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다 사람이 아름답다.
-오늘부터 담배 끊는다-
■ 언제 : 2025. 02. 24.(월)
■ 어디 : 부산 여기저기
■ 누구랑 : 혼자(현지에서 부산, 포항, 경산, 경주 지인과 합류)
■ 탐조 내용 : 개똥지빠귀, 노랑부리저어새, 북방검은머리쑥새, 잿빛개구리매, 쑥새, 노랑턱멧새
오늘 부산 탐조 목표종은 '붉은양진이' 수컷
지인들은 염주비둘기와 붉은가슴흰죽지 등 다른 목표종도 있었지만
난 오로지 이 녀석만이 목표였다.
결과는 너도 나도 모두 '꽝'
오늘은 모두 운빨이 없다.
붉은양진이도 '꽝'
염주비둘기도 '꽝'
'꽝'이 대세였던 하루라고 보면 된다.
지인 중 한 분이 좌담이나 하자며 잠시 앉으라신다.
평소 위트와 유머가 남달라 재밌기도 한 분이지만
격조있는 품격과 은근히 무림 고수 같은 또 다른 면도 풍기는 분이라
새도 없는데 잠시 쉬어가며 노닥거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다.
그런데 이 어른! 좀은 주저하면서 슬거머니 본론을 꺼내는데
우짜겠노 이미 난 이 분이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직감하고 있던 터.
2월 20일, 울산 모처에서 녹색비둘기를 찍을 때 이미 날 보고 살이 많이 빠졌다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낸 터였기에 짐작이 갔던 것이다.
'담배'
'금연'
이 어른! 너무 진지하시다.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설득력 있고 진심이며 진지하기까지 해
듣는 내내 너무 고맙다는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문득 퇴직 전 이 분이 하셨던 일이 떠올랐다.
'아~하' 그랬겠구나. 이 분은 사람을 이렇게 교화시켰던 분이셨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자 내 가슴을 쓸어내리는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어 왔다.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내일은 끊겠다는 생각을 했고
아침밥 먹고 나면 봄눈 녹듯 사르르 녹아버린 게 어디 한두 번 있었던 일이던가?
그런데 오늘은 분위기가 그게 아니다.
뭔가 결심을 해야했다. 말씀을 듣는 내내 그렇게 따르고 싶었다.
바람이 차다. 난잡하게 헝클어진 머리의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고
갈대 부대끼는 소리는 마치 새소리 같기도 하고
딱딱한 기계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전자담배 기기를 미련없이 낙동강물 깊은 곳으로 던졌다.
두 개비 피운 전자담배 선펄은 갈대밭 속으로 멀리 던졌다.
89,000원이던 기기를 직원가로 69,000원 주고 산 지 이틀밖에 안 된 신품인데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
아깝지 않다.
아쉽지도 않다.
이건 나를 생각해 주는 귀인에 대한 보답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진정한 보답은 평생 금연이겠지.
내가 이런 의지를 보이자
이 어른 갑자기 내게 큰절을 받으랍신다.
이 절을 받고 다시 담배 생각이 날 때면 자신이 큰절하던 모습을 떠올리란다.
응겁결에 맞절로 응대했다만 당최 무안해서...
오늘 뭔가 오지게 걸렸다.
이제 담배 한 대 입에 물긴 다 틀렸다.
이런 분위기까지 왔는데 우째 또 피우겠노?
그래 이참에 독하게 맘먹고 한 번 끊어보자.
아니 확 끊었뿌자.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집사람한테 아이들한테 함 보여주자.
새는 오늘 못 보면 담에 보면 된다.
하지만 이런 결심은 오늘 아니면 다시 하기 힘든다.
늘 실패만 하지 않았던가?
이번엔 꼭 성공할란다.
오늘은 새보다 사람 만남이 더 고귀한 날이다.
역시 사람이 새 보다 낫다.
평생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살았기에
산야에 지천인 야생화랑 놀고 싶었고
날개 달린 새들과 속삭이며 살고 싶었는데
역시 사람은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없나 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이 맞다.
개똥지빠귀
노랑부리저어새
북방검은머리쑥새
잿빛개구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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