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에서 본 오목눈이
■ 언제 : 2021. 1. 2.(토)
■ 어디로 : 대구수목원
■ 누구랑 : 혼자
나이가 들어 그런지 해가 가고 또 다른 해가 와도 이젠 별다른 감흥도 없다.
서울서 아들내미 부모랑 함께 연말연시 보낸다고 내려왔다가 오늘 아침 일찍 올라갔다.
아내와 난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으로 해서
새 촬영을 빌미로 철원, 시화호, 화성호, 관곡지로 해서 한 바퀴 돌아볼까 했는데
아들을 올려 보내고 난 아내가 별로 몸상태가 좋지 않다며 따라 갈 듯 말 듯 한다.
혼자 나섰다.
함께였다면 먼길 갔을 텐데 혼자라 멀리 안갔다.
경산 하양으로 혹시 흰꼬리수리나 볼 수 있을까 싶어 그쪽으로 갔다.
다리 위에서 두 사람이 촬영을 하고 있더라만,
눈에 보이는 건 물닭이 전부였다.
물닭은 앞전에 와 실컷 찍은 터라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빈하늘만 바라봤다.
수리는 커녕 달구새끼 한 마리 보여주지 않을 것 같다.
기다리다보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기약없이 기다리긴 날씨가 꽤 을씨년스럽다.
여기 수리는 나랑 인연을 안 맺어 줄 모양이다.
나선 김에 화원유원지로 갔다.
방울새와 수리부엉이 근황이 궁금했다.
그런데 가기도 전에 없을 것이란 확신이 먼저 선다.
동태나 살펴보자는 마음으로 나섰다.
그럼 그렇지.
기척도 없다.
대구수목원으로 향했다.
화원유원지와 멀지 않으니 여기서 못보면 애당초 수목원을 들릴참이었다.
하지만 수목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긴 빈손으로 보내진 않는다.
오늘 수목원은 오목눈이가 대세다.
소나무에 먹을 것이 있는지 떼거리로 몰려있다.
녀석들 원체 재바르게 움직이는 데다 소나무 가지에 가려 좀체 틈을 주지 않는다.
오늘은 욘석들이 다다싶어 얘들을 대상으로 집중공략했다.
쉽지 않았지만 가까이 놀고 있어 나름 만족했다.
온 김에 운동도 할겸 늘 가던 코스대로 움직였다.
어설프나마 세트장을 만들어 홀로 동박새를 찍는 이가 있었다.
그 틈에 끼어 같이 동박새를 담았다.
동박새는 전체적인 색상도 좋지만 유독 눈이 이쁘다.
언제봐도 이쁜 동박새
평생 찍어도 질리지 않는 새, 그 새가 어떤 새냐고 묻는다면
난, 서슴없이 동박새라 말한다.
집에 있는 것 보다 낫다.
새를 못보면 어떠리.
걷는 게 있는데...
걸은 만큼 벌었다고 생각하면 그도 감지덕지다.
새도 보고
새해 첫 강바람 맞으며 걷기도 했으니
임도보고 뽕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