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16. 탐조일기
2022. 8. 16. 탐조일기
■ 언제 : 2022. 8. 16(화)
■ 어디 : 포항 그리고 또 포항
■ 누구랑 : 혼자(현장에서 영천, 포항 두 분 만남)
■ 탐조 내용
1차 탐조지 : 꼬까도요 수컷 & 어린 새, 뒷부리도요, 민물도요, 붉은가슴도요, 변환 중인 붉은부리갈매기, 세가락도요 & 세가락도요 밴딩(호주 남부), 왕눈물떼새 & 어린새(7종, 그 외 여러 종이 있었지만 중복이 많아 찍지 않았음)
2차 탐조지 : 구레나룻제비갈매기 3마리, 깝작도요, 뒷부리도요, 붉은발도요, 붉은어깨도요 어린새, 쇠백로, 중대백로, 송곳부리도요, 종달도요, 흑꼬리도요, 흰목물떼새(11종), 도합 18종
비 소식이 있다.
내일도 일기가 불순하단다.
일단 가보자.
정히 촬영이 곤란할 지경이면 돌아오지 뭐
그런 맘으로 과감하게 일어섰다.
저녁에는 이미 내정된 약속이 있다.
아끼는 후배가 이번 9월 1일자 인사이동 때 교장으로 발령 났단다.
발령 난 학교는 내가 두 번째 이동했던 학교였는데 그 학교 교장으로 부임한다.
그 학교 참 일도 많이 했고 사연도 많은 학교였는데...
먼저 올여름 늘 가던 곳부터 갔다.
딱히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으나 모를 일이다.
상황은 가봐야 아는 법
우려했던 비는 맞아도 될 만큼 내린다.
우산을 들고 갈까 하다가 짐스러워 그냥 사진기만 둘러멨다.
먼저 온 두 사람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터 놓고 지낸 적은 없지만 한 분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오늘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있다면 꼬까도요 어린 새가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는 점 외엔 별 수확이 없다.
해안을 거닐며 보이는 대로 접수하고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거기도 매양 일반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해수욕객이 없어 세가락도요가 해수욕장 모래밭까지 진입해
먹이 활동을 한다는 것 외엔 더 보여주는 게 없다.
여기 가면 늘 그랬다.
그래도 이 부근에 오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여길 들린다.
그리곤 별 소득 없이 자리를 뜨곤 한다.
하지만 지난번엔 대박을 누린 행운이 있기도 했다.
검은댕기해오라기가 먹이 사냥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대치 끝에 대어를 사냥하는 장면을 낱낱이 다큐 촬영하듯 찍은 행운이 있기도 했다.
탐조하다 보면 그런 날도 있어 별 소득이 없으리라 미리 단정 짓고 지나치는 우를 범할 순 없다.
차라리 헛걸음하는 게 낫다.
사실 오늘은 여기가 주 목적지가 아니다.
오늘은 경주 지인 분이 알려주신 포항 또 다른 곳이 타깃이다.
여기 가면 가시연꽃도 있고 좀 전에 없던 다른 도요물떼새들이 있다.
그렇게 많은 종이 있는 건 아니지만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종이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장소를 옮기자 의외로 수확이 짭짤하다.
지금까지 다녔던 곳에선 못 보던 새들이 몇 종 있다.
구레나룻제비갈매기를 위시하여, 흑꼬리도요, 종달도요, 붉은발도요, 깝작도요, 송곳부리도요 등
여기도 꽤나 재미있는 곳이다.
늘 가던 곳에서 귀하게 봤던 송곳부리도요는 며칠 머무르다 사라지더니 여기서 또 본다.
비가 살살 내렸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촬영지는 주차한 곳 가까이 있어 장비 이동도 손쉬웠다.
우산을 쓰고 찍었다.
우산 쓰고 가만히 죽치고 있다 보면 녀석들이 알아서 가까이 온다.
여긴 또 가야 할 것 같다.
언제 어떤 새가 다녀갈지 모른다.
새한테 관심을 두다 보니 약속 시간이 늦어버렸다.
한 시간 정도 늦을 것 같다.
좀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전화를 하니
내 하는 짓을 잘 알고 있는지라 바삐 오지 말고 안전 운전하면서 천천히 오란다.
이 사람, 승진을 축하해 주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본인이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 형님 덕이라며 날 치켜세운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본인이 열심히 한 결과인 것을
어쨌거나 고맙고 축하할 일이다.
요즘 관리자 자리는 쉽지 않다.
현명한 친구니 잘 알아서 할 게다.
좋은 교장, 칭송받는 교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