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회색머리아비 外
■ 언제 : 2025. 01. 18.(토)
■ 어디 : 포항 바닷가 탐조
■ 누구랑 : 대구 지인 1
■ 탐조 내용 : 바다비오리, 바다직박구리, 밭종다리, 백할미새, 세가락도요, 큰회색머리아비
어제 포항 바닷가에 흰수염바다오리가 떴다는 연락을 받았다.
공을 치고 있던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해 당장 달려가질 못했다.
이런 새는 소식을 듣는 즉시 달려가도 볼똥말똥인데
하루가 지나고 갔으니 볼 턱이 있나.
기회는 주어졌을 때 챙겨야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오지도 않는 새를 기다리며 주변을 살펴보노라니
배가 들어올 때 그물에 딸려와 사체로 버려진 흰수염바다오리만 두 마리 보인다.
녀석을 처음 대면한 순간이 죽어서 버려져 있는 모습이라니 그~참!
멀리 먼바다에서 끌려왔을 텐데 여기까지 와서 까마귀밥이 된 녀석을 보니
만감이 교차하고 그저 기가 차기만 한다.
오늘 날씨는 따사롭고 겨울날씨 같지 않다.
아침에 고속도로를 달려올 땐 영하 5도이더니 낮이 되니 영상 11도나 된다.
겨울바다 같지 않은 따사로운 햇살이 방파제를 포근하게 감싼다.
따스한 방파제 한 켠에선 그물을 잘라내는 어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새는 오지 않고 그냥 가기는 아쉽고 조금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은데
마냥 기다리고 있자니 지루함이 엄습해 온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한테 넌지시 한 마디 던져본다.
슬쩍 건넨 한 마디에 이 어부 설명 한 번 찰지게 한다.
말 보다 그물을 잘라내는 손이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면서도 어부들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설명한다.
마침 통발을 가득 실은 배 한 척이 들어오길래 많이 잡았느냐고 물었더니 기름값밖에 못 했단다.
예나 지금이나 농부와 어부가 살아가는 형편은 힘들고 어려운 지난한 삶이다.
그나저나 사실 내가 묻고 싶고 하고 싶었던 말은 배가 들어올 때
그물에 끌려와 죽어나가는 새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그걸 묻고 싶었다.
포구 탐조를 하면서 사체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요즘 흰수염바다오리가 예년에 비해 많이 보이고 그물에도 자주 딸려온단다.
내가 아직 한 번도 찍어 본 적이 없던 그 새가 저기 죽어 있는 사체로 처음 봤다고 하니 어부들도 어쩔 수 없단다.
어쩌겠나? 먹잇감을 찾아 스스로 그물에 걸린 녀석들을
어부들은 걸린 줄도 모르고 배를 포구로 끌고와서 보니 죽어 있는데...
천신만고 끝에 생명이 긴 녀석들은 그래도 바다로 던져준단다.
그렇게 살아남은 모진 목숨도 있다.
먼바다에 사는 흰수염바다오리 같은 경우는 선상탐조를 하지 않으면
나 같은 탐조인들은 찍을 기회가 잘 없다.
포구에서 본다면 대체로 이런 경우밖에 없다.
아마 어제 연락을 준 지인도 운 좋게 이런 기회와 맞닿은 것 같다.
뜻밖의 행운이었겠지만 행운치곤 대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세 마리를 한꺼번에 담는 행운을 얻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리.
열두 번 더 다녔어도 코빼기도 못 보고
포구에 버려진 사체만 겨우 봤을 뿐인데
복은 복대로 가나 보다.
큰회색머리아비/ 이 녀석은 대동배항에서 봤는데 그물에 붙어 있던 끄나풀이 주둥이 를 감싸고 있다. 아직은 생생하던데 어떻게 먹이 활동을 하는덴 지장이 없으려나 모르겠다. 떨어져 나갔으면 좋으련만~
이 녀석은 이럴 때 표정이 제일 귀엽다.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인상과 개구쟁이들의 익살맞은 표정 같기도 하다.
에고, 유라시아대륙 북부, 알래스카 서북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을 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어째 이런 모습일꼬...
바다직박구리 수컷
매/ 먹잇감을 노리는 먼거리에 있는 녀석을 황조롱인 줄 알고 담았더니 황씨가 아니고 매다.
바다비오리/ 얘도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올해는 가뭄이다.
밭종다리/ 바닷가 암초지대에 밭종다리라고... 아닐 수도 있는데 얘들 부류도 참 구분하기 힘든다.
백할미새/ 얘들은 여기 바닷가를 거닐면 흔히 보는 녀석들이다.
세가락도요/ 월동하고 있다. 나그네새인데 해마다 여기선 월동하는 얘들 무리를 볼 수 있다. 지금 30여 마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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