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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동물

긴꼬리딱새(삼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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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고대하던 긴꼬리딱새, 드디어 봤다.

 

 

■ 언제 : 2021. 6. 27.(일)

■ 누구랑 : 젊은친구랑

 

 

오늘 하루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한 곳에서 왔다갔다 걷기도 많이 걸었다.

걷는 건 일삼아 일부러 더 걸었다.

 

꾀꼬리 둥지가 하늘 높이 떠 있다.

새끼는 부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 밑에서 밥그릇처럼 생긴 둥지를 바라보자니 알 수가 없다.

어미도 잘 보이지 않더니 가끔 숲이 우거진 주변을 파다닥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긴 했다.

보기 어렵다는 걸 알았지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긴꼬리딱새와 팔색조가 기척이 없어

심심해서 들락거리곤 했다.

 

심심찮게 칙때까치도 날아와 주변을 맴돈다.

부산에 거주하시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뻐꾸기도 난생처음 찍었다.

큰오색딱다구리도 찍고 톱풀에 앉은 나방도 찍어 본다.

 

그런데 오늘은 얘들을 보러 먼길 온 게 아니다.

오로지 목적은 팔색조와 긴꼬리딱새와의 만남이다.

 

할 일 없는 사람마냥 얘들을 찾아 어슬렁거려 본다.

낌새를 보아 나타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이쪽 저쪽 나다녔다.

먼저 탐조에 나섰던 젊은 동행 친구가 3m 앞에서 긴꼬리딱새를 만났단다.

탐색겸 나선 길이기에 사진기를 메고 가지 않아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부산에 거주하는 지인 부부도 오늘은 아직 얘들을 만나지 못했다.

물론 이 분들은 여기에서 많이 보고 많이 찍기도 한 분들이지만 오늘은 어째 뜸하다고만 했다.

 

어쨌거나 일단 긴꼬리딱새의 출현 소식은 가뭄에 단비처럼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얘를 봤다는 곳을 두어번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 녀석이 나타났다. 몇 번 왔다 갔다했지만 소식도 없더니 세 번째 탐조만에 이 녀석을 만났다. 역시 아직 나타나지 않았구나 싶어 괜스레 습관처럼 갔던 길 한 번 뒤돌아 보았을 뿐인데 웬걸 갑자기 이 녀석이 저 나뭇가지에 앉았는게 아닌가. 얼떨결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자니 너무 가까이 있어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조리개고 감도고 조정할 틈도 없이 급한대로 셔터 누르기에 급급했다. 줌을 줄여 몇 장 더 찍으려 했더니 그 사이 나뭇잎 우거진 곳으로 숨어 버린다. 딱 10초 정도 있어 준 것 같다. 급하게 누른 셔터는 감도도 높았고 그 결과 선예도는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얘를 향해 날린 첫 방의 희열감은 잊을 수가 없다.

 

오늘 내가 긴꼬리딱새를 봤다. 급하게 찍어서 꼬리도 다 못 담았다. 급하나마 이렇게 찍고 줌을 좀 줄이는데 얘가 날아가 버렸다. 안타까웠다. 욘석이 내가 이 길을 지나가고 나서 내 뒤로 날아와 살며시 앉은 녀석이다. 나를 다 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아쉬움은 컸지만 그래도 얘를 본 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이 사진은 오늘 두 번째 만난 행운이다. 팔색조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어느덧 시간은 다섯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산 지인이 저기 나타났다며 손짓을 한다. 본인은 찍을 새도 없이 우리가 한 번이라도 더 찍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 마음이 그 분의 행동에서 읽혔다. 요 녀석도 10초쯤 여유를 주었다. 대기하고 있던 자리에서 만난 게 아니라 오가며 만났기에 카메라 조작 여유도 없었다. 그냥 찍기에 급급했다. 그래도 첫 번째 만남보다는 좀 나은 것 같다.

 

오늘 출사는 절반의 성공이다. 팔색조는 못 봤지만 그보다 더 귀한 긴꼬리딱새를 만났다. 내겐 조류 촬영 역사의 기념비적인 날이다.

 

함께했던 젊은 동행 친구 덕이다. 이 친구는 나이는 나보다 많이 어리지만 이 계통에선 대선배다. 부산에 거주하는 인정많은 분들도 이 친구 덕분에 알았다. 카메라 조작 기술도 뛰어나고, 정보도 빠르다. 천군만마를 얻었다.

 

차제에 오늘 함께했던 부산에 거주하시는 부부한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세 번 만났지만 격의 없는 분이라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 같았다. 덕분에 오늘 하루 즐거웠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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