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했듯이 달구벌은 대구의 옛 이름이다. 문헌에 찬란하게 기록된 신라의 서라벌과 달리 기록은 미비하다. 그럼에도
달구벌이 중요한 건 기원전 1세기 무렵 ‘부족국가’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는 신라와 가야 문화권 최초의 부족국가가 달구벌
이었다는 뜻이다. 달구벌은 나지막한 야산을 근거지로 삼고 그 둘레에 토성을 쌓아 외부의 침략에 대비했다고 전해진다. 대구
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으로 꼽히는 달성공원이 바로 달구벌 성터에 조성된 공원이다.
어떻게 달구벌이 대구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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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달구벌의 터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달성공원
오른쪽, 경상감영의 대문역할을 하던 관풍루가 달성공원으로 옮겨왔다
지금의 대구(大邱)는 다벌(多伐), 달벌(達伐), 달불성(達弗城), 달구벌(達句伐), 달구화(達句火), 대구(大丘)를 거쳐 선택된 이
름이다. 수천년을 품고 변한 이름에 대구의 역사가 숨어있으니 한번 살펴보자.
‘불’과 ‘벌’은 서로 같은 말이다. 평지, 평야, 촌락 등을 뜻한다. 여기에 넓은 공간을 뜻하는 ‘달’이 더해져 달구벌(達句伐)이 되었
다. 그대로 풀어내면 넓은 평야가 된다. 지금의 대구(大邱)와 모양만 다를 뿐 꼭 같은 뜻이다. 대구(大邱)는 달구벌을 거쳐 대구
(大丘)에서 변한 것이다. 한글로 볼 때는 차이가 없지만 한자는 구(丘, 언덕 구)에서 구(邱, 땅이름 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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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대구의 번화가. 중앙로와 동성로를 잇는 한일극장
대구가 처음 등장한 건 신라 757년(경덕왕 16). 행정구역 명칭을 중국식으로 고치면서부터다. 그 후의 기록으로 보아 한동안은
달구벌과 대구가 함께 쓰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달구벌이 대구로 바뀐 것은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당나라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
거로 해석된다. 당나라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한계는 아니었을까. 통일신라시대를 시작하면서 바뀐 것은 과연 이름
뿐이었을까.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대구는 경성, 평양과 함께 한반도의 중심 도시로 발전한다. 1905년 경부선이 개통하면서 상업 물류
중심의 내륙중심도시로 자리 잡은 것, 6*25전쟁 때에는 최후 방어선인 낙동강 방어선으로 자리를 지켰다. 2003년 지하철대참사
의 상처는 팔공산 자락의 ‘대구시민안전센터’등으로 치유해가는 중이다.
겉모습은 평범, 알고 보면 매력만점!
이쯤하면 대구 지명과 역사의 간략한 소개는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대구에 꼭 가야 할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면? 그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대가 대구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적인 일로 잠시 들른 것을 ‘대구에 가봤다’고 해선 곤
란하다. 대구의 골목에 발을 들이지 않은 그대. 이제 막 소개팅에서 대구를 처음 만난 것이다.
얼굴도 평범, 스펙도 평범, 스타일도 평범. 돌이켜보면 우리는 평범한 것에 후하지 않다. 평범한 사람(것)을 찾는다지만 얼굴이
좀 되거나, 몸매가 좀 되거나, 연봉이 좀 되거나. 한가지쯤은 특별한 사람(것)을 원한다. 그래서일까. 한눈에 드러나는 특별함
이 약해서인지 여행지로서의 대구는 순위권에서 상당히 밀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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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에서 내려다본 대구 전경. 오목한 분지 형태다
내륙산간지방. 게다가 분지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덕분에 연교차가 커 과일은 달다. 대구 사과가 유명했던 이유다.
지구온난화 탓에 사과는 점점 북상해 문경, 충주까지 올라왔건만, 대구의 여름은 여전히 뜨겁다. 금호강과 낙동강 줄기가 있
지만 마땅한 놀이터는 되지 못한다. 식혀줄 바다 또한 없다.
하지만, 대구의 골목골목을 걷게 된다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팔공산 갓바위에 아들 낳게 해달라고 치성 드리러 오는 것 말
고도, 앞산과 비슬산에 꽃구경하러 오는 것 말고도 대구 시내에 얼마나 많은 볼거리며 즐길 거리가 있는지. 자, 그럼 지금부터
대구 시내로 출발해보자!
