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방

세 부부 거제도 탐방기 2

728x90

세 부부 거제도 탐방기

2일차(10일) : 청마 유치환 생가 - 산방산 산행 - 이수도 탐방

 

 

■ 언제 : 2020. 10. 9.(금) ~ 11.(일)

■ 어디로 : 거제 일원(호텔 리베라에서 1박, 이수도에서 2박))

■ 누구랑 : 이대감 부부, 권대표 부부, 우리 부부

 

1부에 이어

 

어제 신선대 도로변 전망 좋은 카페에서 바람도 피할겸 다음 일정을 의논하면서 1박 2일 여정이 느닷없이 2박 3일로 하루 연장되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자칫 당일로 끝날 수 있었던 여행이 하루 더 늘어난 것이다. 우린 숙소를 "호텔 리베라"로 결정했고 하루를 묵었다. 이 사진은 나의 애마 전기자동차를 충전하기 위해 어젯밤 한 잔했던 숙소 주변 해수욕장으로 와 충전을 시켜놓고 아침을 먹기 위해 일행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지루해 까마귀와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 장면이다. 이 녀석들 별로 먹을 것도 없는데 지들끼리 가뭄에 콩나듯 보이는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어 가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어젯밤 우리가 하루 유한 호텔 리베라다. 저기 보이는 부두가 "외도"로 가는 선착장이다.

 

외도로 가는 배는 오늘도 배가 뜨지 못하는지 손님들이 하나도 안 보인다.

 

철지난 해변 백사장이 고즈녘하기도 하고 안온해 보이기도 한다.

 

어젯밤 한 잔했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린 예정에도 없던 산방산을 탐방하기로 했다. 여긴 내가 가자고 했다. 탐방길도 순하고 산이라 뭔 꽃이라도 볼 수 있을까 기대하고 가자고 했는데, 가는 길에 청마 유치환선생의 전시관과 생가가 보인다. 그냥 갈 수 없지...

 

청마 유치환 선생은 워낙 고명하신 분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안타까운 것은 친일 행적이 그의 유명세를 갉아 먹고 있어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확실한 내용은 조사한 바 없어 사실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청마의 생가 모습이다.

 

이 분은(柳致環)은 일제 강점기의 유명한 시인이자 교육자이며 예비역 육군 소령 출신이며 극작가 유치진의 아우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교육자인 그는 1931년 문예월간에 정적을 발표하면서 등단했으며, 1939년 첫 번째 시집 청마시초를 발표하였다. 이후 교육계에 투신하였던 그는 시를 쓰는 일과 교사 일을 병행하였으며, 부산남여상(현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던 중 1967213일 수정동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간에 생을 마감하였다.

 

2007년 이전에도 시 가 일제에 의해 효시된 독립운동가를 묘사하며 일제의 논리를 옹호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어 논란이 불거졌었다. 194226일자 만선일보에 기고한, 친일성이 농후한 산문(앞선 시에 비해 글의 성격이 명확한)20071019일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태일 교수에 의해 발견되어 친일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본 내용은 위키백과에서 펀 글이다.

 

생가에 전시된 소개글을 보니 이 분은 학교 교가를 아주 많이 작사했다. 아마 글을 잘 쓰니 이 학교 저 학교에서 교가를 작사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을 게다. 학교 교가를 보면 대부분 작사도 그렇지만 작곡도 그렇다. 교훈비도 그런 경우도 많다. 특히 학교 주변에 그런 분이 있으면 너도 나도 요청을 하곤 한다. 우리 대구도 그랬다. 어떤 한 분이 작곡을 도맡아 하거나 교훈비에 새긴 글도 아는 인맥을 통해 많이 이용하곤 했다.  

 

청마 작사 교가전시회가 열릴 정도면 어느 만큼 많은 학교를 상대했는지 짐작할만 하다.

 

뒷뜰 장독대 옆에 배초향이 탐스럽게 펴있다. 청마 선생의 향기를 내뱉는 듯 하다.

