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류·동물

수리부엉이

728x90

역시 마음을 비워야 보는군.

 

 

■ 언제 : 2021. 2. 14.(일)

■ 어디로 : ***나루터

■ 누구랑 : 아내랑

 

 

오늘은 어디로 갈까 많이 망설였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고

갈 곳은 많은 데 딱히 발길 닿는 곳은 없다.

 

일단 네비를 주남저수지로 맞추었다.

첫번째 빨간 신호등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섰다.

아무래도 먼거리를 혼자 가기엔 아까운 생각이 든다.

네비를 ***나루터로 바꾸었다.

 

겨울철새가 다 날아가기 전에 주남을 한 번 더 가야한다.

그 마음으로 주남을 겨냥했는데

거긴 아무래도 혼자 가는 것 보다 아내랑 같이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요 근래 몇 번 실패했기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녀석을 위해 삼각대까지 챙겨가고 싶지 않았다.

카메라만 둘러멨다.

 

욘석을 보기위해 많이도 갔다.

근데 아내랑 함께 갔을 땐 아쉽게도 욘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다.

두 번이나 헛발질 했다.

 

아무 생각없이 오늘도 없겠거니 하고 간 걸음인데

웬일인지 오늘은 욘석이 그때 그 자릴 돌부처 마냥 지키고 앉았다.

급한대로 손각대를 이용해 대충 찍은 후 아내한테 오늘 여기 있다고 자랑을 했다.

보고 싶다며 데리러 오란다.

 

일찍 나선 걸음이기에 오늘 해질녘까지 있을 거란 확신이 섰다.

아내를 데리고 다시왔다.

욘석은 그 자리에 그대로 망부석이 되었다.

아내는 내가 찍은 사진으로만 보다 직접보니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모양이다.

 

비가 살살 내린다.

아내가 주차장에 우산을 가지러 갈 때 삼각대를 챙겨오라고 했다.

얘는 움직임이 없어 삼각대 챙길 필요도 느끼지 않았지만

오늘은 동영상을 촬영하고 싶었다.

 

움직임이 없어 동영상 촬영도 쉽지 않다.

가끔 아주 가끔 날개를 털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동영상을 몇 번 담긴 담았다.

크게 재미난 장면은 없었지만 그래도 동영상을 제대로 담은 것 같다.

 

*

 

수목원으로 갔다.

숫명다래나무와 매실나무에 꽃이 폈다는 건 알고 있었고

복수초도 폈고 노루귀도 올라왔을 것이다.

 

내가 예상했던 꽃들이 다 피었다.

하지만 꽃을 겨냥한 발걸음이 아니었기에 꽃을 담기엔 구색이 맞는 렌즈가 없었다.

망원렌즈밖에 없어 꽃은 대충 담았다.

 

목적은 새 탐조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새들은 사람을 기피했다.

 

수목원을 더 탐조하고 싶기도 했다.

근데 지금 시간이면 수리부엉이가 움직일 시간이 됐다.

옳지. 오늘은 온전히 욘석을 위해 투자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다시 부엉일 만나러갔다.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죽치고 오늘 욘석과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각오로 삼각대를 다시 펼쳤다.

곧 날아 갈 것만 같았다.

근데 내 예상과는 달리 요지부동이다.

 

기다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무조건 날아갈 것이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그냥 휙하고 지나갈 것 같아

목을 길게 빼고 손가락은 셔터를 짚고 있었다.

 

목디스크가 생길 지경이다.

눈도 침침하고 목도 뻐근하다.

아내는 목이 아프다며 연신 머리를 내젓는다.

나도 목운동을 하며 간단히 스트레칭도 했다.

그때도 시선은 녀석을 향한 채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기를 1시간 30분쯤

어느덧 시간은 6시를 넘기고 있었다.

 

지겨움에 지치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잠시 한 눈을 팔곤 했다.

먼거리였지만 뿔논병아리 두 마리가 자맥질을 하며 먹이 활동에 여념이 없다.

걔들도 잡아가며 다소 여유 있는 척했다.

 

부엉이가 날 때쯤이면 예비동작을 보고 간파할 수 있어

좀은 느긋해진 마음으로 녀석을 대했다.

그렇다고 방심을 한 건 전혀 아니다.

 

녀석이 "부엉부엉"하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가끔 몸을 꿈틀거리기도 했다.

곧 날아갈 낌새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던 녀석이 좀체 움직임이 없다.

금방 날아가진 않을 모양이다.

녀석이 날 한 눈 팔게 만들었다.

잠시 아주 잠시 나도 모르게 한 눈을 팔았던 모양이다.

아뿔싸 그때 욘석이 후다닥 날아버린다.

오늘도 욘석과의 밀당에서 내가 졌다.

 

벼락같이 렌즈를 겨냥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순간을 잡아야 좋은 그림이 나오는데

이미 날아버리면 그로서 끝이다.

 

오랜 기다림이 부엉이의 뒷태만 겨냥한 꼴이 됐다.

초점도 시원찮고 프레임 속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늘도 욘석과의 만남은 허무하게 마감해야만 했다.

 

괜스레 오기가 발동한다.

여길 자주가면 안되는데 어쩌지...

지금 암컷은 포란 중이지 싶은데

내가 여기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산책나온 사람들이 호기심에 너도 나도 몰려든다.

코로나도 그렇고 부엉이한테도 좋지 않다.

 

다소 예민한 시기일 텐데 계속 가도 될런지 모르겠다.

가더라도 포란이 끝나고 육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가야하는 게 맞는데

어쩌지...

오기가 발동해 또 가는 건 아무래도 삼가하는 게 맞겠다.

 

참자.

아내한테 하식애에 서식하는 부엉일 보여준 것으로 만족하자.

나중에 나중에 또 보자.

내, 그때는 널 놓치지 않으마.

 

 

 

 

 

 

휘리릭 날아서 옆으로 이동했다. 오전 한 나절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머물렀고, 오후 한 나절 내내 옮긴 자리에 붙박이처럼 붙었다. 이때 자리를 뜰 때도 동영상 촬영이나 해볼까 싶어 조작할 때 욘석이 날아서 이 자리로 옮겨 날았다. 마치 날 조롱하듯...

 

 

오늘 여길 세 번 왔다 갔다. 세 번째 갔을 땐 돌부처 마냥 재미없는 샷은 지양하고 해가 어둑해 질 때를 기다려 욘석이 나르는 장면을 담고 싶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잠깐 방심할 때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그냥 날아가버린다. 욘석이 나는 소리에 놀라 늘 한 박자 늦게 셔터를 누른다. 그 결과는 이렇다. 뒷태마저도 엉망이다.

 

그래도 욘석이 나는 장면조차 쉽게 볼 수 없기에 일단 남겨두고 본다. 언젠가 널 인물 좋게 만들어 줄 날이 오겠지. 그때를 기약하자. 

 

오늘 세 차례 방문~ 6시가 넘은 후에야 날아준 모습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줄이야.

 

'조류·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때까치  (0) 2021.02.15
노랑턱멧새  (0) 2021.02.15
수리부엉이 동영상  (0) 2021.02.14
왜가리/뿔논병아리  (0) 2021.02.14
참새  (0)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