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소쩍이와 새끼 소쩍이 다 본 날
■ 언제 : 2023. 06. 20.(화)
■ 어디 : 근교
■ 누구랑 : 혼자(현장엔 진사님들 열댓 명)
■ 탐조 내용 : 오롯이 소쩍새만 보고 간 날
소쩍이 유조가 드디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욘석이 여기 자리 잡고 내가 처음 본 날이 5월 13일이다.
아마 둥지를 섭렵한 날은 그 이전일 것이다.
소쩍이는 산란 후 25일 정도 포란하고 부화 후 23일쯤 지나면 둥지를 떠나니
산란 후 대략 한 달 보름이 지나면 이소한다고 보면 된다.
짐작컨대 내가 욘석을 처음 만날 날은 이미 포란이 진행된 상태가 아니었나 여겨진다.
날짜를 계산해 보면 유조의 이소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 수 있다.
여하튼 내 사는 가까운 곳에서 둥지 속의 어미와 유조까지 볼 수 있음은 크나 큰 행운이다.
그동안 이 녀석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녀석이 있는 곳을 안다면
거기가 어디라도 불원천리하고 달려갈 심산이었다.
그런 녀석을 올해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인물 사진까지 얻는 행운을 누렸는가 하면
심지어 여기에선 둥지 속의 어미와 유조마저 보는 행운을 누렸다.
이 모두 근교에서 봤다는 것도 행운이다.
이전에 욘석이 있었다는 곳을 알고 달려간, 지금은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거길 달려간 것만 해도 족히 열댓 번은 넘는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나.
올해는 예년과 달리 보고 싶었던 녀석들을 많이 본다.
소원하면 들어주는 모양이다.
늘 이렇게만 봤던 녀석인데 오늘은 평소보다 이런 모습이 더 잦고 더 오래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머리를 평소보다 둥지밖으로 더 내밀기도 한다. 모르긴 해도 둥지 안의 유조가 많이 자라 둥지가 비좁아 어미가 위로 더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여기서부터 소쩍이 유아인데 현재 두 마리까지 확인된 상태다. 유조가 머리를 빼꼼 내밀면 어미는 아래로 내려간다. 지금까지 둥지 안에서 꼭꼭 숨어서 바깥공기 한 번 제대로 맡아보지 않았으니 이소를 하자면 가끔이나마 바깥 동정을 살피는 것이 본능이 아닐는지. 아직 이소할 것 같지는 않으나 유조의 상태로 보아 이미 많이 자랐다. 새끼새라기보다는 어린새에 가깝고 사람에 비하면 유아라 칭할 정도로 이미 많이 성장한 상태다.
그동안 둥지 안에 꼭꼭 숨어 있어 둥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우리로서는 욘석들의 존재 자체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욘석들은 둥지 안에서 우리가 모르는 가운데 이렇게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참으로 놀랍기 그지없다.
모르지? 우리가 없는 밤에 어미가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출타하고 유조들은 바깥세상을 구경했는지도~ 그건 볼 수 없었기에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추컨대 그랬을 수도 있다.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다. 낮에는 꼭꼭 숨고 밤엔 이런 모습으로 바깥을 봤을 수도 있다. 이소하기 전까지 마냥 둥지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고만 볼 수는 없다.
좌우당간 오늘 현재 유조들의 모습으로 보아 이소 시기가 임박한 것은 맞다. 더욱이 오늘 오전까지만 촬영하고 약속이 있어 자리를 떴더니 현장에 있던 지인으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어미가 둥지밖으로 나왔다고~
이런 제기랄~ 난, 여기선 어미가 밖에 나온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천재일우의 기회를 약속으로 인해 놓쳐버렸다. 어찌할 거나, 그도 운명인 것을
내일이라도 당장 달려가야 할 것 같은데 비 소식이 있다.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것다. 걱정거리도 하나 생겼다. 우리 숲해설 동기 선생님들한테 소쩍새 보여 주기로 한 날이 금요일인데 그때까지 욘석들이 버텨줄지 의문이다. 버텨주어야 할 텐데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하기 어렵다. 할 수 없지. 욘석을 보지 못하면 대신 솔부엉이와 하늘다람쥐 그리고 꿩 가족이나 보여주어야겠다. 짜슥들 이런 상황이 목요일날 전개되었다면 좋았을 걸 생각보다 이틀이나 빠르다.
'조류·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꾀꼬리랑 붉은배새매 (0) | 2023.06.23 |
---|---|
비가 왔지만 또 갔다. 소쩍이 보러 (0) | 2023.06.21 |
근교 탐조 (0) | 2023.06.18 |
하늘다람쥐/어치/꿩가족 (2) | 2023.06.18 |
솔부엉이 (0) | 2023.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