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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방

고령 대가야체험축제 번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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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기랑 대가야에서의 번개 모임




언제 : 2017. 4. 7.(금) ~ 8.(토)  1박 2일

어디로 : 고령 대가야

누구랑 : 고교 동기 10명




흔적

 

8(금요일)날은 퇴근하고 고령으로 곧장 내달렸다.

46일부터 9일까지 고령에서 개최되는 대가야체험축제참가를 겸한

고교 동기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정기모임은 아니었지만, 고령 토박이 친구가 축제를 주관하는 입장이기도 하거니와

축제도 볼만하다고 초청을 해 번개 모임을 가졌다.

 

평일 저녁에 만난 자리라 많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10명이나 모였다.

모두 반가웠고 아직 건장한 모습이 청년 시절 못지않았다.

안정감이 몸에 배인 것이 앞으로 다가올 노년도 끄떡없어 보였다.

 

고령에 거주하는 친구 사무실에 모인 우리는 일단 먹거리촌부터 찾았다.

우리 일행이 다가가니 먼저 자리 잡고 앉은 군수를 비롯한 각 기관단체장이 살갑게 인사를 한다.

역시 친구가 고령에서 한 가락 하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 친구랑 함께 다니니 행사장 안팎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과연 소문 대로다. 옆에 있는 우리도 덩달아 인사하기 바쁘다.

건설회사 다니며 고령에 파견 나온 키 크고 싱거운 친구가 추임새를 넣는다.

이 친구 대단한 친구라고.

 

우리도 먹거리촌에 한 자리를 잡았다.

친구들은 주로 공무원과 수도사업소, 지적공사, 토건업에 종사하고 있다.

속된 말로 노가다가 전공인 친구들이라 술자리 정도는 가벼운 친구들이다.

짧은 시간에 번개처럼 후다닥 술병을 비워 나갔다.

복잡한 탁자 위 빈 자리는 금방 빈 술병으로 가득 채워졌다.

 

권커니 잣거니 하다 보니 뮤지컬 가얏고공연 시간을 놓쳤다.

고령 친구가 뮤지컬 내용이 좋다며 술자리는 공연을 본 후 다시 이어가기로 하고 가얏고를 보러 가잔다.

계속 술자리에 있고 싶어 하는 친구를 일으켜 억지로 공연장인 문화누리관으로 갔다.

 

우린 문화누리 우륵홀 2층 제일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뮤지컬 '가얏고'를 관람했다.

공연 도중 가얏고가 무언가 싶어 검색을 했더니 가얏고란 가야금의 또 다른 말이었다.

뮤지컬 가얏고는 다름 아닌 가야금에 담긴 대가야의 찬란한 역사와 우륵의 예술혼을 표현한 내용이었고,

뮤지컬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웅장했다.

한 잔하고 와서 그런지 잠깐 조는 친구도 있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친구도 있다.

나도 동영상을 짧게 찍어 봤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영상이 선명하지 않은 것 같아

곧 촬영을 접고 공연에 집중했다.

 

대가야체험축제는 올해로 13회를 맞이하고 있었다.

올해는 대가야,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주제로 46일부터 나흘간 펼쳐지며,

520년의 찬란한 대가야 역사와 문화를 재밌는 이야기로 꾸며 나갔다.

축제의 일환으로 각종 행사가 만연했지만,

그 중 뮤지컬 가얏고는 대가야체험축제의 중심 행사라 할 수 있었다.

뮤지컬 규모나 내용으로 보아 축제의 꽃은 가얏고였던 것 같다.

 

공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뒤에서 그만 가자고 어깨를 툭툭 친다.

술이나 먹으러 가잔 얘기다.

회장을 맡은 친구는 마저 보고 싶어 했으나 마지못해 일어났고,

나머지도 다들 군말 없이 일어나 먹거리촌으로 향했다.

처음 마셨던 자리는 3번 천막이었는데 이번엔 7번 천막으로 들어갔다.

