 딸 성춘향을  만난 곳으로 광한루원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조선시대 4대 누각에 들 정도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하다. 광한루의 원래 이름은 ‘광통루’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을 떨쳤던 황희 정승이 이곳에 유배를 와서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이름 붙였다. 그 후 세종 26년(1444년) 정인지가 이곳의 경치에 탄복해 달나라 선녀 항아가 사는 월궁 속의 ‘광한청허부’ 같다 하여 ‘광한루’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어쨌거나 단옷날 광한루에 올라앉은 이몽룡은 그네를 뛰고 있는 춘향을 보고 첫눈에 끌려 버렸다.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오작교(사진 ▶)는 단아하고 미려하다. 연못 위에 세워진 다리는 반달 모양의 유려한 홍교다. 춘향과 몽룡이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사랑을 키운 곳으로 이 다리를 1년에 한 번만 밟으면 부부간에 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전설이 있다. 그런 전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리를 건너는 연인들 표정이 설렘으로 가득 차 보인다.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되는 광한루 앞 연못에는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영주섬(산), 봉래섬(산), 방장섬(산) 등 3개의 작은 섬이 사다리형 예쁜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들 작은 섬은 일명 삼신산이라 불린다. 가운데 올라앉은 방장섬은 푸른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그윽한 운치를 자아낸다. 그 옆의 영주섬도 나름대로 멋스럽다.
정원 동쪽 연못 옆에 세워진 완월정(玩月亭)은 전통 조선식 누각이다. 천상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 달을  즐겨 볼 수 있도록 달이 뜨는 동쪽을 향해 지어졌다고 한다. 완월정 옆 잔디밭에 서 있는 호석(虎石, 호랑이 석상)은 조선 순조 임금 때 전라감사를 지낸 이서구(李書九)가 남원땅을 둘러보고 세운 것이라 한다.


깊고 헌걸찬 지리산 구룡계곡
남원시내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주천면 소재지를 지나 지리산 북부권인 구룡계곡으로 간다. 지리산국립공원 구룡분소(063-625-8911~2)가 있는 주천면 호경리에서부터 구룡폭포가 있는 주천면 덕치리까지 펼쳐지는 심산유곡은 자연이 빚어놓은 걸작품이다. 구룡계곡에서 정령치를 넘으면 반선-성삼재-달궁-뱀사골로 갈 수 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는 체인 등 월동장비가 필수이다. 구룡계곡은 일명 용호구곡이라고도 하는데,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계곡은 길이가 4km나 된다. 만복대에서 흘러온 구룡계곡 물은 때 덜 탄 원시림과 멋진 조화를 이뤄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구룡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육모정 앞 가파른 돌계단길을 허위허위 올라가면 무슨 왕릉처럼 생긴 춘향 묘가 나타난다. 춘향전을 토대로 만든 가짜 묘지만 실제 묘처럼 사실적이다.
용소 위로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은 암반 위로 육모정이 올려다 보인다. 산과 계곡을 낀 참으로 멋진 정자다. 거처를 볼 줄 아는 옛 사람들의 안목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진다. 용소(龍沼)는 용호구곡의 제2곡으로 옛날에 이곳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있다. 석문처럼 갈라진 바위틈을 뚫고 하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구름다리를 건너 산길을 약간 오르면 용호정이라는 또 하나의 정자를 만나게 된다. 용호정에 올라 바라보는 구룡계곡의 경치도 볼만하다. 철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한다. 용소에서 제3곡 학서암, 제4곡 구시소, 제5곡 유선대, 제6곡 지주대, 제7곡 비폭동, 제8곡 경천벽을 거쳐 구룡계곡의 하이라이트인 9곡 구룡폭포에 이르는 길은 그 자체가 선경이다. 길이 30m의 비스듬히 누운 구룡폭포는 남원 8경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힌다.


평지에 세워진 아담한 절집
정령치를 넘는다. 한국 선문의 발상지인 실상사(實相寺)로 가는 길. 절길로 접어들어 만수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니 두 기의 장승이 반갑게 맞아준다. 서로 마주 보고 ‘참 잘 오셨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실상사는 평지에 세워졌다. 일주문도 없고 절에는 으레 있을 법한 담장도 없다. 얼핏 보면 우리 살던 고향집같이 수더분하다. 격식과 차별을 제거한 본래 그대로의 모습이 마음에 든다. 천왕문을 지나면 탑들이 가지런한 사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목조 건물 몇 개와 해우소도 보인다.  실상사가 여느 절과 다른 건 실천 불교 운동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공동체 활동과 환경살림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보기 드문 사찰이다.


다함께 즐기는 바래봉 눈꽃축제
실상사에서 인월, 운봉 쪽으로 가면 지리산 서쪽 봉우리의 하나인 바래봉(1,167m)이 우뚝하다. 이즈음 바래봉 아래 허브밸리 일원에서는 눈꽃 축제가 한창이다. 올해로 처음 열리는 눈꽃축제는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의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재미와 호기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프로그램도 다채로운데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 눈싸움장, 빙벽등반장 등이 마련돼 있으며 팽이치기, 연날리기 같은 전통놀이와 함께 따끈한 군고구마도 구워먹을 수 있다. 눈사람과 얼음집(이글루)도 눈길을 끈다. 특히 높이 6m의 폭포 빙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이와 함께 산악인을 초청해 겨울 레포츠의 핵심인 등반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해발 500미터의 고지대에 자리한 운봉읍은 ‘삼남의 개마고원’으로 불릴 만큼 눈이 많이 내리고 추위도 매섭다. 눈꽃축제는 이 같은 기후 여건을 감안해 운봉읍애향회(회장 안선호)와 운봉읍사무소가 주축이 돼 벌이는 겨울축제이다. 축제장에 마련된 장터에서는 지리산 흑돈을 비롯해 허브, 산나물 등 남원 지역의 청정 농산물을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 축제는 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축제문의: 운봉읍사무소: 063-620-3802


