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재두루미
본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께선
새 이름이 틀렸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 : 2022. 12. 1.(목)
■ 어디 : 주남저수지
■ 누구랑 : 혼자
■ 탐조 내용 : 노랑부리저어새, 댕기물떼새, 딱새, 쑥새, 찌르레기, 큰고니, 힝둥새, 말똥가리, 매, 독수리, 재두루미
오늘은 칡부엉이가 왔을라나.
또 거기부터 먼저 갔다. 벌써 두 번째다.
역시 보이지 않는다. 가볍게 주남으로 발길을 돌렸다.
흑고니는 잘 있으려나.
처음 흑고니를 봤을 땐 거리가 멀어 인증샷으로 만족했는데
오늘은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
흑고니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큰고니도 개체 수가 적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흑고니는 큰고니가 이동할 때 함께 따라간 느낌이다.
어머니를 대동한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학생이 탐조에 열중하고 있다.
한눈에 봐도 탐조 초보처럼 보인다.
그 학생을 보니 300mm짜리 렌즈로 덮어 놓고 새를 찾던 내 모습이 그려졌다.
처음에는 다들 그랬겠지만 그 여학생을 보니 허탕도 많이 쳤고
생고생했던 순간이 오버랩되어 그냥 지나치기 그랬다.
도움을 주고파 저 멀리 보이는 노랑부리저어새 있는 곳을 알려 주었더니
처음 본다며 호기심이 발동한 학생이 날 따라나섰다.
어머니는 뒷전이고 새한테 꽂혀 날따라 나선다.
그 마음 십분 이해하고 남는다.
많이 봐줘 고등학생이라 여겼던 그 학생은 대학원생이란다.
깜짝 놀랐다.
나이 서른이라는데 적게는 중학생 많게는 고등학생이라고 봤으니
내 눈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노랑부리저어새를 본 후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서로 헤어졌는데
탐조대 앞 연밭 단지에서 그 모녀를 또 만났다.
함께할 때 탐방로가 폐쇄되었으니 탐조대 앞 연밭 단지를 살펴보라고 했더니 거길 왔나 보다.
나는 중간에 몇 군데 더 탐조하고 갔었는데 거기서 또 만난 것이다.
애석하게도 연밭 단지에도 새가 별로 없었다.
연밭 너머 큰기러기가 보이고 연밭 단지엔 댕기물떼새 두 마리만 분주하게 움직인다.
시간이 된다면 재두루미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어머니는 우리 얘를 데리고 가 보여주란다.
차 두 대가 농경지를 배회하면 탐조가 어렵고
길이 좋지 않아 어머니가 농로를 운전하긴 쉽지 않다.
어머니는 큰길에 대기시키고 학생을 내 차 뒷자리에 앉게 하고 함께 재두루미를 보러 갔다.
마침 무리에서 벗어난 재두루미들이 꽤 많이 보였다.
학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나도 기분이 좋다.
재두루미도 처음 본다며 희색이 만연했다.
돌다가 보니 독수리 두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학생이 오늘 조복이 많다.
나는 늘 보던 새들이었지만 이 학생은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광경이다.
돈을 모아 조류 촬영에 적합한 카메라를 구입할 예정이라는데
모른긴 해도 오늘 내가 이 학생의 탐조 열정에 불을 댕긴 것만은 확실하다.
공부하는 학생이라 그런지 때 묻지 않은 신선함이 보기 좋았다.
탐조하는 전문인들을 상대하다가 초보 탐조인을 보니 내 마음도 맑아진다.
모녀를 보내고 난 후 평소에 가지 않던 큰길 건너 농경지로 향했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곳이다.
가지 않았던 곳을 가면서 수확이 있었다면 거기도 재두루미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려 20여 마리가 모여 있고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모여있기도 했다.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오늘 독수리 두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본 것 외엔
그닥 큰 수확이 없었다만
딸아이가 새를 좋아해 데리고 온 어머니와 그 딸을 위해 일조했다는 생각에
나도 나름 흐뭇함이 남는다.