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 5월 야생화
■ 언제 : 2021. 5. 19.(수)
■ 어디로 : 영천 보현산
■ 누구랑 : 아내랑
아내한테 황조롱이 육추 장소와 왜가리·중대백로 서식지
그리고 붉은부리찌르레기 둥지를 보여줄 겸 보현산을 찾았다.
여긴 내 심심풀이 땅콩이다.
먼저 보현산 야생화부터 탐방하기로 했다.
보현산에 가면 난, 늘 가던 길로만 다닌다.
내가 다니는 길은 천수누림길 - 시루봉 - 정상 - 정상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이 정도가 다다.
어쩌다 한 번씩 천수누림길을 가다가 왼쪽으로 빠지는 숲체험길을 가기도 한다.
내가 주로 다니는 보현산 코스는 어린아이도 노인네도 편히 다닐 수 있는 그런 길이다.
그런데 난, 오늘 나도바람꽃 군락지에서 완전 정신줄을 놓았다.
지나고나니 이건 뭐 ,마치 귀신한테 홀린 것처럼 정신이 혼미했다.
호흡도 유달리 가빴다.
"이상하다. 새 촬영하러 섬에 가 다친 왼쪽 갈비뼈 부위가 온전치 않아 숨 쉬는 게 어렵나"
"아직까지 담배를 끊지 않아 담배 때문에 그렇나"
별 생각이 다 든다.
사진 찍을 땐 셔터를 누를 때까진 잠시 숨을 멈춘다.
샷을 날리고나면 숨을 내뱉는다. 그런데 그 순간마저 숨이 가쁘다.
이거 아무래도 폐가 많이 나빠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친 갈비뼈 영향이라야 할 건데~~~
정상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다보면 큰앵초가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는 곳이 있다.
길따라 가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오늘은 얘들이 폈을 것 같아 그쪽으로 갔다.
생각한 대로 큰앵초가 엄습한 숲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모양 좋은 애를 찾느라 험한 곳 아랑곳 하지 않고 큰앵초가 있는 곳마다 걸음을 내딛었다.
물기 머금은 돌과 돌에 끼인 이끼, 숲이 꽤 미끄러웠다.
한 번도 다닌 적이 없던 길이었다.
아내는 일찍이 길 좋은 등로를 따라 내려갔기에 서둘러야 했다.
내려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다.
나름 발디디기 좋은 길을 찾아 내려왔는데
이상하게도 늘 내가 다니던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그 길은 내가 있는 곳에서 몇 분 걸리지 않는 길이다.
아직 다친 갈비뼈 부위가 온전치 않아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 디디기 좋은 곳을 찾아 내려온다고 내려 왔는데
아뿔싸 그 길이 영 엉뚱한 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길도 없는 잡목 우거진 숲으로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몇 분 걸리지도 않는 거리를 30분 넘게 내려왔고, 마치 귀신한테 홀린 기분마저 들었다.
길을 잘못 들었구나란 생각이 드는 순간 종잡을 수 없었다.
길을 찾자면 다시 내려왔던 길로 올라 갈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그게 최상의 방법이다.
그런데 내려왔던 길도 대책없이 헤메었기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우왕좌왕 헤메이고 있는데 마침 저 너머 풀숲 사이로 약초 캐는 사람이 설핏보였다.
구세주를 만났다. 저 사람이 답이다 싶어 풀숲을 헤치며 급한 마음으로 가는데
돌이 미끄럽고 우거진 나뭇가지를 피해 가느라 넘어지고 엎어지기까지 한다.
순간 다친 갈비뼈 부위에 '욱'하는 충격이 가해지더만,
다행히 예쁘게 넘어져 심한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
목에 둘러멘 사진기도 무사했다.
약초캐는 사람이 날더러 너무 많이 내려왔단다.
주차장쪽으로 가자면 저 위에 보이는 바위덤을 올라서 더 넘어가야 한단다.
전혀 예상밖이었다.
정신줄 놓은 채 대책없이 내려온 모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내가 뻔한 길을 이렇게나 많이 내려 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올라 가는 길은 나는 쥐약이다.
오늘따라 유달리 숨이 가쁘고 다리에 힘도 많이 풀린다.
그래도 방향을 짚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허덕거리며 올라가는데 기다리고 있던 아내한테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지금 한창 헤메고 있는 중이라 말하고, 곧 간다며 쉬고 있으라고 한 후 내쳐 가는데
내 힘으론 가는 길이 구만리다.
이거 보통 문제가 아니다.
약초캐는 사람은 슬금슬금 힘도 들이지 않고 다니는 길을 나는 숨이 목까지 타고 올라와
곧 죽을 지경이다.
체력이 말이 아니다.
이런 저질 체력이 있나?
차제에 내 몸을 다시 한 번 짚어 봐야겠다.