십승지의 하나로 꼽힌 바래봉
바래봉 눈꽃 트레킹도 해볼 만하다. 눈꽃이 만발한 등산로를 쉬엄쉬엄 따라가노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느릿느릿 얘기를 나누며 올라도 2시간 30분 남짓이면 바래봉 정상을 밟을 수 있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것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일찍이 ‘정감록’에서 십승지의 하나로 꼽혔다. 동쪽으로는 팔랑치, 서쪽으로 여원치, 북쪽으로는 덕유산이 펼쳐져 있는 천혜의 요새이다. 바래봉 정상에서는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까지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산은 남서쪽으로 뻗은 철쭉 군락지를 따라 팔랑치까지 간다. 이곳에서는 3가지의 하산길이 있다. 산길을 따라 산덕리-운봉읍으로 내려가는 길과 세걸산-정령치로 가는 종주 코스, 그리고 내령리-뱀사골 입구로 내려가는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왕복 산행코스(3시간 소요): 용산리 주차장→바래봉 아래 주능선 갈림길→팔랑치(철쭉군락지)→바래봉 아래 주능선 갈림길→바래봉→갈림길→용산리 주차장.

한편, 시간 여유가 있다면 운봉과 인월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도 걸어볼만하다.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길’로 명명된 이 길은 오른쪽으로는 바래봉과 고리봉을 잇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조망하고 왼쪽으로는 수정봉, 고남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걷는다. 길 주변으로 황산대첩비지, 국악의 성지, 송흥록 생가, 흥부골자연휴양림 등을 볼 수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스(9.4km, 4시간): 운봉읍-서림공원-북천마을-신기마을-비전마을-군화동-옥계저수지-흥부골자연휴양림-월평마을-인월면(구인월교).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 063-635-0850


흥부마을, 혼불마을도 볼거리
남원은 그 유명한 흥부 출생지이기도 하다. 고증에 따르면 흥부가 태어난 곳은 동면 성산리이고, 철쭉으로 유명한 봉화산 자락에 아늑하게 들어앉은 아영면 성리마을은 발복지(發福地,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살았던 곳)로 돼 있다. 이 두 마을은 10km쯤 떨어져 있다. 아무튼 흥부도 춘향처럼 허구의 인물이긴 하지만 그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노라면 사실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동면 성산리는 인월에서 함양으로 넘어가는 팔령재 아랫마을로 들머리에 흥부마을 출생지라고 쓰인 표지석이 서 있다. 7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은 소박하고 조용하다. 마을 주변에는 흥부(전)와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성리마을 입구에 서 있는, 마주 앉아 박을 타고 있는 흥부 부부상은 이 마을의 상징이 된 지 오래이다.  

남원이 낳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1947∼1998). 귀로에 그가 태어나고 작품을 썼던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고인이 된 작가는 80년 4월부터 96년 12월까지 17년 동안 대하소설 ‘혼불’을 위해 혼신을 바쳤다. ‘혼불’은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인 1930∼40년대 ‘매안 이씨’ 문중의 무너져가는 종가를 지키는 종부(宗婦)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마을 ‘거멍굴’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소설이다. ‘혼불마을’로 불리는 동네에는 최명희 문학비가 세워져 있고 혼불문학관(063-620-6788)도 들어섰다. 작품일지와 유품, 육필원고와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김초록 여행칼럼니스트


/여 / 행 /정 / 보/ (지역번호 063)
가는길 경부고속도로-천안 논산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17번 국도-남원.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으로 나와도 된다. 광한루와 춘향테마파크는 시내(천거동)에 있다. 남원시내에서 남원대교를 건너 좌회전, 730번 지방도로를 타고 7km쯤 달리면 지리산국립공원 구룡분소 앞 주차장(구룡계곡 용소 입구)이다.

 남원시내에서 육모정행 시내버스 이용/하루 16회 운행/ 30분소요. 88고속도로 남원 나들목-남원 방면으로 직진-두 번째 신호등에서 구례지리산 방면으로 좌회전-19번국도-지리산 구룡계곡 방면으로 좌회전-구룡매표소. 대전 통영고속도로~함양~88고속도로 지리산 나들목~운봉읍~바래봉/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완주 순천고속도로 북남원 나들목~운봉~바래봉. 88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3km-아영면 소재지(좌회전)-2km-성리 흥부발복지. 지리산 나들목(직진)-2km-24번국도(함양 방향)-2km-성산마을(흥부 출생지). 혼불문학관은 전주-남원간 17번 국도를 타고가다 보면 춘향터널 직전에 혼불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4회 운행하는 서도역행 시내버스 이용.

숙 박 남원시내의 모텔(호텔)을 이용하거나 구룡계곡 입구(주천면)에 그린피아모텔(636-7200)이 있다. 산내면에 토피스콘도(636-3663), 일성콘도(636-7000), 한옥펜션 꼬부랑길(010-3320-0275) 등이 있고 인월면 소재지의 흥부골자연휴양림(636-4032)도 이용해 볼만하다. 

맛 집 남원은 추어탕이 맛있다. 광한루 주변의 천거동에 새집(625-2443), 남원추어탕(625-3009), 현식당(626-5163) 등 추어탕집들이 모여 있다. 이 중 새집추어탕은 50년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 미꾸라지 숙회와 미꾸라지 튀김이 별미다. 운봉읍에 있는 황산토종정육식당(634-7293)은 지리산 흑돼지 맛이 아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