 

골목길을 수놓은 청마 선생의 흔적

 

 

여기서부턴 산방산을 오르며 본 꽃들이다. 인터넷으로 대충 검색했을 땐 그저 산책길 같더니만 막상 가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모두 내가 얘기한 대로 듣고선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나섰다가 호된 걸음을 했다. 얘는 골무꽃인가 했더니 산박하다. 올해 이 산 저 산 다니며 수없이 봐 놓고선 얘는 유달리 색감이 좋고 모양 또한 좋아 골무꽃인가 싶었는데 산박하였다.

 

털진득찰과 이삭여뀌. 나는 이런 애들과 어울리다 보니 힘이 들어도 힘든 만큼 가치가 있어 좋은데 다른 사람들은 고생꽤나 한다. 권대표 부부는 차가 워낙 비싼 고급 외제차라 길이 좋지 않아 저 아래 차를 세우고 걸어오더만, 그래도 임도는 걷기 좋아 유유자적하게 힐링하면서 기분 좋게 걸어오고 있다. 이 대감과 우리부부는 차가 갈 수 있는 끝까지 차를 몰고 갔다.

 

얘도 미역취인데 난 국화방망이인줄 알았다. 색감도 좋고 모양도 미역취랑 좀 다른 것 같아보인다.

 

참취도 때갈 좋고 모양 좋다. 난데 없이 예정에 없던 산에 와 나만 호사를 누린다. 이 대감은 날보고 신났다고 놀려먹는다.

 

요즘 이고들빼기는 별로 상대를 하지 않았는데 남쪽 바닷가로 와서 그런지 보이는 꽃마다 생경하고 신선함이 더하다. 분위기 탓인가?

 

여기까진 좋았다. 룰루랄라 노래부르며 꽃사진 찍으며 편하고 즐겁게 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대략 400여 미터 남은 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가파른 길에 돌무더기 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정상까지 400m 여기서부터다 본격 산행이다. 예기치 않았던 길이기에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조금만 고생하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땀을 흘릴 충분한 가치가 있다.

 

구실사리. 양치식물문 > 석송강 > 부처손목 > 부처손과 > 부처손속 

줄기는 땅에 붙어 자라며, 붉은 갈색을 띠고, 가지가 갈라져서 방석처럼 된다. 잎은 4줄로 배열하는데, 원줄기에는 드문드문 나고 가지에는 빽빽하게 난다. 가지에 붙는 잎은 긴 난형, 가장자리에 가시 같은 톱니가 있고, 가지에서 퍼지는 잎은 난형이다. 포자낭 이삭은 가지 끝에 1-2개씩 달리며, 네모지며, 자루가 없다. 포자잎은 삼각상으로 배처럼 양쪽 가장자리가 말리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누구신지 잘도 올라간다. 늘 함께 다녔어도 내가 정상을 먼저 밟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늘 뒤쳐진다.

 

꽃며느리밥풀. 얘도 색감 좋고 때깔 좋다. 이 동네 야생화들은 바닷바람을 맞아 그런지 생경감이 넘친다.

 

육각정이 보이면 다 왔다.

 

먼저 도착한 이 대감 부부가 정상석을 어루만지고 있네요. 느닷없이 내가 가자고 해 온 산이라 땀 좀 뺐을 겁니다.

 

층꽃나무. 욘석을 찍느라 돌부리에 걸려 밑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아직 순발력이 살아있어 사진기도 살리고 크게 다친 곳은 없다. 모두 놀라서 야단이 났었다. 근사한 사진 한 장 건지려다 목숨 줄 끊어질 뻔 했다. 마눌님과 일행이 더 놀라기에 다친 곳이 있어도 괜찮은 척 하느라 애를 먹었다.

 

산양인가 했더니 염소였다. 짜슥 명당에 서서 풍광을 즐길 줄 아누만...

 

예기치 않은 산행길! 그래도 모두 좋아한다. 힘은 들어도 정상에 서면 감회가 남다른 법이다. 높이 오르지 않는 자, 땀을 흘리지 않는 자는 결코 맛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해무가 조망을 흐리게 했지만, 바라만 봐도 가슴이 확 트인다. 여기 오지 않았으면 어찌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겠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 한 줌이라도 더 먹을 수 있고, 높이 나는 자가 멀리 볼 수 있음은 올라본 자만이 느끼는 감흥이리라.

