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리
■ 언제 : 2021. 10. 22.(금)
■ 어디 : 진해
■ 누구랑 : 혼자
당초 얘를 보러 나선 길인데 마음이 바뀌어 잠시 둔치도를 들러 왔다.
둔치도에선 별 재미도 못 보고 여길 오는데 네비가 빙빙 돌리는 바람에
시간만 더 지체한 꼴이 되었다.
진해 물수리 현장에 도착하니 연만하신 두 어른만 하염없이 물수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물수리는 오전에 한 번 나타나 먼 하늘만 빙 돌다가 날아가 버린 후 그다음부턴 감감무소식이란다.
상태를 보아하니 그럴만도 하다.
비가 오지 않아 바닥이 다 드러나 있고 주변엔 까마귀와 까치만 득시글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세팅을 하자마자 철수하려고 삼각대를 접는데
갑자기 솔개가 나타났다.
눈 앞에 솔개가 나타났으니 솔개만 찍고 주남저수지나 갈까 했는데
황조롱이도 나타나고 말똥가리도 보이기 시작했다.
솔개는 많게는 한꺼번에 4마리까지 나타나 공중곡예를 펼쳐보이기도 한다.
주남으로 가려던 마음이 일시에 사라졌다.
이제 물수리는 나타나지 않아도 좋았다.
한 곳에 사진기를 장치해 놓고 맹금류 세 마리를 보다니
어디간들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다.
말똥가리가 다가오자 까마귀가 달려들어 맹금을 쫓아낸다.
황조롱이와 솔개가 쫓겨나는 장면도 재밌다.
까마귀와 까치!
이 녀석들 정말 대단하다.
황조롱이는 한 번 왔다가곤 두문불출이고 말똥가리와 솔개는 심심찮게 나타난다.
여길 버티고 있을수록 솔개는 우리랑 더 친숙해진다.
우리랑 적응되었는지 머리 위로 휙 날아가기도 한다.
솔개를 이렇게 가깝게 영접한 것도 처음이다.
오늘 헛걸음을 많이해 그런지 늦게나마 충분히 보상을 받는 느낌이다.
솔개, 말똥가리, 황조롱이를 얻은 포만감에 배가 부르다.
배도 부르고 이제 집으로 가볼까나 하는데 난데없이 물수리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난다.
처음엔 물수린 줄도 몰랐다.
주변 상황이 상황인지라 포기하고 있었기에 욘석이 나타나 주리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겁결에 셔터를 눌렀다.
욘석이 고맙게도 가장 가깝게 있는 폴대에서 놀아준다.
폴대 위에 앉아 좀 쉬어가려고 왔나본데 웬일인지 쉬 자릴 잡지 못한다.
잠시지만 앉기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따발총을 갈겨댔다.
여기 세 번째 방문이지만 가장 가깝게 찍었다.
둔치도에서 허탕치고 진해로 오는 길에 같은 길 몇 번 헛돌긴 했지만,
결론적으론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 길이 멀지만 먼 것도 모르겠다.
다만 청도휴게소에 전기자동차 충전하러 갔다가
한 대밖에 없는 충전기가 가동되지 않아 낭패를 본 것이 옥에 티다.
빌어먹을 그 큰 휴게소에 충전기가 한 대밖에 없는 것도 없는 것이려니와
노후충전기라 새로운 충전기를 교체할 예정이라며 한 대밖에 없는 충전기를 충전도 못하게 막아놓았다.
청도휴게소에 들러 충전하러 온 차량은 어찌하라고...
충전기 운영을 이렇게 허술하게 하다니 참 어이가 없다.
관할하는 곳으로 전화를 했더니 가까운 청도군청으로 가란다.
현재 내가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40여km, 청도군청까진 11km남짓
가까스로 청도군청까진 갈 수 있어 다행이다.
진해서 맹금 사총사와 잘 놀다가 기분 좋게 가는 길에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충전기를 교체하기 전까진 비록 한 대밖에 없는 충전기지만
충전이 급한 차량을 위해 충전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참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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