경상감영이 있던 영남의 중심
대구 시내를 여행하려면 대구역이나 안내센터에서 시내 지도를 한 장 구해야 한다. 볼거리들은 대부분 지척에 자리하고 있고
떨어져 있다 해도 한 두 정거장 거리니 평균 이상의 체력 갖춘 성인이라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 지도를 펼치면 대구역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은 길이 보인다. 동성로다. 동성로가 중앙로역과 만나는 곳에서 동서로 뻗은 길은 중앙로다. 대구 시내의 중심
은 이 동성로와 중앙로임을 기억해두자.
1906년(광무 10) 경상북도관찰사서리 겸 대구군수였던 박중양은 일제와 결탁해 고종의 윤허 없이 대구읍성을 허문다. 1590년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 토성으로 만들어졌다 석성으로 다시 축조된 읍성의 최후였다. 일제는 대구의 중심 대구읍성으로 자유롭
게 진입하길 원했다. 대구읍성을 허물어뜨린 이유다. 그들은 대구읍성에서도 중심인 경상감영자리를 비롯해 차곡차곡 주변을
장악해갔다. 성벽이 허물어진 자리는 도로가 되었다. 동성로, 북성로, 서성로, 남성로 4성로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동성로와 북
성로에는 일제가, 남성로와 서성로에는 우리 선조들이 살았다. 동성로는 당시에도 번화했던 곳이다. 서울의 명동과 비슷한 느낌
이다.
왼쪽, 경상감영의 감사(관찰사)가 기거하며 업무를 보던 징청각
오른쪽, 감사가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던 선화당. 팔도 감영의 선화당은 이름이 같다고 한다
대구읍성에서도 중심인 경상감영부터 시작해보자. 1391년 조선이 개국하면서 8도가 분할된다. 도마다 감사(관찰사)들이 파견
되었고 감영이 생겼다. 이 대목에서 궁금해진다. 대구는 임진왜란 전까지만 해도 아주 작은 도시였다. 경상도라는 이름에서 엿
볼 수 있듯 천년 신라의 수도 경주, 서울과 가까운 대도시 상주가 컸다. 대구에 경상감영이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경상감영은 경주와 상주를 오갔다. 임진왜란 전만해도 경주와 상주는 물론 안동에도 터를 잡았다고 전해진다. 임진왜란으로 본
격적인 전시에 들어서자 안동이나 경주, 상주는 경상도의 너무 한쪽에 치우쳐 있었다. 군사적 요충지로 ‘대구’가 선택되면서 160
1년 대구에 경상감영이 자리 잡는다. 서울과 부산의 가운데, 경상도에서도 가운데. 금호강과 낙동강 줄기가 있어 물품의 왕래도
수월하다. 이렇게 대구는 영남의 수도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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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시민들의 쉼터로 태어난 경상감영공원
오른쪽, 경상감영공원 근처에 자리한 도로원표. 대구의 정가운데를 뜻한다. 원래 자리가 대로 한 가운데인지라 경상감영 공원
으로 옮겨두었다
경상감영공원에는 관찰사가 공식적인 업무를 보던 선화당과 사랑방 역할을 담당한 징청각이 남아있다. 선화당 앞에 있는 풍루
는 달성공원으로 옮겨졌다. 대구 최고의 전성기를 품은 경상감영공원은 21세기 시민들의 쉼터로 다시 태어났다. 아기자기한 공원
에는 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이 가득이다.
경상감영이 들어서기 전, 이곳에는 명나라 장수 두사충이 살았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으로 원군 왔다 귀화한 두사충은 ‘하루 1000
냥 들어오는 자리’라는 말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 감영이 들어오자 계산성당 뒤로 터를 옮겼다. 현대까지 이 주변은 동성로, 동아
백화점, 대구백화점 등이 들어서 상권의 중심지로 발달했다.
골목길에서 만나는 살아있는 역사
왼쪽, 대구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대구근대역사관으로 가자!
