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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비둘기조롱이 보러 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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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암컷을 겨냥하고 갔다.

 

 

■ 언제 : 2023. 10. 10.(화)
■ 어디 : 너른 들판, 둔치도
■ 누구랑 : 현장에서 5분 도킹
■ 탐조 내용 : 황조롱이만 실컷 봤다. 그 외 딱새, 때까치, 우리나라에선 희귀한 브라질검정말도 봤다.

 

 

연이틀 연속 출근이다.

오늘은 자신만만했다.

 

어제 상황으로 봐선 여기 있던 녀석이 오늘 당장 떠날 리 없다고 봤고

여기 있는 걸 발견한 지인이 찍은 사진에는 암.수 정답게 찍힌 사진과

암컷 따로 수컷 따로 잘 찍혀 있었기 때문에 욕심이 났던 것이다.

 

근데 어제 내가 글을 쓰면서 뭐라고 했더라?

분명 새를 보자면 욕심부터 내려 놓아야 한다고 했지 않나?

하지만 오늘은 자신만만했고 가능성이 충분해

굳이 욕심이라 할 것도 없이 오면 보리라 생각하고 당연시 여겼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 건지

욕심이 욕심인 줄도 모르고 까불었던 게 화가 된 건지

녀석의 존재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냥 오늘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그 넓은 들판을 동서남북 다 헤집고 다녔음에도 기척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된다.

그럴 리 없는데

하루 만에 이동했다고

 

어제 촬영한 사람은 몇 명 없었고 그렇다고 분답게 나부대지도 않았는데

욘석들이 우리가 귀찮아 날아간 건지

우리는 녀석을 만난 것이 어제 처음이었지만 이미 이 녀석들은 미리 와 있었고

이제 떠날 때가 되어 떠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이해되지 않는 건 매양 일반이다.

왔으면 나락을 베기 전까지는 머무를 거라 여겼건만

오늘 보니 그게 아니었다. 오판을 한 셈이다.

오만이 부른 과오라 해야할까.

 

그래도 대구에서 온 우리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우린 어제 수컷은 실컷 찍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은 그냥 '꽝'치고 말았다.

먼 길 달려와 그림자도 못 보았으니 괜히 내가 머쓱하다.

 

또 찾으러 나섰다.

누른 곡식이 온 땅을 뒤덮은 넓디넓은 평야를 다 찾아 헤멨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함께 분산해서 찾아다니기도 했고 혼자 부지런히 다니기도 했다.

그래도 없다.

 

나는 찾아다니며 황조롱이라도 보고 찍었지만

다른 분들은 그것도 없다.

꿩대신 닭이라도 건지려는 듯 농수로를 뒤덮은 처음 보는 이상한 꽃이 있다며

그 놈만 열심히 찍고 있다.

 

여기저기 다니며 황조롱이만 실컷 찍고 온 나도 더 이상 찾아다니기 힘들어

꽃이라도 찍는답시고 함께 동참했다.

꽃은 자라꽃 같고 농수로를 뒤덮은 잎은 검정말 같다.

이름 찾기 참말로 힘든다.

그건 새도 그렇고 꽃도 마찬가지다.

 

지인들과 함께 얻은 결론은 미기록 외래식물인 "브라질검정말"로 결론을 내렸다.

브라질 남동부 지역이 원산지인 이 식물은 2019년 경북 군위군 위천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2020년 9월 부산 강서구 둔치도 농수로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이 식물은 영양번식이 우세하고 생장속도가 빨라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악성 잡초로 취급되고 있고 세계침입종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있다.

처음 만나 반갑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즐거워할 일만은 아니다.

 

오늘 비둘기조롱이와의 만남은 멋지게 실패했다.

빈 정자에 모여 앉아 쌀국수를 끓여 먹고 각자 가져온 빵과 음료를 나누어 마시며

먹는 것과 이런저런 좌담으로 끝을 맺었다.

 

오늘 또 얻은 확실한 교훈은

역시 새를 보러 가는 것은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는 거다.

만만하게 봤다가 늘 큰코다친다.

 

아무 생각 없이 가야 한다.

 

 

 

 

황조롱이는 많이도 봤다. 오늘 내 눈에 띈 녀석은 이 녀석이 다다.

 

 

딱새도 저런 모양으로 찍혀 검은머리딱새인 줄 알았다.

 

비둘기가 많아 뭔 다른 종이 있으려나 싶어 일단 찍고 봤는데 그게 그거인 것 같다.

 

딱새

 

때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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