 

풍광을 즐기던 염소가 사라져 버렸네요. 적당히 즐기고 적당한 시간에 돌아갈 줄 아는구만...

 

정상에 서면 사통팔달이다. 이런 맛에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닌가.

 

거가대교인가?

 

모두 여유가 있네요. 정상에 서서 유유자적하게 조망을 즐기고 계시는군요.

 

층꽃나무. 욘석 때문에 식겁했다. 운이 좋지 않았다면 요단강 건널뻔 했다.

 

우리 권대표님은 무슨 설명이 이렇게 장황하신가? 내가 아는 친구 중 가장 성공한 친구다. 설계사무소를 경영하면서 크게 성공한 친구다. 경우가 반듯하지만 베품도 크다.

 

쓴풀. 올라갈 때 못 봤는데 내려오다가 봤다. 군데 군데 많이 있었는데 올라올 땐 왜 못 봤지. 내려올 때 볼려고 아꼈던가 보다.

 

이고들빼기

 

소나무혹병.

 

금강아지풀과 수크령이 뒤엉켜 있네요.

 

산층층이? 탑꽃? 늘 헷갈리는 녀석입니다.

 

산방산 산행을 마치고 이수도를 가기 위해 시방마을 선착장으로 왔다.

 

경비는일단 권대표가 모두 쓰고 끝나고 나눔하기로 했다. 근데 이 친구 계산 제대로 안 한다. 무조건 자기가 더 쓴다. 이젠 아예 그러려니 한다.

 

이수도에 도착했다. 작은 섬마을 포구가 아늑한 느낌을 안겨준다.

 

이수도는 면적 0.384㎢, 해안선 길이 3.7㎞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이다. 섬의 모양이 두루미를 닮아 본래 학섬이라 불렸다가 후에 대구의 산란해역으로 알려지고 멸치잡이 어부들이 들어와 살면서 부자마을이 되자 바닷물이 이롭다는 뜻의 이수도(利水島)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포구 가까이 낚시를 위한 선상 콘도

 

여기까지 왔으면 새를 좋아하는 나 같은 이에겐 뭔 특별한 새라도 한 마리쯤 봐야 하는데 보이는 건 딱새와 갈매기 뿐이다. 이번 출타엔 조복이 없나보다.

 

명자나무에 꽃이 싱싱하게 폈다. 절기를 잊은 듯하다. 주인장 말씀으론 오가피며 정원에 심어둔 봄꽃이 모두 새롭게 꽃을 피웠단다. 이상 기온 탓이리라.

 

배꽃도 폈다. 이 녀석만 남아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배나무에 꽃이 활짝 펴 있었단다. 거제시를 달려올 땐 도로변 가로수에 벚꽃도 많이 피어 있었다. 올해 잦은 태풍과 긴장마로 인해 잎이 일찍 떨어져 광합성을 할 수 없어 나무가 겨울을 지낼 영양을 비축하지 못해 다시 꽃을 피우고 잎을 피게해 광합성을 할 수 있게 하는 나름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해국. 겨울이 깊어도 바닷가에 오면 심심찮게 보는 녀석이다.

 

숙소에 여장을 던져 놓고 우린 저녁 식사 전에 섬을 먼저 한 바퀴 돌았다. 운동삼아 산책삼아 나들이 하기 좋은 코스다.

 

보리수나무 열매가 많이도 달렸다.

 

출렁다리도 건너고 다리 위에서 젊은 청춘들 마냥 흔들어 보기도 한다.

 

일몰을 보기 위해 나선 길인데 구름이 많아 일몰은 신통찮다.

 

이수도에 와 1박을 하면 당일 저녁, 다음날 아침과 점심 3식을 준다. 숙소에서 먹을 것 외엔 따로 먹거리를 준비해 갈 것도 없다. 푸짐하게 한 상 받는다. 대신 팬션비 포함 식사값이 1인 기준 얼마더라. 난 돈 계산을 잘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야경을 찍는답시고 찍어봤는데 신통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