분위기야 고만고만했지만, 자리를 바꾸어야 2차 분위기를 느끼니

당연히 한 번 갔던 곳은 배제되었다.

그렇게 2차가 이어지니 절로 이야기보따리가 술술 풀린다.

모두 오랜만에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거니 받거니 한다.

 

또 자리를 옮겼다. 3차 째다.

3차는 옆에 있는 또 다른 해물을 팔고 있는 집이다.

차수로 3차이건만 거기서도 처음처럼 마셔댔다.

나도 그렇지만 이 친구들 또한 대단하다.

역시 토목이란 근본은 속일 수 없나보다.

 

3차를 마치자 5명은 한 차로 떠났다.

토목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친구가 차를 가져왔고, 차를 가져온 친구는

함께 타고 온 친구를 데려다 주어야 해 그 잘 마시는 술도 한 잔 하지 못했다.

5명이 가고 이제 남은 친구는 5명이다.

 

남은 5명은 또 한 잔 하러 2km남짓한 거리에 있는 장어집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4차인 셈이다.

장어집은 서울서 온 친구의 시인인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라며 분위기가 좋단다.

읍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시골 냄새가 적당히 풍기는 곳이었고,

가게 역시 시인이 운영해 그런지 시적인 냄새가 묻어나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장어집에 장어가 없어 장어는 못 먹었고,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이때부터 술이 좀 과했던 모양이다.

 

4차를 끝내고 하룻밤 유숙할 집으로 이동하는데 술도 깰 겸 슬슬 걸어가잔다.

한 명도 거절하는 친구가 없다.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벚꽃이 밤이 되니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술이 취할 만큼 취했으면서 휴대폰을 꺼내 서로를 찍어가며 벚꽃이 있는 밤거리를 누린다.

역시 멋을 아는 낭만이 가득한 친구들이다.

 

2.5km쯤 걸어서 처음 모였던 친구 사무실까지 왔다.

일단 친구 사무실까지 온 후 멋쟁이 친구의 숙소는 차를 이용해 이동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놓곤 또 슬슬 걸어가며 택시를 잡잔다.

아니 내가 한 술 더 뜬 모양이다. 내친김에 숙소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어차피 음주를 할 수 없으니 대리를 하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친구 사무실에서 숙소까지 3km가 넘지만,

대리를 하거나 택시를 타는 것 보다는 걷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했다.

산에 가면 산길 10km도 다니는데 평지 3km 정도야 어떠랴 싶었다.

그냥 걸어가자고 했다.

 

서울서 온 친구가 작년에 가봐서 안다며 숙소까지는 아직 멀었단다.

야밤에 도깨비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택시를 타고 가잔다.

피곤하기는 다 마찬가지라 그도 일리가 없지는 않아 모두 그러자마 했는데

막상 그러자니 도로에 택시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다.

콜택시를 불러도 응답이 없고 감감무소식이다.

이제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서울 친구는 차를 가져오지도 않았으면서 대리를 부른다.

모두 , 돌았나라며 한 바탕 웃는다.

자그마한 다리를 건널 땐 숙소 주인인 친구가 마치 유럽에 온 것 같다며 낄낄 댄다.

모두 돌아도 크게 돌았구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또 한바탕 크게 웃어젖힌다.

그래도 웃으니 낫다. 피로감도 덜하고...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당도했다.

숙소에 와서 또 오는 길에 마트에서 사온 소주를 땄다.

함께 사온 라면을 끓여 안주삼아 또 마셨다.

난 두어 잔 마시고 더 마시기 싫어 침대로 가 먼저 드러누웠다.

곧 이어 주인장도 들어오더니 머리를 붙였다.

 

술이 거나하게 오른 회장과 서울 친구는 계속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더 이상 끼기 싫어 자는 채 누웠더니 그 길로 곯아 떨어졌다.