차로 돌아와 물 한 모금 마시고 황조롱이를 보러갔다.
황조롱이 유조가 아직 고개를 내밀 것 같지도 않아 아내한테 에미가 먹이를 공급하는 모습만 보여줄 참이었다.
난, 사진기도 꺼내지 않았다.
황조롱이 새끼가 있는 둥지, 그 뒤에 원앙이 있는 자리
그 옆에 파랑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자리를 설명하며 난, 관망만 했다.
10여 분 정도 있었나. 갑자기 에미가 새끼한테 번개처럼 먹이를 물어주곤 번개처럼 나갔다.
둥지를 살펴보니 황조롱이 유조가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올해 여길 참 많이도 갔다. 하지만 유조가 모습을 보여준 장면은 처음이다.
퍼뜩 사진기를 가지고 와 얼른 유조의 모습을 담았다.
다섯 마리가 있다는데 한 마리만 그 모습이 또렸했다.
유조의 근황만 촬영하고 자리를 떴다.
지인으로부터 부근 백할미새 육추 장소를 안내 받았기에 그 쪽으로 갔다.
정자 처마 밑에 둥지를 틀어 유조를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백할미새가 육추하는 장면은 처음이기에 잠깐 들렀다.
마침 촬영하던 사람들이 다 가고 한 분만 남아 촬영하고 있었다.
둘밖에 없어 그런지 어미의 먹이 공급이 상당히 활발했다.
남아 있던 한 분도 그리 말씀하셨다.
촬영하는 사람들이 많을 때보다 훨씬 먹이 공급이 활발하다고~
얘도 잠시 촬영하고 남아 있던 우리 두 사람도 자리를 비웠다.
시부즈기 움직여 나름 소득이 많았던 하루다.
보현산에서 길을 잃어 헤메기도 했지만, 그래도 실보다 득이 많다.
시루봉 아래 팔각정
시루봉. 보현산 인증샷, 갈 때마다 담는다. 오늘도 예외 없음.
정상석도 마찬가지. 습관처럼 샷을 날린다.
고추나무도 서서히 입을 벌리기 시작한다.
광대수염. 흔하지만 얘도 구도를 잘 잡으면 멋진 그림이 나온다.
구슬붕이. 구슬붕이라 칭하지만 늘 봄구슬붕이랑 헷갈린다.
금강애기나리. 볼 때마다 앙증맞고 귀염 뿜뿜~
꽃마리. 눈길 한 번 주고 스쳐 지나가기만 하다가 이번엔 원샷~ 자세히 보면 얘만큼 이쁜 아이도 없다.
나도개감채. 큰앵초를 담으며 발견한 귀한 녀석이다. 보현산에선 그리 흔하지 않다. 무수히 많은 풀과 나무 사이 외따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선 모습이 더 고귀해 보인다.
멧새. 보현산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산새 소리는 많이 들리지만, 정작 새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보현산에 가면 야생화 촬영을 중심으로 하니 당연 렌즈는 새 촬영할 때 사용하는 망원과는 다른 렌즈로 갈아탄다. 300mm로 찍으니 확실히 새 사진은 부족함이 많다.
모시나비. 욘석도 거리를 줄듯 말 듯 쉬 틈을 주지 않는다. 쫓아다니며 겨우 인증샷 한 장 건졌다.
미나리냉이에 앉은 모시나비도 잡아본다.
병꽃나무가 선 자리가 전망이 좋아 흔하지만 담아보았다.
삿갓나물. 비슷하게 생긴 우산나물은 식용이 가능하지만, 얘는 독성이 강해 식용을 하면 안 됩니다.
은방울꽃. 요즘 보현산은 은방울꽃이 대세지만, 모양 좋은 애를 찾긴 쉽지 않다. 나름 이쁜 모양을 찾아 담아봤다.
큰애기나리. 요즘 얘도 대세를 이루지만,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어 이런 모양을 찾기도 쉽지 않다.
큰앵초. 보현산에서 얘를 보자면 얘가 있는 곳을 알아야 한다. 오늘 얘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다. 얘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잘못 내려가 엄청 돌아 나왔다.
무사히 주차장으로 돌아오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치 귀신에 홀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길을 잘못 들 일이 없는데 오늘은 마치 치매 걸린 사람처럼 엉뚱하고 낯선 곳을 찾아 헤매었다. 약초 캐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 일 날 뻔했다. 보현산은 내 아지트라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희한하다. 이해가 안 된다. 다행히 아내는 길 따라 미리 차로 갔기에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요즘 허리도 좋지 않은 아내를 식겁시킬 뻔했다. 그 ~ 참
풀솜대
피나물. 보현산을 그렇게나 노랗게 물들이더니 이 녀석들도 이제 다 지고 없다. 늦둥이 몇 개체만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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