오른쪽, 세계육상권대회를 앞둔 대구 시내 전경
경상감영공원 바로 옆에 자리한 대구근대역사관은 2011년 1월 개관했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지은 조선식산은행 건물을 그대로
사용해 당시 시대상황과 분위기를 직접 볼 수 있다. 대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음도 물론이다. 해설사의 설명도 더한다
면 살아있는 역사공부가 된다. 옛날 조선식산은행의 금고며 대구 최초의 버스인 부영버스도 구경할 수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에서 나왔다면 대구 약령시로 가보자. 대구근대역사관에서 중앙로를 지나 남쪽으로 향하면 닿는다. 약령시한의
약문화관에도 들러보자. 바로 옆에 자리한 제일교회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서울약령시만큼 대구약령시도 유명하다. 그 이유에
다시 한번 경상감영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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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손에 꼽히는 약재시장과 대구 문화의 중심지 종로 풍경
약령시와 더불어 대구가 성장한 건 경상감영 뒤쪽에 자리한 객사 덕분이다. 객사는 왕과 왕비의 전패를 모셔둔 곳으로 외국 사
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들의 숙소로 사용되었다. 객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 주변에 약령시가 열렸다고
한다. 지금의 위치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여기서 동산 선교사주택단지를 지나 서쪽으로 가면 강경시장, 평양시장과 함께 3대
시장으로 꼽히던 서문시장이 있다. 전국을 돌던 장돌뱅이들이 “아가리가 너무 커서 못본다”던 서문시장이 바로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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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약령시의 시작을 알리는 약령서문. 동성로와 만날 때가지 약령시가 이어진다
오른쪽, 약령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재. 귀한 약재는 내부에 있단다
다시 약령시, 약전골목으로 돌아오자. 약전골목에서 바로 이상화고택으로 이어지는 골목이 있다. 바로 옆에 서상돈 고택도 자
리하고 있다. 대구근대역사관에서 공부했다면 어렴풋이 기억나리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외쳤던 시인 이상화. 일제에
게 빚진 국채 1300만원을 국민 모두가 담배를 끊어서라도 갚자던 국채보상운동의 서상돈 선생이 머물던 곳이다. 서상돈 고택
바로 뒤로 주상복합시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있다. 이 골목에서 큰 길로 나서면 영남지방 최초의 고딕양식건물인 계산성
당과 만난다. 맞은편에는 아까 약령시한의약문화관 옆에 있던 제일교회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제일교회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자유다. 동성로를 따라 중앙로를 만나는 곳까지 올라 중앙로를 따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가도 좋고, 동성로와
중앙로를 쏘다니며 대구의 최첨단(?) 시내구경을 해도 좋다. 다소 외곽에 자리한 국립대구박물관과 대구향교, 달성공원은 차량
을 이용하는 편이 좋겠다.
◇대구 도심문화탐방 골목투어
대구 골목투어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중구에서 만든 골목투어를 이용해보자. 매주 토요일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1코
스와 2코스를 비롯해 셋째주 목요일에 진행되는 맛투어, 셋째주 금요일 출발하는 야경투어가 있다. 30명 이상의 단체라면 정해
진 시간 외에도 투어가 가능하다. 대구 중구청 문화관광과(053-661-2194)로 문의하면 된다.
▶제1코스(토요일, 10:00~12:00)
경상감영공원~향촌동~대구역~종로초교~달서문~섬유회관~오토바이골목~삼성상회~달성공원
▶제2코스(토요일, 10:00~12:00)
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계산성당~이상화고택~성밖골목~제일교회~염매시장~종로진골목
▶야경투어(셋째주 금요일, 19:00~21:00)
반월당~관덕정~성유스티노스성당~성문당~비오르샬트르 수녀원~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이상화고택~계산성당~
성밖골목~약령시~제일교회~염매시장~종로화교협회~진골목~경상감영공원
▶맛투어(셋째주 목요일, 10:00~12:00)
동산선교사주택~3*1만세운동길~이상화고택~계산성당~성밖골목~약령시~제일교회~염매시장~종로화교협회~진골목~경상
감영공원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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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제공, 대구 중구청>
▶숙박
대구시내에는 호텔급 숙소가 제법 많다. 같은 호텔이라도 급에 따라 그리 비싸지 않은 호텔도 있으니 알아두면 좋겠다. 수성
구의 대구 그랜드 호텔(053-742-0001), 중구의 노보텔대구시티센터(053-664-1155), 서구의 호텔대구(053-559-2100) 등이 있
다. 이 외에도 중구와 동구에 제법 많은 모텔급 숙소가 몰려있다.
▶별미
내륙산간지방이라지만 대구에는 은근히 먹을거리가 많다. 가장 유명한 동인동 찜갈비와 그 뒤를 잇는 대구 막창이 대표주자.
팔공산 자락의 동화사나 갓바위 지구에도 산채정식과 버섯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다. 남문시장&남산초교 근처의
납작만두와 교동 따로 국밥, 평화시장의 닭똥집튀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먹을 거리다.
찜갈비는 1인분에 1만4000원(한우는 2만5000원), 막창은 1인분 8000원선, 납작만두 1인분 3000원 선, 닭똥집 1만~1만5000원.
동인동의 동인동찜갈비(053-639-7847), 낙영찜갈비(053-423-3330) 찜갈비 1인분에 1만4000원(한우는 2만5000원)
서부터미널 근처의 성주막창(053-565-8962). 막창 1인분에 7000~8000원 선.
남산초교 근처의 미성당만두(053-255-0742). 납작만두 1인분 2500~3000원.
◇대구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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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향교 국립대구박물관 달성공원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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