먼저 잠자리에 든 주인장과 나는 3시에 눈을 붙이고

한참 논쟁을 벌이던 두 친구는 4시에 눈을 붙였다.

우리가 1시간 더 잤다.

 

&

 

어젯밤 함께했던 고령 본토 친구와

아침 8시에 만나 고령읍내에 있는 주산을 오르기로 했다.

그런데 어젯밤이 길어서 그런지 모두 갈 마음이 없다.

아니, 갈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이 상태로 가선 안 된다.

젊은 청춘도 아닌데 괜한 객기를 부려서 될 일이 아니다.

, 사실 어제 하룻밤 유하고

오늘 미숭산을 가기 위해 산행 코스를 완전정복 해 두었는데 그마저 물 건너갔다.

 

해장국 한 그릇 하고 나니 속이 좀 풀린다.

본토 친구 사무실에 가 숨 좀 돌리고 박물관 앞 다도체험장으로 갔다.

연잎차, 녹차, 또 무슨 차인지 생각도 나지 않지만, 하여간 다양한 종류의 차를 주는 대로 마셨다.

차를 많이 마셔 그런지 어젯밤 무리했던 속은 점점 더 편안해진다.

 

박물관으로 갔다.

20054월 문을 연 대가야박물관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가야시대 순장무덤인 지산리44호 무덤을 복원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있다.

전시관은 국내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의 내부를 원래 모습대로 재현해 놓았다.

관람객들이 실물크기로 만든 44호분 모형 속에 들어가, 직접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교과서를 통해 얘기 듣고 말로만 듣던 순장 모습을 직접 대하니

참으로 어이없기도 하고, 그 시대에 군림하던 왕족의 신격화에 참담한 비애를 느끼기도 했다.

520년간 16대까지 군림했던 대가야의 융성했던 문화가 씁쓸함으로 점철된다.

 

고령 읍내에 있는 주산을 가지 못한 대신 우린 고분군을 한 바퀴 돌았다.

높고 낮은 고분군이 마치 공동묘지를 조성한 것처럼 보였다.

그만큼 봉분이 많았던 것이다.

고령 친구는 어릴 때 왕족의 무덤인 줄 모르고 여기서 뛰어 놀았다고 한다.

산도 나지막하니 아이들이 놀기 좋았을 것이다.

 

하룻밤이 즐거운가 하니 또 다른 하루는 역시 버거움으로 다가왔다.

어젯밤 과음 상태로 어둠을 헤매고 다녔으면서 오늘도 아침부터 꽤나 걷기 시작한다.

본토 친구도, 고령에 적을 둔 멋쟁이 친구도 우리 땜에 신경을 많이 썼다.

워낙 유명세가 더하고 바쁜 친구들이라 틈을 낼 여력이 없음에도

끝까지 우리를 위해 자리를 함께하고 충실하게 안내를 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서울서 온 친구도 고향이 고령이라 90세 노모 곁으로 가고,

회장도 가게로 가 문을 연단다.

본토 친구는 대가야행사로 우리가 빨리 갈수록 좋을 거고,

멋쟁이 친구는 3시에 축제장에서 색소폰 공연이 있어 준비하려면 바쁘다.

우리가 빨리 가주어야 이 친구들이 자기 할 일을 한다.

, 온 김에 오면서 본 흰빛으로 물든 금산재에서 사진이나 좀 찍고 가야겠다.

가로수로 번창한 벚꽃은 봐도 온 산을 하얀 벚꽃이 장악한 장면은 쉬 보지 못했다.

오면서 갈 때 금산재로 와 꼭 보고 가기로 작정했었다.

 

대가야수목원에 들러 벚꽃 놀음에 빠졌다.

기왕 온 김에 수목원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이제 지난 주 겨냥했던 깽깽이풀을 만나러 비슬산자락도 가야한다.

시간이 된다면 남평문씨세거지도 들러볼 참이다.



사진이 없어 휴대폰으로 서로서로 찍어준 카톡사진을 다운받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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